'내 이럴줄 알았다'
전에도 말한적 있는 분이다. 개발자로 만났는데 전공은 문돌이.
지금도 개발일을 하는데, 읽는 책은 죄다 문돌이 성향.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글'을 좋아한다.
글 '읽기'에서 '쓰기'로 전직을 희망하는 사람들도 종종 생긴다.
옆에서 열심히 펌프질을 했다.
"할 수 있어요! 해 봐여!"
어느날 부끄럽게 밝힌다.
'밀리의 서재'에 가볍게 투고를 했는데, 계약하자고 했단다.
이분은 글 쓰는 사람으로 진화 중이다.
내 그럴줄 알았다. 책을 그렇게 좋아하고 읽을 때부터 싹이 보였는데...
잘 되면 좋겠다. 등록되면 꼭 사봐야겠다.
말로 하는 응원이나 좋아요 100번 보다. 한번의 결제가 실질적인 보탬이 된다.
서점의 아이러니
나도 바로 윗분처럼 인문학의 냄새를 풍기고 싶어 소설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 서점을 둘러본다.
발행되는 책의 수. 사람들의 옷색깔 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런데 책 읽는 사람의 수는 줄고, 출판사는 힘들다고 한다.
출판사도 많이 늘었다.
나 어렸을때야 알만한 출판사라는 브랜드가 있었는데
요즘은 출판사를 봐도 잘 모르겠다. 나의 지적 깊이가 없음을 인정해더라도...그래 보인다.
책은 다양하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데 책 읽는 사람은 줄어든다는 이야기
요즘 내가 밥 벌어먹고 사는 업종과 쌍둥이 마냥 똑같다.
앞 뒤가 안맞는 것 같지만 굴러가는 걸 보는 것도 신기하다.
작가의 아이러니
어느새 작가라 불린다.
누군가는 놀리느라, 누군가는 예의상.
바로 위의 아이러니한 세상에 책을 더하는 행위를 했으니 나 역시 적극가담자에 가깝다.
처음에 불리웠을땐 닭살이 돋아 손사래를 쳤지만,
그게 더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 누가 '작가님'이라고 하면 그러려니 한다.
"이건 5000원 이시고요"라는 말만큼 어색하지만,
정색하고 '돈이 존대를 받는, 그건 아니잖아요!'라고 따질수록
상대방을 더 힘들게 한다는 것을 알고나니 그냥 받아들인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작가가 됐다.
저자나 작가나
사실, 저자가 더 편하다. 이유는 별 것 없다.
작가라고 하면 '家'가 붙어 뭔가 대단한 일을 이룬 사람인 것같아 불편하다.
저자라고 하면 '者'로 끝나니 딱 내가 할만한 일을 한 사람인 것 같을 뿐이다.
그래서, 소설가는 해보고 싶다. 그건 '가'로 끝나니까.
근데. 난 소설 쓸 줄 모른다. 글을 재밌게 쓰는 법을 모른다.
똑같은 얘기를 해도 재미있게 말하는 재주. 난 그게 없다.
재밌게 이야기를 하는 사람,
재밌게 글을 쓰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부럽다.
To do list
내가 가장 잘 하는 일이다.
목록 만들기. 별것 아닌 것도 목록을 만들어 놓고 지워가면 그게 그렇게 뿌듯하고 좋다.
진짜 일을 하는 것 보다 몇개나 지우는지를 즐긴다.
책을 사서, 꽂아두고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습성에 약간의 '돈'이 더해지면
하기전에 장비부터 갖추는 장비병에 걸린다.
다른 소비는 다 이겨냈는데,
책이나 글쓰기와 관련해선 매번 진다.
요 책을 사면, 내가 더 똑똑해 질거라 믿는다. (읽지 않고)
요 연필을 사면, 내가 더 잘 쓸거라 믿는다. (쓰지 않고)
요 app을 사면, 내가 더 잘 그릴거라 믿는다. (그리지 않고)
그래놓고는 시덥지 않은 목록을 길게 늘리고선
지우기 놀이를 한다.
지운 일들. 그건 진짜 내일이 아닌 누가 시킨일들이다.
내가 내게 시킨 일들은 아예 목록에 없다.
퇴근
집에 가야겠다.
월급쟁이에게 가장 즐거운 일이니 마다하지 않아야지.
집에가면 '무언가 해야겠다'는 명료한 것들이
집에 도착하는 순간 뿌옇게 변한다.
나이 탓이라 우겨본다. 이제 나이때문에 라고 우겨도 될만큼은 살았다.
먹은 나이를 활용할 수 있을 때 해야지. 더 먹으면 들어줄 사람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