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욕망을 나누는 일이다

사랑은 고결해야 한다는 환상에 대하여

by 김예영

우리는 연애를 이야기할 때, 종종 ‘순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순수란, 욕망과는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전제가 오히려 연애를 왜곡한다고 느낀다.


연애는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감정과 닿아 있다. 누군가에게 끌리는 것, 잘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매력 있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건, 사랑이 아니라 욕망이라고 구분하려는 태도는 어쩌면 우리 안에 뿌리 깊은 죄책감이나 ‘사랑은 고결해야 한다’는 이상화된 시선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연애는 애초에 욕망과 밀접한 감정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좋아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외적인 매력과 태도, 목소리, 분위기, 심지어는 냄새까지 포함해서 끌리게 된다. 그건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일이다.


좋은 연인이란, 결국 서로의 욕망을 가능한 부족함 없이 채워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욕망은 단지 육체적인 차원을 넘어서, 정서적인 안정, 존재의 인정, 나를 향한 애정과 감탄을 포함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상태, 그 감정이 오래 유지될 때 사랑도 건강하게 자란다.


그래서 나는 ‘좋은 연인은 좋은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이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욕구를 감정적으로, 관계적으로 잘 채워줄 줄 아는 사람만이, 누군가의 부모로서도 그 감정을 성숙하게 확장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애는 본능과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건강하게 나누는 일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연애 안에서 느끼는 끌림과 부족함을 더 이상 죄처럼 여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면, 사랑은 훨씬 더 편안하고 깊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