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써서 먹고살고 싶다면

토할 정도로 많이 팔리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by Toriteller 토리텔러

글을 쓰는 것은 매력적이다. 똑같은 글자를 가지고 누구는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누구는 저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를 옆에서 보고 있으면 똑같은 연필에서 뽑아져 나오는 선이라 믿기지 않는다. 특수한 연필을 위장해서 쓰는 것 같다. 나는 기껏해야 사람이라 우길 만한 정도만 그려놓고 우쭐하지만 잘 그리는 친구들의 그림에선 잘생긴 사람이 종이를 뚫고 살아 나온다. 나 같은 사람은 쉽게 도구 탓을 한다. 친구의 연필, 친구의 종이, 친구의 지우개가 있으면 잘 그릴 것 같아 부모님을 졸라 똑같은 도구를 마련하지만 이내 구석에 쳐 박히게 된다. 그나마 눈썰미가 좋으면 친구의 그림체를 흉내 내서 부모님에게 우쭐 댈 그림을 그릴 줄 알게 된다. 분명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가지 표정이나 한 가지 자세밖에 취하지 못하는 어쭙잖은 그림이다. 그림보다는 글이 쉬워 보인다. 그래서인지 많이들 글을 쓴다. 심지어 나도 쓴다. 책을 내는 일이 이제는 가문의 자랑이자 인생의 업적이 아니다. 옛날에도 통하는 방법이었지만 자비출판이란 편법은 여전히 책을 내는 방법으로 유효하고, 게다가 비용도 저렴하고, ISBN 코드도 붙일 수 있어 뿌듯함을 높일 수 있다.


운이 좋은 경우였다. 남들보다 글을 못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남들에게 부러움과 시기를 일으킬 정도의 천재성을 갖지 못했다는 것은 알 정도의 나이다. 그럼에도 책을 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글 쓰기 실력보다 운이 좋았다는 점이 앞선다. 여태까지 두 번의 책을 냈다. 첫 번째 책은 지금 보면 내가 썼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편집자 분은 '재밌다'는 말을 해서 나를 취하게 만들었다. 정말 재미있는 책이라 믿었다. 출판사의 마케터 분도 좋아해 주셨다. 취해서 깨지 못했다. 그때는 2쇄를 찍었다. 이번 책도 2쇄에 들어갔다. 아직 3쇄에 들어간다는 말을 출판사 마케터 분에게 듣지 못했다. 3쇄를 찍어야 출판사의 손익분기점에 다다른다고 하던데 못내 미안해서 물어보기 민구스럽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가졌기에 남들처럼 글 쓰는 기법을 설명할 능력이 안된다. 책 출판에 대해 궁금해할 몇몇의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는 글을 마치 설명 아닌 글인 척 쓰고 있다.


책을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있을까 싶다. 2쇄에 들어갔다는 얘기를 들은 후배 중 한 명이 "책 많이 팔아서 부자 되세요"라는 덕담을 하기에 "베스트셀러 작가 아니면 집도 못 살 텐데..."라는 이야기를 했다. "서울의 아파트는 이문열도 못 살 겁니다"라고 후배는 묵직한 말 주먹을 날렸다. 이문열은 살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문열이라는 우리나라 최고 글쟁이 중의 한 명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살 돈을 벌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내가 이문열만큼 책을 팔 수 없으리라는 점은 명확하다. 성형수술을 아무리 해도 나는 박보검이 될 수 없다. 깎아내야 할 얼굴뼈가 절반은 되어야 할 일이다. 이제 흰소리는 그만두고 얼마큼의 책을 팔아야 얼마의 돈을 벌 수 있는지 계산해 봐야겠다. 다들 그 점이 궁금해할 테니 말이다.


인세라고 한다. 저자가 출판사로부터 받는 돈은 인세다. 영어로 하면 더 명확하다. 로열티(royalty)다. 오래된 말로는 인지세라고도 불렀다. 요즘 책에서는 전혀 볼 수 없지만 '노인'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가 되신 분이 젊었을 때 산 책이 있다면 혹시 볼 수도 있다. 책 뒤편을 열어보면 우표 같은 딱지가 붙어 있다. 딱지에는 도장도 찍혀있다. 그 딱지를 '증지'라고 부르고, 공식적으로 발매된 책이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출간된 책에 따라 들어오는 수입이라 인지세, 인세라 불렀고 요즘도 그 말이 쓰인다.


저작물의 출판에 대하여 저작권자가 발행자로부터 취득하는 수입이다. 양자가 출판 계약에 따라 정가 또는 특가에 대한 인세율을 결정하고, 발행부수 또는 매출 부수에 따라 계산한다. 서적의 맨 뒷면(판권 표시면)에 부착된 증지(證紙)에 의하여 출판의 허락과 발행부수를 확인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검인 또는 증지가 수입인지와 모양이 유사한 점과 수입인지에 의하여 들어오는 수입을 인지세(印紙稅)라 하는 데서, 검인(도장을 찍는 것)에 의하여 들어오는 수입이라는 점에서 인세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출처 : 네이버 백과사전)


인세는 보통 10%라고 생각하면 된다. 처음 책을 낼 때도 10%였다. 그때 처음 출간하는 사람 치고 좋은 조건이라며 나 같은 초짜에게는 7% 정도라고 했다. 이번에도 인세는 10%다. 유명 작가가 되면 인세 율도 올라간다. 초일류 작가라면 20% 이상도 가능하다. 당연히 % 는 책값 기준이다. 선인세라는 말도 쓴다. 첫 책을 낼 때는 선인세를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출판사에서 챙겨주셨다. 선인세는 먼저(先) 인세를 준다는 말이다. 나중에 인세를 받아야 할 때 선인세로 받은 금액은 떼고 받게 된다. 선인세라고 해서 대단한 금액을 줄 것이라 기대하면 안 된다. 보통 100만 원 정도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 책을 기다리는 유명 작가라면 선인세를 엄청나게 받을 수 도 있다. 매우 단순하고 시시하게도 저자가 책으로 직접 벌어들이는 수입은 이게 전부라고 봐도 된다.


요즘 책값은 한 권에 1만 원이 넘는다. 2만 원 넘는 책도 있지만 중간값인 1만 5천 원이라고 가정해 본다. 실제로 판매되는 가격은 이보다 싸다. 할인율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계산을 쉽게 하기 위해 10%의 인세로 1만 5천 원짜리 책을 한 권 팔 았을 때 저자에게 1,500원이 생긴다고 가정한다. 실제로는 세금도 떼고 할인율도 적용되고 이런저런 이유로 딱 떨어지지 않는다.


1권 = 1,500원 (가게에서 파는 라면도 사 먹지 못할 수입이다)

10권 = 15.000원 (한 끼 식사는 사 먹을 수 있다)

100권 = 15만 원

1,000권 = 150만 원 (1일 8시간 일하는 경우의 한 달 최저임금도 안된다)

2,000권 = 300만 원 (직장인 평균 월급 정도)


2천 권은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숫자다. 보통 출판사에서 1쇄라고 부르는 출판 부수가 2천 권이다. 한번 찍어내는 수량이다. 2천 권이 다 팔리면 2쇄를 찍는다. 많이 팔리는 것이 예상되는 책 (예를 들면 '트렌드 코리아'시리즈)은 1쇄에 훨씬 많은 부수를 찍는다. 보통의 경우라면 2천 부가 1쇄이니. 1쇄를 다 팔면 한 달치 월급이 생긴다. 2쇄를 다 팔면 6백만 원 생긴다. 이 정도 되면 '아주 나쁘지 않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희미한 기억력을 긁어내서 말하는 거라 신뢰도는 높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온라인 서점 도서 본부장을 지냈던 분이 "우리나라 책의 80%가 1쇄를 다 못 팝니다"라고 했다. 2쇄를 찍었다는 것만 해도 20%의 생존율에 들었다는 얘기다. 반대로 얘기해야 짙은 그림자가 보인다. 80%는 1 쇄도 팔지 못한다. 80%는 책을 내도 월급을 벌 수 없다는 말이다. 또 다른 잔인한 점이 있다. 어떤 능력자가 있어 어떤 책이든 내면 1쇄는 팔 수 있다고 해보자.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 사람은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출판해야 한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내는 일은 불가능하다.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내고, 그 모든 책이 1쇄는 팔렸다고 하면 이 사람은 1년에 3천6백만 원을 버는 우리나라 평균 직장인 연봉과 비슷해진다. 우리나라에서 전업작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보다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은 확인하지 않아도 될 만큼 현실일 것이다. 시인이든 소설가든 책을 내는 일로만 먹고사는 일은 우리나라에서 불가능에 가깝다. 신이 당신에게 '실수로' 글 쓰기 재능을 몽땅 부어버리지 않았다면 말이다.


정말 글 쓰기를 즐겨하고 자신이 있다면 웹소설에 도전하거나 구글 애드센스를 달아놓고 블로그를 하는 게 나을지 모른다. 굶어도 즐거울 만큼 글 쓰기가 재미있다면 모를까 부업은 필수다. 그래서, 보통은 자기 일이 확실하게 있는 사람들이 책을 쓴다. 글 쓰기가 부업이 된다. 또 다른 방법은 책을 트리거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책을 히트(?)시킨 후에 관련 강의를 나가는 방법이다. 강의는 훨씬 많은 강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말을 잘하면 더 자주 기회가 생긴다. 이게 낫다. 현실적인 방법으로 강의에 많이 불려 갈 책을 쓰는 것으로 목표를 삼는 것이 낫다. 아니면 직장을 가지고 책은 나머지 시간에 쓰는 방법도 있다. 해리포터로 전 세계 유명 작가가 된 사람도 매우 힘들게 살다가 성공했다. 없지는 않지만 해리포터 작가는 전 세계에 한 명이다. 당신이 그런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매우 매우 어렵지만 가능성 제로는 아니다. 지독히 낮을 뿐이다. 글 쓰기에 자신 있다면 온라인에서 먼저 시작해 보는 것도 좋겠다. 구독자를 몇 명 모으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한번 테스트해보고 나서 '책을 써서 먹고살 거야!'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또 다른 얘기도 하나 해야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팔리는 책은 다르다. 책을 많이 팔려면, 많이 팔리는 책을 써야 한다. 주위에 사전 마니아가 있다. 사전을 어쩜 그리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사람은 사전 관련해서 책을 4권인가 5권인가 썼다. 시크한 농담처럼 "책을 4권(4권이라 하자. 확실치 않지만)이나 썼는데도 수입은 4백만 원이에요. 하하하". 선인세로 100만 원 받은 것이 4번. 그게 전부였다. 팔리는 책이 중요하다. 그래야 저자도 살고 출판사도 산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도 해야겠다. 이렇게 힘들게 노력하는 저자를 위해 아직도 구매하지 않은 분들은 책을 사주면 좋겠다. 연말도 다가오고 직장도 불안하고 나이도 먹는 저자를 위해 책을 사주는 착한 일을 해야 산타할아버지도 선물을 나눠주는 일이 생겨 취업률이 높아지고 경제가 좋아진다.


직장인 평균 연봉 3634만 원 = 단순 계산 평균 월급 302만 원

직장인 평균 연봉 3634만 원 = 단순 계산 평균 월급 30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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