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혼자 살기라는 사진에세이집이 출간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책을 보면서 크게 동경도 했던 것 같은데.
내 살림을 꾸려 나온 지 7년이 넘어가니 그래도 부모님 밑에 있던 때가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아주아주 가끔.
가령. 김치가 떨어졌다거나 냉동해둔 밥이 없다거나 할 때의 정도인데. 써놓고 보니 그리 간절한 상황이 아니네. 그래도 그런 날들이 있기 마련인데. 새로 읽은 이 책은 혼자 살기를 권하는 책이다.
이전 도서처럼 낭만만 가득하지는 않아서 좋더라. 혼자라서 편하지만 철저하게 혼자여서 외롭다고 솔직하게 알려줘서 더 흥미롭더라.
각 챕터 별로 쓴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너, 날 응원하는거 맞아?
미움은 나의 힘
이 두 챕터다.
마음속으로는 생각하지만 절대 입 밖으로 내지 않는 어른들의 마음을 써 놓은 부분이었다.
친구의 취직을 축하하지만 은근히 질투하고
나보다 잘되면 배 아프고
그들보다 내가 더 잘되길 은밀히 바라는 것들.
어찌 보면 저 두 챕터의 주제는 일맥상통했다.
친구의 잘됨을, 그 친구가 나를 질투함을 알고 미움을 키웠으나 종국에는 그 미움이 나의 힘이 되어 나를 발전시켰다는 결론이 났으니
친구를 새롭게 정의해야, 진실된 친구가 없다는 막연한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다.
친구는, 원래 내 성공에 배 아파하고 그럼에도 응원해주는 존재, 가끔은 응원도 해주지 않는 존재이다
p17
내 상황을 제일 잘 아는 건 나다. 그런 내가 답이 없는데 생판 남이 그걸 갖고 있을 리 없다. 갖고 있다 해도 상대의 상황에 제대로 귀 기울일 자세가 안 돼 있을 때가 많았다. p 23
: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타인에게 나의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어쩌면 나랑 이렇게 생각이 똑같은지.
진짜 성공하기 전까지, 어쩌면 그 이후에도 우리의 인생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휘청거린다. 상대가 조직 안의 사람이냐, 조직 밖의 사람이냐일 뿐, 프리랜서도 회사원도 명쾌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사람한테 어떻게 부대끼느냐, 그 요령을 찾는게 먼저다. p137
내 일생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소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다.
가족들이 요구하는 첫째 딸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도, 아무 관심 없는 친구의 짝사랑 얘기를 3시간씩 들어준 것도, 내 소신에 완벽하게 반하는 상사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것도, 모두 사이드로 밀려나기 싫다는 욕망 때문이었다. 가족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 친구를 만들기 위해서, 회사에 붙어 있기 위해서, 나는 진짜 '나'를 숨기고 감추는데 익숙해졌다. p287
최고의 복수는 용서라고들 하는데, 개소리다. 그건 평소 죄 지은 게 많아서 피해자들로부터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불안한 놈들이 만들어낸 소리다. 최고의 복수는 맘껏 미워하는 거다. 분이 풀릴 때까지, 신나서 다시 웃을 수 있을 때까지 맘껏 미워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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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든다. 다른 사람들한테 어설프게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 평판 관리는 중요하니까. p290
이 에세이는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주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촛불마냥 마음이 휘청휘청할 일이 많은 앞길이 구만리 같은 아이들이 읽으면 아주 좋은 조언과 위로가 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