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갖고 싶은 것 중 하나가 내 책이다. 그중에서도 스테디셀러. 빌딩도 갖고 싶지만 빌딩보다 꾸준하게 팔리는 책을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고 허세 가득 상상했다. 주위의 도움과 운이 좋아 첫 책을 냈다. 그때가 2019년. 이후로 매년 한 권씩 책을 내고 있다. 첫 책이 가장 잘 팔렸다. 요즘도 누군가 찾는단다. 오랜만에 포털에서 내 책을 검색해 본다. 전직 대통령에게 소개될 만큼의 실력은 안되지만 한 달에 한 번 꼴로는 책을 언급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거 이거. 나에게도 스테디셀러라는 것이 생길까? 글쎄. 알 수 없다. 내가 가진 운은 이미 다 사용한 것 같기 때문이다. 그동안 삶을 돌아보면 참 잘난 거 없는데 꾸역꾸역 여기까지 살아온 것을 보면 로또나 경품 당첨이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다. 살아온 궤적이 모두 감사할 일이니까. 겸손을 가장한 자랑은 멈추고 다시 제대로 자랑을 시작해야겠다.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개정판을 준비 중이다
갑자기 '미래의 창'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처음엔 모르는 전화라 안 받았다. 다시 문자로 '미래의 창'이라 해서 알게 되었다. '미래의 창' 출판사는 매년 말이 되면 내년 트렌드가 뭐가 될지 모든 사람이 챙겨 보려고 사는 '트렌드 코리아'를 출간하는 곳이다. 모르는 곳에서 전화가 오면, 내가 예상할 수 없는 일로 전화가 오면 설레기보단 일단 쫀다. 뭘 잘못했나? 소심한 성격은 나이 먹어도 변하지 않는다.
고맙게도, 내 책이 '오디오 북'으로 잘 나간단다. 오디오 북 서비스 회사에서 미래의 창으로 연락이 왔고, 미래의 창에서 내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연락을 준 거였다. 얼떨떨했다. 내 평생 모르는 사람에게 '잘했다'라고 전화받은 기억은 없다. 얼마나 소심한 사람인지...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책이 나온 지 좀 되었고, 개정판을 내는 것이 어떠냐고 말했다. 담당자는 회사에 얘기해보겠다고 했고, 내 책을 편집해준 에디터님에게서 메일이 왔다. 회사 내부에서도 긍정적이니 해보자는 메일.
'미래의 창'에 감사한 두 분
내게 메일을 보내 준 에디터님은 첫 책을 만들 때 참 꼼꼼하게 봐주셨던 분이다. 글을 쓸 땐 자아도취에 빠지기 쉽다. 내가 쓰면서도 그럴듯하다는 생각, 훌륭하다는 느낌. 그런 착각을 아주 잘 지적해 주셨다. 나는 누가 봐도 논리적이라 생각했지만,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땐 앞뒤가 안 맞는다고 알려줬다. 그럼 다시 보게 된다. 처음에는 꼰대가 그렇듯 '얼레? 뭐가?'라는 생각이지만, 고치면 확실히 달라진다. 전문가는 괜히 전문가가 아니다. 에디터는 건조하게 잘 지적해 줬다.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아니요'라고 단호하게 제지했고, 내가 괜찮다고 말하는 것도 '이상하다'라고 의견을 냈다. 결과는 지금 글을 쓰는 것처럼 에디터님의 말이 맞았다. 그분이 아직 같은 출판사에 있고, 같은 책을 봐준다고 한다. 그것만으로 든든했다. 마음도 편하다. 영화에나 등장하는 '내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다. 난 그냥 믿고 시키는 대로 가면 된다. 역시, 이번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으나 단호하게 '아니요'라고 했다. 입을 비죽 내밀었지만 이내 받아들였다. 에디터가 정확하다. 나는 나의 역할을 하면서 의견을 내면 된다. 그는 날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생각하고, 3자의 입장에서 작품을 만들어 주는 분이니까. 언제 나올진 모르겠다. 매우 쉬울 줄 알았는데 인생은 살수록 쉬운 건 없다.
김X하 에디터님 감사합니다.
또 감사하는 분은 날 픽업해 준 분이다. 기획자라고 불러야 할까? 가끔 내가 글을 썼지만 지금은 독립해서 다른 책을 잘 만들고 있다. 아주 가끔 만나고, 여전히 같이 일해보자고 하지만 여전히 내 능력 부족으로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그 기획자와 책을 만들고 싶다.
황X욱 대표님 감사합니다.
내년에 책이 나오면 이번엔 더 열심히 유튜브에도 나가고, 책 사달라고 자주 뻔뻔하게 이야기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