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서 매일매일

혼자의 가정식. 신미경. 뜻밖. 20191225

by 이일영

크리스마스다.

이브였던 어제는 나름 기분이라도 내자며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늦게까지 이브를 즐겨보겠노라는 야심 찬 계획은 지키지 못한 채 이른 잠자리에 들었다.

이른 취침에도 오늘은 평소보다 늦게 기상했다.

다섯 시 반부터 울어대는 알람을 꺼가면서 일부러 늦게 일어나 창문을 열고 환기를 하면서 집안을 쓸고 닦았다. 내 집은 아주 작아서 빗질 몇 번. 걸레질 두어 번이면 청소가 끝난다.

청소를 끝내고 난 후에는 정성 들여서 두 시간 동안 요가를 했다.

오랫동안 수련하지 않아서 몸이 굳었으려나 했으나 다행히 여러 시퀀스들을 무리 없이 수행하고 개운하게 샤워 후. 그제야 부엌으로 들어갔다.


평소라면 눈뜨자마자 부엌으로 출근해서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하겠지만 오늘은 휴일이었으니 나름의 늦은 출근을 했더랬다. 베이글을 굽고 샐러드를 만들고 휴일이니 모카포트로 커피도 준비했다. 출근을 하는 평일에는 누릴 수 없는 여유들이기에 아주 천천히 손을 움직이고 몸을 부리면서 순간순간에 집중을 했다. 그리고 맞은 오후에는 출간되자마자 읽기 시작했지만 끝을 보지 못했던 책을 들었다.


「혼자의 가정식」

저자의 전작이 아주 마음에 쏙 들어서 신간 알림을 해두고 구입했던 책이었는데 이번 에세이는 어쩐지 잘 읽히지가 않아 속도가 붙지 않았더랬다. 한 꼭지 한 꼭지 모두 정성 들여 써 내려간 글들이라는 것이 느껴졌으나 어쩐지 숨이 막히는 기분이랄까. 아마도 나의 생활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일수도 있었으리라.


저자는 여전히 조용하고 균형 잡힌 생활들을 이어가고 있는 듯했고 매일매일의 간단한 식사를 소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꼭지는 파스타 독서회였는데 혼자이면서도 의식과 규칙을 정해 평범한 일상을 이벤트로 만드는 상황이 흥미로웠다.


퇴근 후 매일 새 밥을 짓고. 전날 저녁에 다음날 아침과 도시락을 준비하고 나의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조금 더 쓰는 등. 저자는 여전히 나와 비슷한 일상을 가꾸고 있어 반갑기도 하고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파스타 독서회라든지 봄을 맞으며 준비하는 표고버섯 주꾸미 초무침이라던지 겨울의 딸기라던지 일상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 저자의 필력 또한 여전히 부러웠고.


매일의 루틴이 아직 자리잡지 않은 사람에게는 꼭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손으로 만든 건강한 집밥이 먹고 싶어 질 테니.

집 밥이라는 것은 거창할 것이 없는 막 지은 새 밥. 뜨끈한 된장국. 잘 익은 김치 한보시기 정도이니.


Ps. 그런데 어쩜 이렇게 식성도 비슷한지. 나 역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제일 생각나는 것이 된장국이오. 고기는 그 냄새 때문에 피한지도 오래다. 엄격한 채식주의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한 번쯤 저자와 만나고픈 생각이 내내 들던 독서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