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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RQUE Sep 20. 2024

담배에서 멀어지기

1. 이제 담배를 끊어야겠다

늘 그랬듯이 '그냥 이참에 끊을까?'

하지만 오래가지 않는다. 담배와 멀어지는 건 첫사랑을 지우는 것만큼이나 어렵고 힘들다. 때로는 아프기까지 한다. 첫사랑은 매몰차게 떠나가기라도 하지, 담배는 절대 스스로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담배와의 인연을 끊지 못한다.


오랜 시간 담배를 태웠다. 수많은 사랑이 스쳤듯, 수많은 연초가 스쳤다. 최근 몇 년간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전자담배로 바꿨다. 자동차도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더니, 담배도 연초에서 전자담배로 바뀌는 희한한 세상이다.


더 희한한 건 전자담배는 전기차처럼 '인체에 덜 해롭다'라고 한다. '유해물질을 덜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니, 믿지 않지만 믿고 싶기는 하다. 전담은 냄새가 안 나서 좋다. 불이 없어 운전할 때 태우기 편하다. 그래서 많이 피우게 된다. 담배를 더 많이 피우게 만든 건 담배회사의 농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전자담배는 맛이 없다.

가장 우측이 최근에 고장 난 KT&G 릴 에이블

그런데 최근 사용하던 전담 기계가 고장이 났다. 늘 그랬듯이 '그냥 이참에 끊을까?' 했다.

사실 담배를 끊어야 하는 이유와 핑계는 차고 넘친다. 전자담배 기계가 고장 났으니 아주 훌륭하고 적절한 근거와 이유가 아닌가.


나 이제 담배를 끊어야겠다!




금연 1일 차


증상

1. 문득문득 딴생각이 난다. TV를 보다가, 똥 싸다가, 밥 먹다가... 문득문득 딴생각이 난다. 계속 담배 생각을 하니 문득문득 딴생각이 난다. 

2.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는다.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다.

3. 입맛이 없다. 그래도 많이 먹는다.

4. 약간 어지럼증 같은 게 있다가 없다가 한다.


노력

1. 가만히 있으면 더 생각난다. 그래서 움직인다. 해 질 녘 양재천을 걸었다. 하늘이 나의 금연을 응원해 준다.

2. 일기를 쓰기로 했다. 무언가 기록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기록을 위해서라도 금연하게 되고, 그동안의 기록이 아까워서라도 담배를 더 멀리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브런치가 작가 신청을 받아줄지는 모르겠다).

3. 금연 어플을 깔았다. 무료판이어서 그런지 허술하다. 그래도 유료결제(7,900원)는 하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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