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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iteller 토리텔러 Jul 12. 2023

실전 기술, 종이신문 읽기

로스트 테크놀로지 

옛날에는 대단한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사라진 것들을 실전기술(lost technology)이라고 부른다. 실전기술이 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겠다. 하나는 더 좋은 기술이 나오면서 굳이 필요 없어진 경우, 다른 하나는 비법이라고 꽁꽁 숨긴 채 소수만 공유하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로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사람과 기술이 같이 사라지는 경우다. 내 생각에 신문 읽기는 실전기술에 가깝다. 조선시대 활처럼 잘 만들고 잘 사용했지만 지금은 소수의 사람들에게서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활이 사라진 이유가 '총'의 등장 때문인 것처럼, 신문 역시 인터넷에게 멱살을 잡히고, 모바일에게 뒤통수를 가격 당하고, 유튜브에게 목을 졸려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종이신문은 한계 때문에 가치 있다

멸종에 가까운 기술을 익히면 좋겠다고 말하려니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무형문화재를 계승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왜? 당연한 질문이다. 종이신문 읽기는 '한계가 명확한 기술'이라 '한계가 뚜렷한 사람들'에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종이 신문이 다른 어떤 수단보다 뛰어나다고 주장한다면 중국 전통무술의 고수들이 현대 MMA 선수들에게 처맞고 나서도 온갖 핑계를 대면서 억지를 부리는 것만큼이나 보기 안쓰럽고 흉하다. 신문은 한계가 명확하다. 그래서 가치 있다. 학교 교과서와 비슷하다. 학년에 따라 배우는 사람들의 수준에 맞게 통제된 교과서로 우린 지식을 쌓아간다. 신문은 경제에 관심을 가지려는 초보자에게 적합한 교과서와 같다. 사실, 초보에겐 좀 어려원 초등학생에게 중학교 교과서를 쥐어준 듯하다. 그렇지만 초등학생용 경제 교과서가 없으니 나 같은 사람이 더 쉽게 읽힐 콘텐츠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제 지식을 높이는 숭고한 일을 한다고 믿기로 했다. 돈이 안되면 정신승리라도 해야 한다.  


중학생이 이해할 정도

기자 출신 팀장에게 들었던 말이다 "기사를 쓸 땐 중학생이 이해할 정도의 수준으로 쉽게 써야 합니다" 기자도 아닌 내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그랬다. 우리 신문사에서만 그런 거라 생각했다. 한글로 쓰이기 이전에는 1/3 가까이 한자로 가득했던 신문을 중학생이 읽는다고? 서당출신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 말이 다시 떠오른 건, 그래서 이렇게 글까지 쓰는 건, 올해 읽은 책 때문이다.  '자본주의 어른을 위한 경제 기사 활용법'이란 책을 읽어봤다. 현직 기자가 썼고, 경제기사 활용법이란 설명이 달려 있으니 내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으로 읽었다.  거기에 똑같은 얘기가 나왔다. 신문사의 기사 수준은 '중학생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써야 한다는 말. 내가 속한 신문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신문사들은 실제 중학생이 읽을 정도로 쉽게 써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나 보다. 아무리 한글로 쓰였지만 진짜 중학생이 읽을 수 있냐고 진지하게 물으면 '좀 많이 아는 중학생?' 또는 '꼭 100% 이해해야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라고 비껴 대답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읽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아무튼, 신문기사를 처음 읽는 사람들이야 믿건 말건 신문기사는 쉽게 읽히도록 써야 한다는 DNA가 신문기자들에게 심겨져 있다. 


경제초보에겐 적합한 교재

중학생과 겨뤄 당당히 '지식으로 이길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듯하다. 몸은 커지고 나이 들었을지 몰라도 경제지식은 중학생과 엇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돈을 벌고 돈을 쓰는 실전 경제는 경험이 있으니 더 나을 수 있다. 관심은 가지만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지 모르는 상황. 그 상황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종이신문은 그런 사람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그러니 종이신문으로 경제를 익히라는 얘기는 뻘소리나 종이신문에 익숙한 꼰대의 잔소리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쉽다는 말 역시 아니다. 혼자서 하려면 힘도 들고 재미도 없지만 인터넷 덕분으로, 모바일 덕분으로 외롭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꾸준함과 자기 소화능력뿐이다. 


그리고 하나 더 필요하다면

토리텔러의 책. 종이책이 부담스럽다면 전자책도 있다. 밀리의 서재에도 있다. 


사주세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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