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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일영 Sep 01. 2015

2015년 여름 , ​전염병의 공포

네메시스, 필립 로스, 문학동네

2015 름. 한국은 중동에서 온 메르스라는 전염병 공포에 떨었다.

5 말부터 시작된 전염으로 하루가 다르게 염자들이 속출했, sns 인터넷을 통해서 루머는  끊임없이 발생했다

이번 여름 아주 오랜만에 해외여행 계획했어서  이러한 전염병 발생이 짜증스러웠다. 외신에서는 한국인의 국을 막느다느니 중동  가인 한국에서 이상하리만치 전염병 확산이 이루어진다느니, 한국 정부의 대처는 문제가 있다느니 하면서 공포 조성했다. 

 전염병이 창궐한 상황이었지만.  여행 취소할 수 없었던  지금 아니면  갈 것 다는 어떤 예감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염 나를 비켜가지는 않을 것 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걸릴 거라면 결국 리게 될 거라는 운명론적 생각이었달까



 결국 여행은 예정되로 진행했고 다행히도 전염병은 나를 피해갔다. 물론 공항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지만,  넓디넓은 인천공항을 꽉 채운 여행객을 보고서는 안심이 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긴 여행, 사실 긴 여행이라고 해봐야 4~5일이 전부지만, 그런 여행 때마다 꼭 챙겨가는 게 책이다.  이번 여행에 함께 한 책은 필립 로스의 [네메시스]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폴리오라는 전염병을 다룬 이 책은 2015년 한국의 여름과  유사했다. 폴리오라는 전염병이 발생하면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다루면서 책임감을 갖은 교사의 심리는 어떻게 변하가는 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다. 

 

 폴리오 (poliomyelitis) 
소아마비 [小兒痲痺, poliomyelitis] (특수교육학 용어사전, 2009., 국립특수교육원)
폴리오(polio)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추 신경계 특히 척수의 전각 세포 및 뇌간(腦幹, brain stem)의 일부 운동핵이 침범되어 급성 감염이 발생하고 그 결과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신체 마비와 변형이 초래되는 질환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소아마비 [小兒痲痺, poliomyelitis] (특수교육학 용어사전, 2009., 국립특수교육원)


소아마비다. 백신이 개발되기 전 상황으로 아이들을 중심으로 폴리오마이러스가 퍼지면서 마비 증상이 오고 심 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전염병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백신이 개발되긴 했지만, 아직까지도 소아마비는 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서는 무서운 질병 중의 하나이다. 질병 자체보다 그 뒤에 남는 후유증 때문에 공포감이 더 심해지는 병중의 하나인  듯하다. 이 작품에서는 원인과 치료법을 알 수 없는 이 무서운 전염병이 인간의 마음을 어떻게 침식해 가는지를 보여준다.

  양심을 저버릴 수 없는, 책임감을 가진 교사, 그 교사의 인생을 이 전염병은 어떻게 망가뜨리고 있는가. 


전반부는 폴리오가 창궐하는 시점에 놀이터 교사를 하고 있는 켄터선생님의 시점으로, 후반부는 그 놀이터에서 켄터선생님의 지도를 받았던 아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그의 책임감이 그의 인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지, 그가 전염병으로 인해서 잃어버린 것들이 후반부로 갈수록 드러난다. 알 수 없는 상대에 대한 공포와 예측할 수 없는 결과, 그 공포를 지나고 난 후 맞닥뜨리게 된 결과를 수용하는 과정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필립  로스라는 작가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이 대한 작품이었기에 선입견이 없었지만, 읽어내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독자라는 제 3자의 입장이어서겠지만, 어쩜 이리도 답답한지, 전염병은 그의 잘못이 아닌데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내 나라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서 감정이입이 크게 되었던 것도 같지만, 지나친 책임감으로 인생을 망가뜨리고 있는 주인공의 태도가 읽는 내내 힘들게 했다. 


 비극이라는 것, 그것을 그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비극을 죄로 바꾸어야만 했다. 벌어진 일에서 필연성을 찾아야만 했다. 
유행병이 생겼고 그에게는 그것을 설명할 이유가 필요하다.
그는 왜냐고 물어야만 한다. 왜? 왜? 그것이 의미 없고, 우연이고, 터무니없고, 비극적이라는 말로는 만족하지 못하다. P266


버키, 켄터 선생님은 폴리오 창궐에 있어서 자신의 죄를 찾았다. 


저는 1944년 그곳 위퀘이크에서 한 여름에 걸쳐 벌어진 사회적 비극을 겪었지만 그것이 평생에 걸친 개인적 비극이 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P269

 

그의 제자 역시 그처럼 폴리오로 인해 장애를 얻었지만, 폴리오의 정신적 후유증을 극복했다. 



세상에 망가진 착한 소년만큼 구원하기 힘든 사람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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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슬러 놀이터와 인디언 힐 양쪽에 초래된 대재난은 그의 눈에 자연의 악의에 찬 부조리가 아니라 그 자신이 저지른 큰 범죄로 보였고, 이런 생각 때문에 그는 자신이 한떄 소유했던 모든 것을 내놓고 인생을 망혔다. 버키 같은 사람의 죄책감은 남이 보기에는 터무니없지만, 사실 불가피한 것이다. 그런 사람은  구제할 수 없다. P274


그랬다. 버키는 전염병으로 모든 걸 잃었다. 그 스스로 그렇게 되길 원했다. 


짧은 4일의 휴가 기간 동안 읽어내기에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글 초반의 몰입도 힘들었고, 후반부로 갈수록 이 주인공에 대한 답답함이 가슴을 치게 만들더라.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왜 스스로를 고립시키는가 하는 생각들이 끊임없이 들었다. 올 여름 한국을 덮었던 메르스 공포로 가족, 지인을 잃은 사람들의 뉴스가 끊이 없이 나오면서 우리 사회와  동일시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위퀘이크에서  폴리오가 그랬던 것처럼, 다행히 한국에서 유행하던 메르스는 여름을 기점으로 조금씩 잦아들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매스컴에서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도 점점 옅어져 갔다. 

메르스가 남긴 것들 중에는 분명 버키 같은 사람도 있을 터인데, 알 수 없는 공포로 인해 무너진 사람들. 


뜬금없지만, 

천혜의 3대 비치라는 화이트 비치를 보면서 읽어 내린 이 책은, 자연의 힘은 거스를 수가 없구나. 결국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한다는 뜬금없는 결론을 얻게 했다. 도망치려 해도 자연이 하려는 것을 피할 수는 없는 것. 


두려움은 우리를 나약하게 만들어
두려움을 우리를 타락시켜
두려움을 줄이는 것, 그게 자네의 일이고 내일이야 
P110

그저 다가오는 상황에서 공포를 줄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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