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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rahn Oct 24. 2021

나는야 빛 좋은 개살구

 동시에 7가지 작업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작업 테이블 위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내가 개살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보기엔 예쁘고 편한 일을 하는  좋은 개살구. 개살구~개살구 - 나아느은야아 개애사알구~ 처량하게 개살구 노동요를 부르면서 작업을 하다가 문득, 개살구가 무엇인지도  모른 것을 깨달았다. 개살구가 뭔지도 모르면서, 그에 빚대어 나의 처지를 한탄하다니. 떳떳하지 못하다. 한탄의 대상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개살구에 대해 알아보기로 했다.


 개살구: 1. 개살구 나무 열매로 살구보다 맛이

                시고 떫다.

          2. 못난 사람이나 사물 또는 언짢은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빛 좋은 개살구: 겉보기에는 먹음직스러운 빛깔을 띠고 있지만 맛은 없는 개살구라는 뜻으로, 겉만 그럴듯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뜻을 읽다 보니 의문이 생긴다.

아니.. 개살구가 먹히고 싶다고 그랬어?

개살구의 존재 목적이 사람에게 맛있게 먹히는 것은 아닐 텐데.

그리고, 맛있다 = 실속 있다. 가 어떻게 성립이 되는 거지?

개살구 나무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개살구라는 열매를 맺은 것뿐인데, 그 존재의 가치를 왜 맛이 있다 없다로 평가받아야 하는 거지?


 그렇지 않은가. 개살구는 애초에 '사람에게 먹기 좋은'열매를 맺을 의도 따위 없을 것이다. 어쩌면 먹히지 않으려고 머리를 쓴 것인지도 모른다. 열매도 사람도 '실속'이라는 한 가지 잣대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실속'으로 나의 존재가치를 평가받고 싶지 않다. 개살구도 분명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못난 법이다. 못난 사람은, 타인의 못남에 대해서 섣불리 비판하지 않는다. 못난 사람을 부정적인 의미로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비등비등하게 못나고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주는 공감과 위로의 힘을 몰라서 그런다.


 그래서 개살구에 빚대어 나의 처지를 한탄하는 대신, 나의 개살구스러움을 자랑스러워하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빛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맛이나 실속과 상관없이, 빛 좋음 자체가 목적인 아름다운 개살구처럼 나도 쓸모없고 사족 같아도 빛 좋은 거 실컷 추구하면서 살고 싶다.

 빛 좋으려고 개인적으로 고생은 많이 하지만, 어느새 그 빛 좋음 알아봐 주는 사람들 덕분에 고생도 나름 할만한 것이어라.

 나는야 빛 좋은 개살구. 빛이 너무 좋아서 만드는 나도 '아 이것이 컬러 세러피로구나!' 같은 탄성을 내뱉게 하는 그런 개살구. 이왕 개살구 하는 거, 정말로 눈부시게 빛 좋은 개살구 되어보자. 그리고 어디선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나의 빛 좋은 개살구 동지들도 반가워요?! 우린 길게 갈 거예요- 아무한테도 먹히지 않을 테니까!


#빛좋은개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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