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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토록 Apr 02. 2021

너의 까다로운 취향을 사랑해.

금토록 예술 기입장 < 3분 에세이 +2 >





“샐러드 주세요. 드레싱은 따로 주시고 애플파이 알라모드도 파이는 데워 주시고 아이스크림은 따로요. 아이스크림은 바닐라 말고 딸기요 없으면 생크림으로 주시는데 깡통에 든 거면 안 돼요.”

“그럼 파이만 줘요?”

“파이만 주시돼 그땐 데우지 마세요.”



 이 자기 취향 확고한 아가씨를 아는가? 사람이 북적이는 뉴욕 한복판의 샌드위치 가게. 카츠델리(katz's deli)의 테이블에 앉은 해리와 샐리는 언쟁을 벌인다. 여성이 성관계 도중 애인이 무안할까 봐 가짜 오르가즘 연기를 한다는 것을 해리에게 납득시키기 위해 가짜 흥분을 끝내주게 펼쳐 해리를 KO 시킨 멕라이언이 연기한 ‘샐리’를 아마 당신도 어느 영상에서 스쳐본 적 있었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유명한 장면 속의 다른 테이블에 앉은 아주머니가 ‘저도 저걸로 주세요.’를 말하게 만든 샌드위치 레시피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1989)’의 여주인공 샐리는 러닝타임 동안 나에게 의외의 인생 목표 하나를 갖게 했다.



‘나의 샌드위치 취향을 알아내겠어!’



한국에 처음 커스텀 샌드위치 가게 서브웨이(Subway)가 들어왔을 때 나는 환호했다. 개개인의 사적인 취향을 존중받을 수 있는 샌드위치 가게라니! 그 뒤로 나는 프랜차이즈 햄버거집과 잠시 이별을 고하고 서브웨이 레시피를 도장깨기 해나갔다.



치밀한 서브웨이. 매장에 가야 하는 게 시들해질 때쯤 딜리버리 서비스도 생겼다. 하지만 배달의 경우엔 가끔 단점이 있는데 직접 매장에 가서 레시피를 제조할 때엔 바로바로 직원분이 샌드위치를 제조해주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기에 실수가 없지만 배달 온 서브웨이의 샌드위치의 레시피는 가끔 틀릴 때가 있었다. 그래도 그냥 먹는다. 소스나 패티가 틀리는 아찔하고 치명적인 실수는 아직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까진 다행히 야채 종류가 틀렸었다) 그리고 이건 당신도 서브웨이를 ‘세트메뉴’로 즐기고 있다면 알고 있겠지만 샌드위치 가게이면서 서브메뉴인 쿠키가 더 맛있기에 만족감에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누구나 까다로워지는 순간이 있는 법! 

샐리처럼 틀리고 싶지 않은 까다로운 취향 한 가지를 꼽자면 분식집 핫도그는 무조건

‘설탕 많이 케챱 조금’이다. 이 조금의 기준은 구불구불하게 뿌린 케챱이 아닌 단호한 일직선을 말한다.



해리는 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샐리에게 고백한다.

I love that it takes you 1 and a half hours to order a sandwich.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면서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당신을 사랑해. )



아 정말이지 ~ 최고의 고백 아닙니까? 저 영화 속의 해리가 우리에게 없다면 혼자 북을 치고 장구를 쳐볼까요? 스스로가 해리가 되어주고 샐리가 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핫도그는 무조건 설탕 필수에 케챱을 일직선으로 뿌려야 직성이 풀리는 나의 취향을 사랑해’

적어보니 멋은 없지만, 맛은 있겠죠? 오늘도 스스로에게 로맨틱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토록: 요즘엔 핫도그가 유행해서 행복합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먹는 인스턴트 핫도그가 언제 이렇게 많이 나왔을까요? 

여러분도 자기만의 사랑하는 취향이 있으신지요? 




오늘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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