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는 글을 참 안 썼습니다. 특별히 바쁜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보면 별일 있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지나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지 당시에는 심란해서 여유가 없었겠죠. 회사에서의 일이야 직장인들에겐 퇴사하기 전까지 항상 있는 일들이죠. 신기하게도 퇴사하는 순간 목숨 걸린냥 심각했던 문제들이 나와 상관없는 것들로 마술처럼 변합니다. 아무튼 회사에서는 그렇고 그런 사연 많은 일들이 항상 있는 것이라 특별하지도 않습니다. 아무튼 별 행동을 하지 않는데 꾸준히 구독자는 생기고, 꾸준히 사람들이 찾아주는 것을 보면 신기합니다. 1Q가 지나기 전에 봄맞이 청소로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어보려고 합니다.
제 브런치의 특징
새로 글을 써서 올리면 조금 조회수가 올라갑니다. 하지만 글을 안 써도 조회수가 많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구독자수는 글을 쓰나 안 쓰나 상관없이 꾸준히 조금씩 오릅니다. 신기합니다.
제 브런치의 독자분들은 매우 점잖습니다. 악플을 걱정했지만 댓글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뭔가 의견을 듣고 싶어도 알아서 하면 되고, 뭔가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면 그냥 하면 됩니다. 편리합니다.
좋게 포장하면 미디어에서 말하는 '에버그린 콘텐츠'라고 부를 수 있고, 현실적으로 보면 '반드시, 꼭, 돈 주고 살만큼 필요한 건 아닌 콘텐츠'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평가는 좀 더 냉혹하게 해야겠죠.
아무튼 그래도 유료 모듈이 생기면 붙여보고 싶습니다. 어려서부터 입에 붙은 '500원'이란 가격을 붙여보고 싶어서입니다. 100만 원을 벌려면... 계산해 보죠. 500원짜리 2개면 1천 원, 20개면 1만 원, 200개면 10만 원, 무려 2천 개를 팔아야 하는군요. 가격을 올려야겠습니다.
책을 하나 준비 중입니다.
가장 신기하고 감사한 일입니다. 전문가가 아니라고 말하는데도 책을 내주시는 출판사 분들이 계신 것에 감사하고, 그 책을 사주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첫 번째 책은 이번에 6쇄를 찍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 평생 처음 겪는 일이죠. 6쇄라니요. 아! 미리 말해드리겠지만 6쇄 찍었다고 엄청나게 돈 벌지 못합니다. 계속 말씀드렸잖아요. 돈 벌고 싶으면 책 쓰지 말고 투자하세요. 우리나라에서 누구나 이름 들어봤다고 할 만큼 성공한 작가가 아닌 이상 돈 벌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책은 이제 2쇄입니다. 2쇄라 부끄럽거나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 책을 내주신 출판사분들에게 경제적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죄송합니다. 가을 지나면 세 번째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원래는 3월 이야기하다 하반기로 밀렸다네요. 다른 것과 묶어서 시리즈로 내시겠다고 합니다. 책 파는 것은 출판사가 저보다 전문가니 얌전히 따르고 있습니다. 책이 나오면 또 열심히 책 사달라고 브런치에 홍보할 겁니다. 그럼 많이 팔릴까요? 제 브런치의 특징이란 윗 단락을 읽어보시면 대략 답이 나옵니다. 브런치에서 읽고 나서 샀다고 하시는 분들은 손 하나로 꼽을만합니다. 진심 저하고 잘 맞는 독자분들입니다.
좋은 인연과 싫은 인연
브런치 제휴 메일로 심심하게 연락이 오곤 합니다. 대부분 원고를 게재할 수 있겠냐는 내용입니다. 좋은 인연은 실제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깔끔한 커뮤니케이션이 되는 곳입니다. 최근에 한 곳과 외고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아. 이 원고 때문에도 글을 못 올렸나 봅니다. 연락은 작년 하반기였고 실제 진행은 올 초였습니다. 이른바 '대행사'업무를 하는 곳이었죠. '갑'이라 부르는 곳이 돈을 주면서 이런 것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곳입니다. 정중한 부탁과 세심한 배려를 받으면서 진행했지만 갑자기 갑의 요구로 저는 잘렸습니다. 저를 자른 갑 회사에 화나는 것은 없습니다. 돈 주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들면 교체할 수 있으니까요. 그보다 이 대행사 분들에게 감사했습니다. 이 바닥에서 흔하디 흔한 돈 주는 사람의 변덕에 대해 직접 연락을 해서 설명을 해주시는 것이 오히려 어색했고 고마웠습니다. 다음에도 이 분들과는 좋은 관계로 만나면 좋겠습니다.
싫은 인연은 이기적인 사람들입니다. 처음엔 매우 친근한 메일이 옵니다. 대부분(100%는 장담 못합니다)은 메일을 드립니다. 연락 주신 것에 감사하는 말과 함께 할 수 있다 또는 어렵다는 메일이죠. 그럼 대부분은 답변을 주십니다. 여기까지가 일반적입니다. 이기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불필요한 답장을 하면 무응답이 됩니다. 최악의 경우는 그렇게 하고도 몇 개월 뒤에 또 친근하게 메일이 옵니다. 답장을 하지 않음으로 소심한 복수를 완성합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면서 제게 메일을 보내셨는데 답을 못 받으신 분 계시면 죄송합니다. 제가 꼭 답장하겠습니다. 아! 지금 메일 하나 있는데 아직 답을 못했습니다.
시간 들이기
최근에라고 시작했지만 어느새 1년은 돼가는 것 같습니다. 그림을 배웁니다. 시작 전에는 제가 그림 그리기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입니다. 이제 그런 착각을 오래 할 만큼 어리지 않았습니다. 재능이 있긴 합니다. 정말 못 그리는 사람들보다 새끼손톱 두께만큼의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재능 있는 사람들의 실력을 실제 옆에서 보면 그들의 재능과 저의 재능은 머리 하나가 아니라 몸통 하나 이상의 차이가 날 정도입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재능보다 시간입니다. 참고 시간을 쏟으면 그만큼 퀄리티가 좋아집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선생님도 저보다 훨씬 잘 그리는 사람들도 저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신의 그림에 쏟고 있습니다. 돈 얘기를 하고 투자 얘기를 하자면 결국 얼마나 시간을 내놓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겁니다. 오래 살 수록 어떤 영역이든 시간이 들어가지 않으면 결과가 좋아질 수는 없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가장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되죠. 제가 그림 선생님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한참 어려요. 그래도 그림에 대해서는 저보다 훨씬 깊은 애정과 노력과 시간을 들입니다. 그런 자세를 저한테도 계속 포기하지 않고 요구하는 것 때문에 좋아합니다. 돈 버는 욕심이 나면 그만큼 시간을 같이 투자하면 나아집니다.
여전히 만들고 싶은 책
깔끔한 그림 한 장이 주인으로 앉아있고 글이 손님으로 들어가 있는 책입니다. 굳이 제 브런치 카테고리에서 뽑아 보자면 경제 사전입니다. 제 브런치에서 가장 꾸준히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이는 글이 바로 경제사전에 있는 '매도 매수 뜻'입니다.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 들어 있지만 좀 더 쉽고 좀 더 군더더기 없는 글들을 모아서 내고 싶습니다. 저는 입문자들을 위한 소개서가 제 그릇에 맞습니다. 목표는 제 글과 책으로 기초를 닦고 다음 단계로 쉽게 넘어가도록 하는 겁니다. 계속해서 제 글을 읽고 있으면 안 되죠. 그건 성장하지 않는 모습이니까요. 아이가 아이니까 귀엽지, 나이를 먹어도 아이처럼 굴면 기묘한 일입니다. 미술을 배운 이유도 이 책에 그림을 넣고 싶은 이유였습니다. 지금은 절반 포기했습니다. 그냥 그림 그리는 즐거움을 느껴보려고 합니다. 화가로 살겠다는 사람이 그림을 대하는 자세는 즐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계속해서 극한으로 밀어붙이는 일과 같다고 젊은 선생님이 노인같이 깊은 성찰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꽃과 나무가 좋아진다고 하던데
다행입니다. 전 나무는 원래 좋아했지만 꽃은 아직도 아무런 느낌이 없습니다. 꽃향기도 그냥 나쁘지 않은 냄새고, 꽃의 색깔도 밉지 않은 색일 뿐입니다. 나무를 좋아한다고 했지만 맛있는 것 사 먹으러 차 타고 간 적은 있어도 멋진 나무 보러 차 타고 간 적은 없습니다. 봄이니까 그냥 꽃과 나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참 밋밋한 인간이고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겠습니까? 이렇게 생겨 먹은걸. 그래도 글이라도 쓰니 다행입니다. 요즘 경제기사 볼 것 참 많던데.. 설명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귀찮음을 극복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혹시라도 기사 읽다가 궁금하신 내용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한 달 이내에 설명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써 놓고도 부담이 없는 것은 첫 번째 단락을 읽어보면 알게 됩니다. 전 제 브런치 독자에 대한 굳은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혹시나 모르니 이 약속은 2021년 3월까지만 유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