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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무 글쓰기 May 04. 2024

뇌졸중 염려

친구들과 회식을 하고 일어서다 갑자기 현기증 났다. 방향감각을 나도 모르게 잃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다행히 옆에 있던 친구가 부축해 넘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더 이상 서 있을 수 없어 그만 주저앉았다. 그전에는 신발을 신다가 어지러운 증세는 가끔 있었으나 이렇게 심한 적은 없었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그제야 제정신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미니 뇌졸중이 왔었나 싶었다. 조금만 증세가 심했으면 응급실에 실려 갈 뻔했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뇌졸중에 대한 염려가 많다. 뇌가 죽어 간다는 뜻이다. 13년 전 심방세동을 시술하였다. 그때부터 나는 혈전을 막기 위해 3종류의 약을 먹는다. 심방세동이란 심장이 세밀하게 뛰다가 혈전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심방세동이 뇌졸중에 주요 요인이란 것은 최근에 밝혀졌다. 30년 전만 해도 심방세동이 무슨 병인지 간호사조차 몰랐었다

뇌졸중은 시간이 생명을 좌우한다고 해서 신촌 세브란스에 있는 진료카드를 복사해 동네 근처 서울이대병원에 저장시켰다. 4 시간 이내 치료하지 않으면 치료 기회가 90% 상실된다고 한다. 뇌경색 환자 30%는 65세 이상이고 70대는 50대보다 4배 이상 위험하다고 한다. 수명이 연장되면서 뇌졸중 환자는 증가될 수밖에 없다. 수도관이 오래되면 녹물이 나오는 이치와 같다. 혈관 모두를 하나로 이으면 12만 킬로미터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긴 혈관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게 건강관리에 핵심이다. 이렇게 긴 혈관을 깨끗하 게 하는 일은 인간 능력밖이라고 생각한다.

 지난달  6개월마다 하는 피검사, 엑스레이, 심전도, 홀터검사를 했다. 모두 깨끗하다고 했다. 다음부터는 동네 근처 병원에서 약을 타 먹고  이상 있을 때  오라고 하면서 흉통이 있을 때 혀밑에 1알씩 먹으라고 ‘니트로글리세린’(비상약)을 주었다. 의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담담하게  주의를 주었다. 약은 죽을 때까지 복용하고, 술은 한 잔도 마시지 말고, 테니스는 무리하지 말라고 했다. 14년 전 심방세동을 시술해 주고 계속 관리해 주던 주치의였다. 운 좋게 ‘심방세동’의 권위자를 만나 정상인과 다름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40년 전 심방세동이라고 진단받을 때는 얼마나 위험한 병인줄 모르고 몸을 혹사하며 회사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갔다. 퇴직 후 심방세동 악화로 시술을 해야 했다. 워낙 심방세동이 심해 2차에 걸러 시술했으나 완치를 못했다. 이때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통장 비밀번호와 부동산 명세를 아내에게 알렸다. 

내 병은 상당히 중요한 병이라고 할 수 있다. 뇌졸중 걸릴 수 있는 확률이 정상인보다 10배나 높다고 했다. 뇌졸중이 생기면 나 자신뿐 아니고 처 식구에게 부담 주고, 보험 들어 놓은 것도 없는데 불치의 병이 생겨 혼자 거동을 못 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의사 결정을 못 하는 시점에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양로원으로 가게 될지? 언제 어떻게 될지? 다른 사람보다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관상동맥이 막혀 스텐트를 박은 사람 중에는 임원들이 많았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폐대간소’라고 해서 폐가 크고 간이 작은 사람이 심장이 약하다고 한다.

내 병은 내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다. 40년을 치료하려고 발버둥을 쳐도 낳지 않았다. 죽을 때까지 지혈제를 먹어야 하는 병이다.

노자 13장에 貴大患若身(귀대환약신)이란 말이 있다. 큰 우환을 내 몸처럼 귀하게 여기라는 뜻이다. 우환을 내 몸에서 떠내려고 하지 말고 함께 하라는 의미다. 심장병을 내 몸에서 떠내려 하지 말고 평생 함께할 생각이다. 병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함께 가려고 한다. 병을 이기려면 지고 함께 가려고 하면 낳을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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