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족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빅브라더, 라이오넬 슈라이버, RHK, 2014

by 이일영


몇 년째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지만, 살은 빠지지도 않고 오히려 몸무게는 점점 늘고 있었다. 나잇살이라고는 하지만, 유튜브에 올라오는 홈트레이닝 후기 사진들은 적잖은 자극이 되었다. 같은 프로그램으로 운동을 했는데 인터넷 속의 그들은 근육질의 날씬한 모습이었고, 나는 가지고 있던 지방 밑으로 근육을 더 갖게 된 퉁퉁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운동을 그만두라는 책도 읽고, 삼시 세끼 채소 주스만 마시는 식이요법이 있다는 것도 귀동냥으로 들으면서 결국 먹는 걸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다 닿았다.

먹는 걸 조절해야 하니 식품용 저울을 새로 주문할까 할 즈음, 이 책을 만났다.


『케빈에 대하여』라는 작품으로 국내에 유명해진 작가, 라이오넬 슈라이버의 신작 『빅 브러더 Big Brother』큰 오빠, 커다란 오빠라는 중첩의 뜻으로 읽을 수 있는 제목에서부터 현재 내 상황과 어쩌면 이렇게 잘 맞아떨어졌는지. 또, 믿고 보는 작가의 작품인지라 내용이 어떠할지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작품은 UP/ DOWN/OUT 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공한 여동생이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빠를 만나 현재의 오빠 모습에 충격을 받는 UP. 어마어마한 비만이 되어 돌아온 오빠와 함께 체중감량을 하는 DOWN. 그 후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OUT.

전작 『케빈에 대하여』에서도 그녀의 통찰력은 빛이 났었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가 세상을 뚫어보고 표현하는 능력에 다시금 감동받았다. 딱 내 마음, 내가 쓰고 싶은 언어들, 내가 공감하고 있는 감정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작품 속으로 빠져드는 속도는 빨라졌다.

어린 시절, 멋있었던 오빠는 삶의 고비를 겪으면서 고도비만 환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매사에 자신감이 없던 나는 출장뷔페 사업과 주인공의 말을 빌리자면 우스꽝스러운 인형 사업으로 소위 대박을 치고 있고, 잘생긴 남편과 봐줄만한 의붓자식도 둘이나 있는 나름대로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인생을 살고 있다. 즉, 나는 경제력을 가졌고, 내 우상이었던 오빠는 모든 경제력을 상실한 고도비만 환자가 되어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가족인 이 고도비만 환자를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문제가 있는 가족 구성원은 어느 사회, 어떤 가정이라도 고민거리이다. 문제적 가족을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 그가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도와주는 것, 그의 문제를 모른 척 하는 것, 끝까지 보살피고 책임지는 것.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비만이라는 질병으로 다뤘지만, 사실 가족 간의 문제는 다양하다. 질병, 경제력, 감정적 문제 등등. 이러한 문제들이 일어났을 때 피로 묶인 가족들은 과연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 이런 것들에 대한 작가의 문제제기와 그것을 풀어가는 작품 속 가족들의 이야기가 공감대를 더 형성시키는 것 같다.

작가는 비만과 관련해서 인간의 근본적이 욕구, 식욕, 성욕에 대한 것들까지 그 통찰력 있는 시선으로 설명하고 있다.




나는 남편보다는 점심 식사를 생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 시간이 남으면 레몬 머랭 파이를 먹은 것을 후회하며 내일 아침은 거르겠다고 맹세하거나, 냉장고를 열어 보고 먹다 남은 펌프킨 커스터드를 해치우려다 꾹 참고 다시 닫아 버리는 등, 오로지 거의 먹을 것에만 신경을 써 온 것 같다. p13


우리는 단순히 맛에 저항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음식 그 자체로는 보상을 얻을 수 없어서 더 먹는다. 음식을 섭취하는 과정에서 가장 호사스런 경험은 한 입을 먹고 난 후와 다음 한 입을 먹기 전의 경험, 즉 방금 전에 먹은 한 입을 기억하고 곧이어 먹을 또 한 입을 고대하는 일이다. 실제로 먹는 부분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먹는 낙이 그토록 애를 태우는 동시에 그토록 위험한 것이 되는 이유는 이렇듯 계속 갖고 있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열등한 일일까? 그건 잘 모르겠다. 우린 동물이다. 사실 식욕은 그보다 부수적인 성욕과 비교했을 때 인간이 하는 거의 모든 일에서 훨씬 더 큰 자극제가 된다. 그렇다면 자원 경쟁에서 뚜렷하게 승리한 사람들, 즉 우리들 가운데 가장 뚱뚱한 사람들은 생물학적 성공 사례들을 높다랗게 쌓고 있는 셈이다. p14


내가 나의 사진을 볼 때마가 가장 먼저 가늠해 보는 것은 몸매이다. 어떤 사진을 특히 좋아한다면 그것은 그 사진에 의미 있는 일이 담겨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날씬하게 나와서이다. 내 사진들을 좋아하는 순서대로 배열해 보라고 한다면 아마 점진적인 몸매의 변화와 완벽히 일치할 것이다. p176


이렇게 과도하게 살에 집착하는 것이 외부적인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자초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건 두 가지뿐이다. 첫째, 자신의 사진을 나와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나 뿐 만이 아니다. 둘째, 자기 사진을 볼 때 ‘몸매를 보는’ 것은 여자들만이 아니다. P177


통계학적으로 100킬로그램 이상 감량한 거구들이 결국 원상 복귀를 해서 장기적으로는 평균 감량 체중이 3.2킬로그램에 불과하다 P453




한 때, 아니 지금도 역시 그런 고민을 한다. 우리 가족 중 누군가가 어떠한 문제를 앉게 되었을 때 나는 어디까지 도와야 하는가. 상상 속의 문제들은 수도 없이 많고, 그 끝은 결국 경제력으로 귀착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경제력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삶에 유연함이나 여유는 부족하다.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경제력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내가 사표를 쓰는 일이 결코 쉽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현재 직장을 잃을 수도 있고, 적금을 전부 탕진할 수도 있다. 아무 수입도 없이 살아가게 되는 것이 나는 무섭다. 휴가를 마음대로 쓰지 못해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껴도 이 경제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가족 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나의 경제력으로 그를 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비만이든, 치매이든, 경제적 궁핍이든 간에.

라이오넬이 이 작품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비단 비만에 관한 부분만은 아닐 것이다.

가족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피로 묶인 그들의 인생을 어디까지 책임져 주어야 하는 가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실제 고도비만 환자였다는 오빠와의 경험으로 이 작품을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의 문장에서 마음을 치는, 동감할 수밖에 없는 감동들이 곳곳에 숨어있었던 것 같다. 겪어봤기 때문에 알 수 있는 감정적인 문제들에 대한 감상들과 같은 것들.

또한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번역가 덕분이었다. 국내 정서에 맞는 적절한 단어와 그것의 재배 치를 통해 몰입도 높은 작품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번역가의 능력이 새삼 놀랍다. 라이오넬의 작품을 만나면서 또 한명의 훌륭한 번역가를 만날 수 있던 것도 참 감사하다.

국내에도 고도비만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가 들리는 요즘, 한 번쯤은 나의 식욕과 음식을 대하는 자세, 몇 킬로그램 감량을 한다고 해서 나의 인격이 바뀌는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이에 대한 그녀의 결론은, 오빠의 문제를 인식한 그녀의 결론은, 결국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살을 몇 그람 빼고, 살이 몇 키로쯤 찐다고 한들, 나는 그대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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