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고 싶다

디지털 노마드, 도유진, 남해의 봄날 20170610

by 이일영

처음 "남해의 봄날" 출판사를 접했을 때만 해도 사무실이 통영에 있다고?

홍대나 파주가 아니고?

잘 버틸 수 있으려나?

하는 쓸데없는 걱정을 했더랬다.

폐업하는 출판사들이 지척인데 수도권에서 한참이나 멀리 있는 통영에 있다는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작은 지방의 출판사가 그에 걸맞은 책들을 꾸준히 출판하면서 아주 잘 버티고 있다.


이것도 그 출판사와 어찌나 잘 어울리는 책인지.

디지털 노마드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전 세계의 경계가 없어지면서 나타난 직업군이라고 할수 있겠다. 여행도 하고 일도 하는 꿈의 인생이랄까?!


책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 알리고 현재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또한 노마드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겸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은 짚어내고 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기에 디지털 노마드라 함은 IT업계 종사자들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만은 안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꿈의 인생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 이면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눈감지 않았다.


5년 전쯤.

매일 출근하는 삶이 지겨워

번역가를 꿈꾸며 원격대학으로 편입을 했더랬다.

정규대학을 졸업한 지 8년 가까이 된 후였다. 공부는 즐거웠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것도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도 신선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일상의 생활에 치여 겨우 졸업만 했을 뿐.

꿈꾸던 번역가도.

프리랜서의 삶도 잡을 수 없었다.

모두 나의 게으름 때문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허송세월을 보내버린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때 더 열심히 했더라면 좀 더 치열했더라면 지금쯤 내 삶을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을 텐데.

여전히 나는 지겨워하는 던 회사에 소속되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씻고 무시무시한 2호선 강남역행에 몸을 싣고 왕복 2시간이 넘는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그랬다지.

"어제와 같은 삶을 살면서 인생이 바꾸길 바라는 것은 정신병이다"라고.

그렇다면 나는 정신병에 걸린 채 살고 있는 거다.

매일 출퇴근 지하철에서 내일은 이곳에 있지 않기를.

1년 후에는 다른 곳에서 좀 더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니까.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머리로만 알고 있다. 나는 정신병뿐 아니라 몸에도 병이 있는가 보다.


디저털노마드의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있는 여행지가 마냥 부럽다기보다는 그들이 자신의 삶을 제어하고 있다는 주체성이 놀라웠다.

한국에서만 쭉 살아온 나로서는 내 삶의 주체성을 갖는 것조차 눈치를 봐야 하는 콱 막힌 사회에서 숨 쉬고 있으니 그들의 실행력과 인생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가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매일 지나다니던 강남역 지하상가에 어느 날부터 서양인 커플이 좌판을 펼쳤다.

직접 찍었다는 사진과 실로 엮은 팔찌를 판다.

얼마를 주던 상관없다고 이것들을 사 달라는 팻말을 놓아두고 그 둘은 팔찌를 엮고 수다를 떨면서

차가운 지하철 바닥에 앉아있다. 그들이 디지털노마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도 노마드의 삶이 아닐까?


책장을 덮고

다시 언어 책을 펼쳤다.

노트북에 저장해 둔 글을 쓰기 위한 시놉 작업지도 다시 불러 올렸다.

나는 노마드의 삶을 추구하진 않는다.

그저 내 삶의 주체가 되고 싶다.

소속된 회사의 일정이 아닌 내 일정은 내가 정하고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삶.


그러기 위해서는 어디서나 일하고 어느 시간이나 원하는 시간에 일할 수 있는 직업이 필요하다.

IT 기술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언어를 바뀌어 주고 글을 쓰는 것뿐.

다시 시작해보자.


이 책은 내 욕망에 다시 불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