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월홈-
주말에 강원도 영월에 다녀왔다.
세 달 전부터 예약해 둔 숙소가 영월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좋아하던 인플루언서의 youtube 브이로그 영상을 우연히 보고 주말 아침 바로 예약해 버렸다.
세 달 전 예약해 둔 숙소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날짜가 다가오자 너무 멀어 그냥 취소해 버릴까.. 하는 고민이 되었다. 그렇지만 요즘 눈코뜰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뒤로하고 좀 쉬다 오자 하는 마음에 강원도로 출발했다.
금요일 여섯 시쯤 도착하니 영월의 밤하늘은 어둑어둑했다.
숙소에 도착하니 강아지 4 마리와 사장님의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분이 숙소를 안내해 주었다.
사실은 망태와 추억을 쌓고 싶어서 예약한 숙소였다. 강원도의 가을을 망태와 함께 느끼고 싶어서.
(망태는 우리 집 강아지 이름이다)
호스트 분은 다소 이성적이신 분인 것 같았다. lp와 미드센추리 스피커 사용법, 마당으로 나가는 출입문이 고장 나지 않게 잘 사용해 달라고 했으며, 화장실 어메너티를 소개해주고 강아지 4마리와 함께 옆집으로 떠났다.
강아지 4마리 중 한 마리가 망태에게 으르렁해서 처음에는 괜히 왔나.. 내일 같이 산책하려고 했는데 망태를 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침에 일하고 반차까지 쓰고 강원도로 온 우리는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서부시장에서 사 온 닭강정과 서부순대를 맛있게 먹고 마당으로 나가 이리저리 집 주변을 둘러보았다.
강원도의 차가운 공기가 코끝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기분 좋은 공기였다.
첫날을 그렇게 별을 보고 반신욕을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망태와 남편은 정원을 산책했고 나는 반신욕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욕조에 앉아서 숙소에 있는 시집을 꺼내 읽었는데 기분 좋은 향이 솔솔 났다.
응..? 책에 누가 향수를 뿌렸나?
책에서 아로마 향 같은 아주 기분 좋은 냄새가 났다.
반신욕을 끝내고 우리는 영월에서 유명한 칡국수를 먹으러 시내로 향했다.
망태를 처음 유모차에 태웠는데, 앉아있기 싫은지 낑낑거렸다.
그렇지만 유독 남편의 말을 잘 듣는 망태는 아빠가 한마디 하자 등을 돌려버렸다.
그 모습이 너무 웃겨서 우리는 삐진 거 아니냐고 웃어댔다.
그렇게 유명하다던 칡국수는 사실,,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담백한 맛이 나고 국물이 맛있었던 것 같다.
국수를 다 먹고 우리는 커피가 먹고 싶어 졌다. 영월에 오기 전 찾아봤던 중부내륙이라는 카페로 향했다.
이 카페는 지나가다 있는 어느 카페랑은 다르게 한 팀씩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어주면 또 다른 팀이 주문하고 커피를 받는 식이였다. 영포티 느낌(positive)이 나는 사장님이 중간중간 커피를 만드는 모습을 감상하다가 우리 차례가 되어 나는 따뜻한 라테를 주문했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는데 너무 맛있는 것이 아닌가?
일반적으로 먹을 수 있는 라테가 아니었다. 고소하고 크리미 한 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먹고 싶어 진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에 먹을 한우를 사서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서 조금 쉬니 오후 3시쯤이 되었다.
사실 이 숙소의 자랑인 맹자(사장님 강아지 이름이다)와 산책 가기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 우리는 몸을 일으켰다.
다른 숙소 후기들을 보니, 보통은 맹자가 손님 숙소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는데 주변에 보이지 않았다.
호스트분께 전화하니 그냥 집 문을 열고 산책 가자고 하면 동강으로 안내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주인도 없는 집의 문 방충망을 여니 강아지 4마리가 뛰어나왔다.
그중에 누가 맹자인지 알 수 없었지만, “맹자야 산책 가자~”여러 번 하니 한 마리의 개가 앞장서서 갔고 나머지 3마리의 개가 뒤따라갔다. 우리 망태는 아직 그 친구들이 무서워 맨 뒤를 쫄쫄 따라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구불길을 이 강아지 한마리를 믿고 가는 것이 맞나라는 생각이 시골길을 걸은 지 15분쯤 되었을까,,,
도저히 이 길이 동강으로 가는 길이 아니다라는 걸 느낀 순간 맹자가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니 그중 한 마리가 반대로 가는 것이 아닌가.
우선 따라가 보기로 하였다. 구불길을 따라 내려오니 동강이 길 건너편에 보였다.
그렇게 강아지들이랑 산책을 하고 집에 와서 고기도 구워 먹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고, 장작도 태우니 하루가 다 갔다. 장작 가져다주신 사장님이랑 잠깐 스몰토크도 하고!
그리고 망태에게도 올 한 해 수고했다고 케이크(강아지 전용)를 포상하였다.
올 한 해도 유치원에서 뛰어노느라, 분리불안으로 울부짖느라, 산책하느라, 잠자느라, 짖느라 고생했다고.
망태야 너도 올 한 해 지나면 3살이구나, 언제 우리와 함께 2년을 꽉 채워 살았니.
앞으로 더 사랑하자고,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함께 여행하자고 그렇게 우리는 약속했다.
밤하늘을 보며 나누었던 이야기들, 방울이(네 마리 중 한마리의 이름이다)를 꼭 안고 체온을 나누었던 순간, 와인에 곁들인 노래들 잊지 않기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