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은 아는 집이다. 약수역에서 나와 약수시장 언덕을 올라간다. 지붕이 덮여 있진 않지만 깔끔하고 세련된 것과는 거리가 먼 시장이다. 승용차 두대가 지나칠 정도의 길을 두고 양 옆은 가게들이 빼곡하다. 시장에 가면 있을 법한 가게는 다 있다. 차를 돌릴 때마다 부딪히지 않을까 조심스럽던 생선가게의 좌판. 이번에 자그마한 건물로 바뀌면서 튀어나온 좌판이 사라졌다. 그 길의 끝에는 맛집으로 알려진 순댓국집이 있다. 길고 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커피집을 찾아가기 위해서다.
생선가게를 끼고 조금 내려가다 좌회전. 시장의 오랜 강자 태양마트의 뒤편과 접한 골목을 들어간다. 익숙한 빌라와 낯설고 오래된 주택들이 제 멋대로 서 있다. 빌라 중 한 곳에 이 집이 있다.
오랜만에 찾았다. 줄 선 사람은 없지만 가게 안엔 사람이 적당하다. 이 동네까지 어떻게 알고 찾아오는 걸까? 가장 좋아하는 메뉴인 피에노 한잔. 금액도 겨우 2천 원. 너무 싸서일까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테이블이나 의자는 없다. 바에 기대 서서 커피를 마신다. 젊은 친구들은 2~3잔을 시키곤 빈 잔을 쌓아가며 마신다.
카페인에 익숙하지 않아선지, 촌스러운 건지 커피를 많이 마시면 잠도 못 자고 속도 울렁거려 한 잔만 시킨다. 세 번 나눠 마신다. 홀짝. 홀짝. 홀짝. 모두 7분 남짓 걸렸을까?
청담동에 지점을 냈다고 하지만 거길 가 볼 생각은 없다. 전통시장 뒷골목 빌라 틈새 터에서 뿜어내는 기묘함이 있어야 맛있다.
집에 오니 '독립은 처음이라'에서 보내 준 다이어리와 굿즈가 도착해 있다.
고양이 스티커 두 장을 떼내 노트북에 붙였다. 나잇값 못한다고 하겠지만 뭔 상관. 난 오늘 만족스런 2천 원짜리 커피를 마셨는데.
이렇게 금요일 밤이 된다. 오늘 저녁엔 무슨 글을 써서 사람들의 관심을 낚아 볼까 고민한다. 아내님이 말씀하신다. "한 장짜리 이미지를 다시 봤는데, 정리되었다는 느낌은 안 들어" 실력부족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대신, 아이패드가 없어서 크기 조절을 못한 탓이라 했다. 더 이상 말씀은 없으셨다. 아이패드는 당분간 사기 어렵겠다.
그래도 금요일이 가장 마음이 편하다. 업무와 관련된 메일이 왔지만 읽고 잊어버리려 애쓰는 중이다. 신경 쓴다고 해결되지도 않고, 잊은들 출근하면 다시 해야 되는 게 회사일이다. 하긴, 이러니 회사에서 성공을 못하지. 괜찮다. 2천 원짜리 맛있는 커피를 마신 금요일 밤이니까.
아무런 경제와 관련 없는 글을 올려도 될까? 된다. 금요일이자 맛있는 커피를 마신 날이니까. 세상 누가 뭐라 한들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