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로 도망치는 법

너무 많이 느끼는 사람의 고요한 생존법

by 김예영

나는 조금의 소음에도 잠에 들지 못한다.

유독 예민한 청각 때문이다. 시계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 옆방 동생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만으로도 나는 귀마개부터 찾아 귓구멍에 꽂는다.


나는 소위 말하는 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다.

평범한 사람들보다 감각이 훨씬 민감해서, 남들이 무심히 지나치는 것들에도 쉽게 반응한다.


나는 한 교습소의 원장이다. 아이들을 앞에 두고 있으면, 그날의 표정과 자세만으로도 심리 상태가 어느 정도 읽힌다.

말하지 않아도 보이고, 가벼운 몸짓에도 감정의 실마리가 스친다.


HSP인 것이 싫지만은 않다.

예민함 덕분에 나는 아이들에게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타인의 마음에 쉽게 공감한다.

예술이 주는 감동도 더 강하고 깊게 다가온다.

한 번은 한 그림 앞에 서서, 감격에 복받쳐 울어버린 적도 있다.


하지만 예민하게 산다는 건 꽤 피로한 일이다.

많이 느껴지는 만큼 과잉된 감각과 정보가 밀려들고, 그것이 나를 더 민감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엔 과부하가 걸린 듯 멍해지고, 사소한 자극에도 쉽게 지쳐버린다.


나는 그런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런 나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배워가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마 지금도 여전히, 배워가는 중일 것이다.


사람이 많은 곳은 되도록 피한다.

너무 많은 것이 한꺼번에 느껴질 때면, 눈을 감고 조용한 공간으로 나를 이끈다.

가볍게 기지개를 켜거나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몸을 움직이는 건 생각보다 훨씬 큰 도움이 된다.


예민함은 나에게 늘 부담이자 선물이었다.

감각이 과할수록 다치기도 쉽지만, 그만큼 더 깊이 사랑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나는 그런 나를 더는 고치려 하지 않는다.

그저, 조금 더 잘 다루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