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녘. 태지원 지음
이 문구에 혹했다. 표지도 예쁘고. 뭔가 특별한 날짜와 연관시켜 하나의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도 재미있었다. 그래서 연말 욕심 주머니에 채워 넣은 책이다. 경제교실이란 말을 쓴 이유를 알 것 같다. 경제 키워드라는 박스로 딱딱한 경제 용어 설명을 담았다. 말 그대로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로 끝나면 안 되고 교육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컨셉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예를 들어, 1월 9일(2007년)은 애플의 아이폰 출시일이다. 제일 먼저 스마트폰 관련 이미지와 내용을 담아서 흥미를 돋우고, 어떻게 아이폰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풀어줬다. 여기서 끝나면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책에서는 영리하게 아이폰을 만들어낸 과정을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 파괴로 연결시킨다. 그리고 챕터 마지막에 기업가 정신과 창조적 파괴를 간단히 요약해서 '경제교실'을 살렸다.
사건은 다양하다. 특이한 점은 해당 사건이 발생한 일을 기준으로 1월부터 12월까지 배치한 점이다. 그래서, 첫 번째는 산업혁명을 일으킨 제임스와트의 증기기관 특허 취득일인 1월 5일이 차지한다. 마지막은 우리나라 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준 외환위기를 다룬 원달러 환율이 1962원을 기록한 12월 26일이다.
흥미로운 사건 위주로 긴 시간을 들이지 않고 읽어 나갈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총 46개의 사건(나이 드니 숫자에 자신은 없어서 틀릴 수도 있다)을 나열했다. 눈에 띄는 부분부터 읽어가도 된다. 이것이 장점이고 단점이 된다. 개인적인 판단이라 모두에게 단점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개인적으로 경제를 익히는 포인트는 '연결'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절된 정보를 보여주는 방식이 조금 아쉽다고 느낀 것이다. 그렇다고 나보고 당신은 어떻게 해결할 건데?라고 물으면 어깨를 으쓱할 수밖에.
성인이 경제에 흥미를 느끼고 싶어 한다면 이것도 추천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음으로 해서 경제 공부를 하겠다고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이유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이 사건과 이 사건이 무슨 의미인지. 지금 나의 경제적 판단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읽기에 딱 좋다. 시간에 맞춰 중간에 끊어질 일이 별로 없을 만큼 짤막짤막하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
나중을 위한 토리텔러씨의 메모
1월 9일 애플의 아이폰 출시일
1월 10일 미국의 스탠더드 오일 설립일
4월 8일 마거릿 대처가 사망한 날
5월 1일 미국 노동절이 탄생한 날
8월 12일 금융실명제를 시행한 날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 파산일
10월 16일 석유파동이 시작된 날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분신일
12월 26일 환율이 달러당 1962원을 기록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