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혼자놀기] 책과 한바탕 노는 곳 책방

Friday 46호 (2003. 7. 18)

by Toriteller 토리텔러

아직도 나의 가장 중요한 소일거리이며 즐거운 놀이는 ‘책 찾기 놀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시험을 잘 치르기 위해 억지로 읽어야 했던 책에 대한 거부반응과 내용도 모르면서 외워야 했던 책에 대한 공포 때문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책 = 고리타분+재미없음’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책에서 ‘고상함과 ‘인류의 지식’ 운운하는 어려움을 슬쩍 밀쳐내고 나면 서점처럼 재미난 놀이터는 없다. 굳이 시간을 내서 서점을 찾는 것이 인터넷의 편리성과 효율성,무엇보다 매력적인 가격 할인의 장점을 모르는 구세대의 행태만은 아니다. 그것은 비로 씻긴 맑은 하늘과 풍경을 보기 위해 전철보다 북적거리고 길이 막히는 버스를 타는 이유와 같을지도 모른다.


이번 주말엔 살이 붙어 거추장스러운 몸을 추스린 후 최근에 문을 연 강남의 대형 책방을 찾아갔다. 놀이터 하나가 더 생겼다는데 한번 방문해 줘야 책방 주인들도 즐거워할 것 아니던가? 야박하게 말하면 요즘 책방 주인들은 내가 내민 영수증 속의 책값에 따라 즐거움이 비례하겠지만 신경 쓰지는 않는다. 놀이터를 찾을 때의 복장은 최대한 편하게 하고 꾸미지 않아야 한다. 면도는 물론 머리도 감지 않은 채 찾아 갈수록 자유스러움을 느낄 수 있고 놀이를 방해할지 모르는 주위 사람들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하게 하는 부수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책 찾기 놀이'는 목표를 향해 돌진한 후 쟁취하는 전투가 아니다.


그것은 마음에 드는 책을 찾는다는 결과와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유희 활동이다. 후텁지근하고 음울한 주차장에서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는 순간 책이 가득한 보물섬 한가운데 등장하게 된다. 그때의 감동을 동굴에서 벗어나자마자 마주친 무릉도원의 형상이라고 말하면 과장이려나? 무엇을 꼭 사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찾아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강제성과 목적의식을 확고히 하면 할수록 재미는 반감된다. 먼저 눈에 띄는 대로 여유 있게 책과 책의 배열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보물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책은 내용뿐만 아니라 표지의 색감과 손끝의 촉감,종이의 질감 그리고 제목의 도발성만으로도 즐거운 자극을 준다. 먼저 표지가 눈에 띄는 것부터 집어 들어본다. <마녀에서 예술가로>라는 묘한 표지의 오노 요코 자서전도 있고,동의하지는 않지만 에로티시즘의 화가라 불리는 에곤실레의 모든 그림이 가득한 새 책도 찾을 수 있다.


오늘 발견한 최고의 재미는〈맞춤 육체〉라는 책이었다

‘성형수술로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달린 것을 보니 어찌나 허탈한 웃음이 나던지... 내 육체도 다시 재단해야 할 것 같다. 내용을 꼭 읽을 필요는 없다. 표지가 예쁜 책을 구해,들고 다니는 액세서리로 쓰거나 집안 장식용으로 쓰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을까? 재생종이로 만들어진 책은 푹신하고 두꺼운 게 베고 자기에도 참 좋아 보인다.


책은 그 자리에서 사지 말고 제목을 기억해 두었다 그 책방의 인터넷 서점 등을 이용해 집에서 주문을 하는 것이 좋다. 기억력 향상도 겸할 수 있고,책값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도 있고,충동구매도 자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제목을 잊어버렸다면? 다음에 또 즐거운 '잭 찾기 놀이’를 떠나면 된다.


※ 책방에서 즐기는 보물찾기 놀이

책방에서 목적 없이 여러 책들과 노는 데질렸다면,정말로 책을 사보는 거다. 꼭 찾아내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서는 매장 내 검색 컴퓨터가 제공하는 보물 지도를 이용하면 편하다. 원하는 책뿐만 아니라 비슷한 분류 키워드를 책,혹은 작가의 저서 리스트 등의 보물 같은 정보를 함께 얻을 수 있다 검색 후 ‘프린팅’ 버튼을 누르먼 서가의 위치와 가격 등이 표시된 종이, 즉 보물 지도를 손에 쥐게 된다. 책의 위치는 물론 책방 구조 전체에 대한 이해를 도모할 수 있어 일거양득.


15년 전과 많이 달라졌네요. 요즘 저의 가장 중요한 소일거리는 스마트폰입니다. -_-; 나중에 보면 꼭 오타가 나와요. 고쳤습니다.


우리나라 최대 대형서점에서는 '바로 드림'이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냈죠. 그래서 혹해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도 한번 꾹 참아 보면 충동구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중고서점이라는 새로운 놀이터도 생겼죠. 대형서점과 아주 오래돼서 방문하기 어려운 중고 책방 사이.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도 많이 생겼습니다. 대표적으로 Yes24에서 부산의 공장에 만든 서점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긴 합니다. 이곳 역시 인터넷 서점인 Yes24와 알라딘이 주인이긴 합니다.


소규모 책방도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대형서점들이 들어오면서 자영업자 같은 동네서점이 죽어간다고 하죠. 그런 트렌드에 '아니야!'라고 과감히 외친 분들입니다. 대형서점과 달리 '특색'과 '느낌'있는 곳들입니다. 이런 곳도 많이 가봐야 할 텐데... 버티기 쉽지 않은 일이죠.


서점은 커지고 있지만, 도서 산업 역시 하향 산업입니다. 사람들이 책을 많이 안 사보거든요. 어느 정도는 트렌드이고, 어느 정도는 출판사의 문제도 있을 겁니다.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하나 확실한 건 책을 읽어야 한다고 배우면서 자라난 저의 세대와 '누르면 영상이 끊임없이 재생되는 것을 보고 자란 세대'의 간극은 점점 벌어질 것이고, 나중에는 굉장한 문화 격차가 생길 겁니다.


그때도 책은 존재할까요? 아마도 상당히 마니아적인 문화로 줄어들 것 같습니다.


이런 글도 받아준 잡지사 및 관련자분들께 또 감사드립니다. 이제 한 7개 남은것 같은데..아직도 이런 궁상맞은 글이 7개나 된다고 놀리지 말아주세요. 그때는 나름 진지했습니다. 사회초년생 여러분들은 이렇게 살아야 돈을 안써요 -_-;

leisure_46.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혼자놀기] 지그소 퍼즐로 의욕 충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