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빌라를 소개합니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연꽃 빌라 그 후, 일하지 않습니다

by 이일영

저금 생활자를 지향하다

세 평의 행복, 연꽃 빌라

무레 요커, 레드박스, 20141121


의식주만 해결된다면 이놈의 회사 때려치워야지.

로또만 된다면 미련 없이 떠날 거야.

일상의 피곤함이 쌓여 피로한 나날이 계속되는 날들이면 가끔 로또를 사곤 한다. 천 원에서 삼청원까지. 삼천 원 그 이상으로 초과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법칙을 잘 지켜오고 있던 날들이었는데, 최근 들어 슬금슬금 금액을 올려 구입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급기 야 지난주에는 오천 원 상당의 복권을 사고 나서 혼자 흠찍 놀라고 말았다.

무레 요코는 따뜻한 글을 쓰는 작가로 알려진 일본의 소설가이다.

우리나라에도 마니아층을 만들었던 [카모메 식당],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 같은 소박하고 정감 있는 작품들을 써 온 작가다.

연꽃 빌라도 그녀의 따뜻한 시선이 한껏 들어있는 작품이길 기대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던 쿄코는 45살이 되어서야 간신히 어머니로부터 도망칠 수 있었다. 멋들어진 이층 집을 놔두고 다 쓰러져가는 작은 다다미 방이 있는 연꽃 빌라로 독립하면서 드디어 그녀는 스스로의 삶을 살게 된다. 광고인으로 살면서 모아두었던 그녀의 적금을 가지고...



세상에 연금생활자들이 있다면 교코는 저금 생활자이다. p31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연금생활자에 대한 부러움은 매한가지인가 보다. 작가는 연금생활자들을 언급하면서 교코를 저금 생활자로 묘사하고 있다.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남은 일생 유유자적하면 살겠다는 그녀의 삶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보기에는 위험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그녀가 택한 삶이고 그녀의 행복을 위한 삶이라면.

본인 스스로 선택한 삶에 만족할 수 있다면 남들의 시선 따위에 무슨 상관이겠는가.


평생 살아온 주택에서 나와 공동 화장실과 공동 샤워실, 눈이 내리는 단칸방에 자리 잡은 교코는 멋있는 할머니 구마가이 씨와 젊은 여행자 고나쓰씨, 험한 요리사 밑에서 일을 하는 사이토 군을 이웃으로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백수의 삶.

흐르는 강물에 제 몸을 맡긴 사람은 기분 좋게 흘러가지만, 도중에 문득 정신을 차리고 강물을 거슬러 오르려는 사람에게 현실은 고달프다. 아무 생각 않고 매 순간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긴 사람은 흘러가는 데 능숙해져 오히려 그쪽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교코는 이 나이가 되어 뒤늦게나마 간신히 결단을 내린 것이다 p55


마흔다섯이 되어서야 독립을 결심한 그녀의 삶이 모든 것이 순조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녀의 방에는 겨울이면 눈이 내릴 것이고, 여름이면 습기와 모기떼로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야 흐름에 몸을 맡기게 된 그녀의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되었다.

내가 행하지 못한 일을 대신해주어서, 내가 하고 싶은 삶대로 도서관을 가고 잘 내린 커피를 마시고. 동네 마실을 다니며 사는 홀홀 단신의 그녀여서 부럽고 또 부러웠다.

매주 요행을 바라며 로또는 사지 않는 그녀의 삶이 평화로운 것은 그만큼의 욕심을 버렸기 때문이리라.

어느 순간에는 연꽃 빌라에 혼자 남게 되기도 하고, 눈이 내리는 방이 너무 추어서 라디오 체조를 따라 하기도 하는 그녀지만.

연꽃 빌라가 쓰러져 없어지지 않는 이상, 그녀는 그곳에서 씩씩하게 저금 생활자로 살아갈 것이다.

일본의 조용한 어느 도시에 있을 것만 같은 그녀.

언젠가 나도 저금 생활자로서 생활하기를 기대한다.

더 이상 로또의 요행을 바라지 않아도 되는 무욕의 마음이 어서 찾아오기를,

지난주 구입한 삼천 원짜리 종이를 찢어버리면서 바란다.


연꽃 빌라 그 후, 일하지 않습니다

무레 요코, 레드박스, 20150319


연꽃 빌라 이야기가 2탄이 나왔다

적금 생활자로 생활하는 쿄교에게 맘껏 위로받았는데 또 이런 따뜻한 이야기가 금세 나와주었다.

지난번 연꽃 빌라에 정착한 그녀의 이야기는 팍팍한 생활에 꿀 같은 단비를 내려주었는데,

이번에는 그 후의 이야기란다.

그래 일단 이주는 했지만, 줄어드는 예산과 비바람 치는 빌라에서 견뎌내질 못했을 거야.

더 불행해진 이야기는 아니기를... 바라며 읽어내려갔는데

어쩌면 이렇게 위로가 되는 상황들만 나오는지.

무레 요코의 이야기에는 큰 사건이 없다.

그저 잔잔하게 일상이 이어질 뿐이고, 그 속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강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녀의 화법이 참 좋다.

영상으로 만났던 <빵과 수프, 고양이가 함께하기 좋은 날> 같은 드라마처럼.

아주 잔잔하지만, 편안한 그녀만의 분위기가 작품을 읽는 내내 내 주위를 감싸고

있었던 것 같다.





처음은 2년 전, 그다음이 벌써 1년 전.


연꽃 빌라 이야기를 읽고 나서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나버렸다.

홀로 사는 비혼 여성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설이 과연 재밌을까 싶었지만, 내 마음을 완전히 끌어당겼고 그 후의 이야기도 출간되자마자 찾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큰 사건 사고가 없는 일상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된 나이지만,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상황은 조금 씁쓸하다. 큰 변화는 아니더라고 저금 생활자에 조금은 가까워졌으면 좋았을껄하는 후회가 드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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