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었나? 욕망이었던 것 같다.

스포츠와 여가, 제임스 설터, 김남주옮김, 마음산책,20150615

by 이일영

줌파 라히리가 제임스 설터의 작품 [가벼운 나날]에 대해 "작가로서 이 소설에 부끄러울 정도로 큰 빛을 졌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제임스 설터는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려진다. 천운영은 제임스 설터의 작품을 '줄곧 빛을 포착해내는, 가늘게 반짝이는 파편'들이다,라고 했다.


이 작품을 읽는 동안, 일본영화 [감각의제국]이 생각났다. 남자와의 정사에 집착한 나머지 남자의 성기를 잘라 낸 여성에 관한 이야기. 감각, 말초신경, 성의 관능적이 부분만을 묘사한 영화와 작품으로 일맥상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워낙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이라서 읽어봐야지 했던 작품이었는데, 왜 감각의 제국만 자꾸 생각나는 것일까. 고상하지 못한 나의 독서편력때문인 것인지. 단편적으로 풀어내는 그의 작법이 쉽지 않았다.

천운영이 말하는 것처럼, 빛의 파편들을, 글을 조각내서 한편 한편 감질나게 보여준다고나 할까?

서사에 익숙한 나에게는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근래에 집어드는 소설을 왜이렇게 읽어내기 어려운 작품들인지 읽는 동안 꽤 힘이 든다. 펼쳐 든 이상 끝을 봐야 하는 성격탓에 놓지도 못하고 계속 끙끙대며 결국 끝을 보이는 했지만, 어렵다. 조각난 글들을 끼워맞춰가며 읽는 일이 힘겨웠다.


스물다섯의 청년 딘은 열 여덟의 소녀 안마리를 만나 끊임없이 사랑을 나누고, 그녀를 갈망하다가 종국에는 그녀로부터 도망간다. 그 과정이 화자의 시선으로 조각조각 보여지고 그리고 그들의 철없는 사랑의 행위가 적나라하게 묘사되는 작품이다. 출판사의 카피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빛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정교한 은 세공품

심장을 건드리는 것 같은 쓸쓸한 포르노그래피



그런데 나는 그저.

사귀던 여자와의 섹스에 싫증 난 남자의 비겁한 도망치기 같았다. 한때는 열렬히 그녀를 원했으나 이제는 싫증나버린, 그녀와의 시간도, 그녀에게 쓰는 돈도 아까워져버린 연예의 끝. 한때는 고상했던 목련의 마지막을 보는 것처럼 지저분하고 불편했다. 결국 그는 도망갔고 우연인지 벌을 받아서인지 여동생을 만나러 가던 중 차사고로 죽고말았다. 젊었던 그녀는 도망치는 그를 잡지도 못했을 뿐, 그와 헤어지고 난 후에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도 갖었다. 그리고 "아주 바람직한 그런 삶 속에이 뿌리를 내렸다 p268

연애가 끝나는 시점은 항상 그렇다.

깔끔하지 못하고 지분거리며 서로의 밑바닥까지 보게된다.

그리과연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너였을까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되는 일이, 바로 연애의 끝이다.

사귀는 동안에는, 몸을 섞는 동안에는 너는 나 뿐이고 나에게는 너 뿐이다 라고 하지만, 그 것이 끝을 향해 갈 때에는 서로를 견딜 수 없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연애고 사랑이다.

아, 지긋지긋한 사랑타령.

그의 작품에서 도망가는 딘과 그를 잡지 않는 안마리도 알고 있었으리라

연애의 끝은 항상 이렇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