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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교환가치

이승환의 경우

by 까칠한 서생

이승환은 영민했다. 개념 있는 연예인은 더러 있지만 용기까지 갖춘 연예인은 매우 드물다. 그런데 이승환은 그 둘을 겸비하고 있다. 개념 있는 연예인은 대개 표현에 소극적이었다. 그런데도 억울하게 탄압받기도 했다. 그러니 적극적으로나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경우엔 출연정지 등 탄압과 불이익이 따라올 게 뻔하고, 경우에 따라 연예인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각오까지 해야 했다. 그런 연예인은 정태춘이나 문성근 등 손에 꼽을 정도로 극소수다. 그들의 용기와 결단은 사전검열 철폐(정태춘)와 진보정권 재창출(문성근)이라는 큰 성과를 얻었지만, 그 이후 연예인으로서 그들의 삶은 힘겹고 고단했다.


그런데 이승환의 경우 그의 개념과 용기는 탄압과 불이익이 아니라, 엄청난 국민적 성원과 공연요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승환은 정치적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라는 구미시의 요구를 거부했고, 이에 구미시는 공연 이틀 전에 공연을 취소했다. 그 이후 이승환에게 전국 각지의 공연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이승환은 예정된 투어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이번 사태에서 응원봉을 들고 나온 '2,30대 개념녀'들과 완벽히 호응한 결과다. 어쨌든 이승환은 당당하고 정의로운 삶이 사회적, 경제적으로도 크게 보상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진보를 적극 취하는 일이 문화자본이나 상징가치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본이나 교환가치가 될 수 있는 사례다. k-컬처의 한 특징으로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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