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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ba May 11. 2021

미용실 놀이

내 소질은 미용사였던 걸까?

너 우엽이 기억해? 너 6살 때 한 동네 살던.... 응 기억해. 조용해서 방에 들어가 보니 네가 걔 머릴 싹둑 잘라놨었잖아. 미친..... 맞아!! 기억해. 우엽이랑 미용실 놀이를 했었지. 걘 손님이고 내가 주인 했지. 그런데 나도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가위를 가지고 어떻게 진짜 머리카락을 자를 생각을 했나 몰라. 첨엔 티도 안 나게 조금만 자를 생각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한쪽 자르니 다른 한쪽이 길이가 안 맞고, 다른 한쪽 자르면 그 옆이 안 맞으니 점점 짧아진 거야. 귀 윗부분까지 짧아지니까 슬슬 똥줄 타더라. 그때부터는 겁 났던 것 같아. 그때 가위질하면서도 엄마, 우엽이 엄마 얼굴이 아른거렸어. 그에 반해 평온해 보이기만 한 우엽이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어.


드디어 밖에서 엄마랑 우엽이 엄마가 계속 우리 둘을 부르는 거야. 살살 꼬들겨 우엽이한테는 대답 못하도록 했지만 엄마가 방에 들이닥치고서야 모든 사태가 종료됐었지. 맞아. 넌 진짜 특이했어. 너란 애는 정말이지...

엄마가 우엽이 엄마 보고 미안해서 펄쩍펄쩍 뛰는 거 보고 그제야 엄청난 큰 일이란 걸 깨달았지.

저녁에 미용실 가서 머리 다듬고 온 우엽이 보니 미안해서 얼굴을 못 보겠더라고. 머리가 귀위로 올라가 있었거든.

 


엄마, 나 미용사 했어도 잘했을 거 같지 않아?

응. 맞아.

아이쒸! 미용사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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