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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Jan 06. 2023

시장 뒷골목 에스프레소

아는 사람은 아는 집이다. 약수역에서 나와 약수시장 언덕을 올라간다. 지붕이 덮여 있진 않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먼 시장이다. 승용차 두대가 지나칠 정도의 길을 두고 양 옆은 가게들이 빼곡하다. 시장에 가면 있을 법한 가게는 다 있다. 차를 돌릴 때마다 부딪히지 않을까 조심스럽던 생선가게의 좌판. 이번에 자그마한 건물로 바뀌면서 튀어나온 좌판이 사라졌다. 그 길의 끝에는 맛집으로 알려진 순댓국집이 있다. 길고 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커피집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생선가게를 끼고 조금 내려가다 좌회전. 시장의 오랜 강자 태양마트의 뒤편과 접한 골목을 들어간다. 익숙한 빌라와 낯설고 오래된 주택들이 제 멋대로 서 있다. 빌라 중 한 곳에 이 집이 있다.

 

오랜만에 찾았다. 줄 선 사람은 없지만 가게 안엔 사람이 적당하다. 이 동네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까?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피에노 한잔. 금액도 겨우 2천 원. 너무 싸서일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테이블이나 의자는 없다. 바에 기대 서서 커피를 마신다. 젊은 친구들은 2~3잔을 시키곤 빈 잔을 쌓아가며 마신다.

카페인에 익숙하지 않아선지, 촌스러운 건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도 못 자고 속도 울렁거 한 잔만 시킨다. 세 번 나눠 마신다. 홀짝. 홀짝. 홀짝. 모두 7분 남짓 걸렸을까?

청담동에 지점을 냈다고 하지만 거길 가 볼 생각은 없다. 전통시장 뒷골목 빌라 틈새 터에서 뿜어내는 기묘함이 있어야 맛있다.


집에 오니 '독립은 처음이라'에서 보내 준 다이어리와 굿즈가 도착해 있다.


고양이 스티커 두 장을 떼내 노트북에 붙였다. 나잇값 못한다고 하겠지만 뭔 상관. 난 오늘 만족스런 2천 원짜리 커피를 마셨는데.


이렇게 금요일 밤이 된다. 오늘 저녁엔 무슨 글을 써서 사람들의 관심을 낚아 볼까 고민한다. 아내님이 말씀하신다. "한 장짜리 이미지를 다시 봤는데, 정리되었다는 느낌은 안 들어" 실력부족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대신, 아이패드가 없어서 크기 조절을 못한 탓이라 했다. 더 이상 말씀은 없으셨다. 아이패드는 당분간 사기 어렵겠다.


그래도 금요일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업무와 관련된 메일이 왔지만 읽고 잊어버리려 애쓰는 중이다. 신경 쓴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잊은들 출근하면 다시 해야 되는 게 회사일이다. 하긴, 이러니 회사에서 성공을 못하지. 괜찮다. 2천 원짜리 맛있는 커피를 마신 금요일 밤이니까.

아무런 경제와 관련 없는 글을 올려도 될까? 된다. 금요일이자 맛있는 커피를 마신 날이니까. 세상 누가 뭐라 한들 행복하니까.

그게 경제 공부의 목적이니까.



http://leesarcoff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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