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삶.

싱글로 살다, 리즈 투칠로, 김마림 옮김, 미메시스, 20160501

by 이일영

내 기준에서 만큼은 미국인들처럼 섹스에 대해서 쉽게 설명하는 인종은 없는 것 같다.

침대에서 끝내줬다. 그의 키스는 날 사랑받는 여자처럼 느끼게 해줬다 등등. 통속적이고 저렴한 표현들을 아주 잘... 쓰는 작가들은 미국의 로맨스 작가들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좀 가볍고 미국 드라마를 보는 듯, 별생각 없이 읽을만한 소설은 미국 소설인 듯하다.


일본 소설이 가벼운 진중함을 지녔다면 미국 소설은 가볍고 가볍고 또 가벼운 질감을 가진 느낌이다. 사실 『싱글로 산다』 는 제목에서부터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저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인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고,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라는 연애 관련 도서까지 쓴 사람이다. 그녀의 첫 소설이라는 이 책이 술술 읽히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그녀의 책에는 다섯 명의 싱글, 돌아온 싱글인 여성들이 등장한다.

나름의 고충과 고민을고 싱글로서의 삶을 보여준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인공인 줄리는 출판 홍보인으로 일을 하다가 전 세계 싱글여성들에 대한 삶을 글로 써보겠다며 세계 여행을 떠난다. 로마, 파리, 호주, 발리, 중국, 인도 등을 거치면서 각 나라의 여성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듣고, 그러는 와중에 멋진 유부남과의 데이트도 즐긴다.

프랑스 여인들의 자존감을 만나고, 젊은 여성만이 대접받는 호주를 지나, 속절없이 빠져드는 유부남과의 데이트를 위해 들른 발리에서는 섹스를 찾아 발리까지 온 서양 여자를 만난다. 중국에서는 유부남을 쫒아온 부인에게 욕설을 듣고, 아픔을 치유하러 간 인도에서는 가족들의 주선으로 반나절만에 결혼을 결심하게 되는 여성을 만난다. 또한 인도의 끔찍한 빈부격차를 느끼기도 한다.

그녀 여행의 종착지는 아이슬란드였고, 그곳에서 그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결론, 나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장장 622페이지나 되는 소설은 미국 소설답게 술술 읽힌다. 아주 현실적인 내 시선으로는 이리저리 비행기를 타고 다니고, 친구들도 모두 잘 나가며 줄리의 여행에 훌쩍 따라붙을 수 있을 만큼의 능력 있는 싱글여성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다. 내가 지나치게 현실주의자인 것을, 소설은 소설로만 받아들여야 하고 그들의 생활을 현실의 금전 감각으로 해석해서는 안되지만, 나를 사랑하라는 결론을 얻기 위해 수백의 돈을 써가며 비행기를 타고 이리저리 날아다닐 여유가 있는 그녀들이 과연 우리 주변에도 있기는 한 것일까?


리즈 투칠로가 전하는 싱글로 살아가는 11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절친은 필수다

2. 정신줄은 꽉 잡아라

3. 결정했다면 행동하라

4. 상황에 맡겨라

5. 섹스를 이해하라.

6. 통계는 참고만 하라.

7. 가끔은 절실함을 인정하라.

8. 질투심을 조심하라.

9. 엄마가 될 가능성을 생각하라.

10. 연예 말고도 중요한 것은 많다.

11. 기적을 믿어라.


꽤 긴 소설이었고, 진행의 호흡도 좋았다. 썩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는 읽어 낼 만한 작품이었고, 간간이 공감이 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런데, 글은 참 쉽다. 는 생각이 줄곧 들었다. 글로 써내는 건 참 쉽구나. 싶은. 신용카드로 당장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다음 행선지는 파리다. 이번에는 중국을 가볼까. 하는 그런 것들. 줄리는 누군가를 만나보기로 했다.라는 것들이 어쩐지 글로 쓰여서 너무 쉽게 읽힌다 싶었다. 현실에서는 오랜 고민이 있어야 될 것들이 글로 쓰여서 아주 쉽게 처리되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쉽게 말하는 상황이 이 작품만은 아니겠으나, 왜 유독 이렇게 쉽게 느껴지는 것인지.

어쩌면 그녀의 전작들에 대한 선입 견일수도 있으리라.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향력은 실로 대단했으니까.



사실 나는 항상 시끌벅적한 여자 친구들의 무리 속에 있기를 바랐고, 그런 하나의 떼거리 같은 친구들이 생기기를 원했고, 가족 같은 친구들을 가졌으면 했지만 이상하게 그런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을 떼거리로 만나 다 내 친구들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 마치 한 그물로 여러 마리의 로브스터를 잡듯이 말이다. 어쨌든 어쩌다 한 동네에 살게 된 한 무리의 여자들이 만나 친구가 되고 서로 사생활과 속내를 털어놓는이가 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고 그래서 그만큼 멋지고 동경할 만한 일이지만 나로서는 아쉬운 대로 텔레비전에서나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껴야 할 것 같다. p49


일에도 싫증 난 지 오래였다. 내가 싫어하는 일들을 하는 것도, 그렇다고 당장 그걸 어떻게 해보기가 두려운 내 자신에게조차 싫증이 났다. p74


때로는 맥주 캔이 내 얼굴로 날아와 떨어지는 날도 있다. 원래 삶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그런 것에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p245


내가 아는 수십 명의 똑똑하고, 재미있고, 성공했고, 매력적이고, 제정신이고,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직업적으로 성했고, 매력적이고, 건강한 삼십대 중반에서 사십대 중반의 뉴욕 여자들은 다 싱글이다. 그냥 <잠깐 남자친구가 없는> 싱글이 아니고 몇 년 내내 혼자인 싱글이다. 한 커플이 헤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때, 나는 그 커플의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빨리 다른 사람을 사귈 거라는 것을 당연하게 알고 있다. p272


일단 돈은 당신에게 당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또 원하지 않는 것을 안 해도 되는 자유를 준다. 그래서 당신은 행복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불행에는 적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결국 돈은 행복을 사는 것이다. p434


우리들은 절대 혼자서 삶을 견디라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다. 그건 우리 인간 본성에 반하는 것이다. 싱글인 사람들은 동정받아야 마땅하다. 우리 싱글들은 확연한 결핍 속에 살아간다. 사랑으로부터 거부당하고 있다. 그리고 인정하자.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사랑>이란 말이 사실이라고, 사랑만고 모든 것을 가지고 있지만 내 삶은 여전히 공허하니까 p551


우리는 우리 자신을 집요하게 쫒아 다녀야 하며, 그만큼 에너지를 쏟아부어 우리를 사랑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 내면의 바이킹을 발견해야 하고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가능한 만큼 최대한 용감하게 사랑해야 한다. 그렇다 내 생각에 우리는 지독하게 우리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게 되다니 나도 유감이다. p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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