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장강명, 민음사
내가 학부생일 때만 해도 어학연수라 느니 유학이라느니 요즘처럼 이렇게 필수항목이지는 않지 않았나 싶다.
그저 유복한 집의 누군가, 외국 문물을 좋아하는 누구가 가는 특이한 이력 정도 였던 것 같은데,
요즘 졸업하는 친구에게는 거의 필수 항목이라고 한다.
물론, 직장생활을 하다가도 떠나는 판에 졸업을 위한 항목이겠느냐 만은.
사실, 나는 영어나 어학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어학을 다루는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어 외의 언어는 나에게 공포감 그 자체였다.
중학교 시절, 최초의 영어 시간에 나만 알파벳을 몰랐고, 영어 선생님은 그저 카세트 테이프만 반복해서 틀어주었기 때문에 흥미를 가질 수 조차 없던 상황이랄까...
그렇게 그렇게 어찌어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이라는 데를 갔는데 여기는 더 가관이었지.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아주 기초 영어였기 때문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과목을 패스할 수는 있었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영어는 필요를 느끼고는 있으나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근래 한국에서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믿을 수 없는 사건, 사고, 갑질 횡포, 질병 창궐 - 그래, 창궐이다. 조선시대 같은 가난과 전염병 창궐 - 같은. 그런 일들 말이다. 이런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정작 국가의 보호가 충분치 않다는 생각이 들던 요즘이다.
그. 래. 서.. 이민 가고 싶다. 이민 가고 싶다. 능력만 된다면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런 생각에 항상 걸림돌이 되던 것은 영어였다.
[한국이 싫어서]의 주인공도 그러했다.
유복하지 않은 집안, 그저 그런 중상층 대학, 잘나지 않은 외모, 무엇 하나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이 없었다. 그래서 호주를 택했고, 그녀는 떠났고. 거기서 인생을 배운다.
호주에 가면 영어는 다 되는 줄 알았다. 어린시절 나는. 그런데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그렇지 않더라. 뼈 빠지게 일하고 치열하게 공부하고, 어쩌면 한국보다 더 어렵고 힘든 삶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호주를 택했고, 이제 멋있어진 그녀의 남자친구가 한국에서의 삶을 같이 꿈꾸자고 하는데도 떠난다.
호주에서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부러웠다.
혼자 힘으로 개척하고 잘 나갈 일만 남은 그녀가.
한국의 계급사회가 싫으면서도, 갑질의 횡포에 놀아나는 이런 대한민국이 안타까우면서도 나는 섭부르게 해외생활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건 어린 시절부터 대학만 졸업하면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은근한 압박과 영어에 대한 두려움과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이었으리라. 요즘 친구들이 해외로 세계여행이다, 어학연수다, 하면서 떠돌 때, 그들이 적어놓은 글들을 훔쳐보며 그저 부럽워만 하고 있다. 실제 행동하지 못하는 내가 한심하기도 하고. 매일매일 내 삶은 지금 행복하다 라는 주문을 걸면서 괜찮은 인생이라는 당위를 찾고 있다.
한국이 싫어서 호주를 택한 그녀의 삶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테지만, 그래도 그녀가 두고 떠난 한국보다 훨씬 나은 삶을 살기를 기도한다.
내가 가지 못한 길 위에서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