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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Oct 07. 2015

[프롤로그] 중국에서 메뉴판 해석하기

 한자공부

첫 시작은 소박했습니다. 

중국에 가본 적은 없지만, 중국요리는 먹고 싶었어요. 중국요리는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지만 중국 본토에 가서 중국요리를 먹고 싶었어요. 최근에 나온 신서유기를 보면서 시안은 가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죠. 


한 가지 문제는 중국 메뉴판을 해독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중국어가 한자고, 나는 한자를 배웠고, 일본에서 쓰이는 한자는 대충 알 정도니. 중국어 한자도 조금만 공부하면 잘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중국 한자는 요즘 간략하게 쓰더라고요. 간략하게 쓴다고 해서 간체라고 부르죠. 한국은 전통을 좋아하는 나라이다 보니 원래 글자 그대로 쓰죠. 그렇지만 약자도 같이 써요. 그러니 원래 글자도 알고, 약자도 일부 알고 있으니 간체는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책을 한 권 샀죠. 


세상에 쉬운 건 없습니다. 없어요. 


그러다 이왕 이렇게 된 거 한자 공부도 하면서 아이에게 한자도 가르치자 생각했죠. 제가 정리하는 내용을 이곳에 올려두면 카카오에서 책도 만들어 준다고 하잖아요. 다 해주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쉽게 쉽게 그림도 넣어가면서 '뚝딱' 만들면 좋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림이야 대충 그리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포토샵은 없지만 그 정도로 공을 많이 들일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나중에 아이가 이렇게 훌륭한 부모가 있었음에 감복할 것이라 상상했어요. 비록 물려 줄 아파트나 상가 건물, 땅은 없지만 그보다 훌륭한 지혜의 보고를 물려받았노라고 말하는 아이의 얼굴이 떠 올랐죠. 뿌듯했어요. '그래 이 한몸 바쳐서 너에게 훌륭한 중국어 음식 메뉴판 해석본을 물려주마!' 다짐했어요. 


그래서 시작했어요. 뚝딱 만들 때의 '뚝 딱'은 뼈 부러지는 소리였어요.


제 정신이 아니었죠.

세상에 쉬운 건 없습니다. 정말 없어요. 


이제 겨우 두 글자 했습니다. 끝까지 할 자신도 없습니다. 그래도 중국 시안에서 중국 메뉴판을 열고 꼭 중국음식을 먹고 싶습니다. 그래서, 강제 진행시키려고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최대한 쉽게 하려고 했습니다만. 

어려워요. 정말 어려워요. 제가 아는 한자가 얼마나 되겠어요? 제가 알면 얼마나 알겠어요?

내가 모르는데 이걸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알겠어요?


끝까지 가면 다행이고 안되면 중국 음식에 목숨 건 직장인 한 명이 장렬히 메뉴판과 함께 산화했노라고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끝까지는 못 갈거 같습니다. 솔직히.


중국에서 꼭 중국어 메뉴판을 해석해서 시켜 먹으리라 생각하는 월급쟁이 1인


※ 중국 시안(西安)은 '장안'(長安)이라고 불렸고 이 이름이 더 익숙할 수도 있겠네요. 소설 삼국지에서 낙양과 더불어 나오는 거대도시이기도 하고. 당나라의 수도이기도 했습니다. 진시황제의 진나라 때 수도인 함양이 이곳인가 했는데 근처는 맞으나 같은 곳은 아닌  듯합니다. (더 자세한 건 귀찮아서 pass)


이미지 출처 : 한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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