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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Jun 24. 2019

[왕비재테크 비밀] 부탁하자 부탁한다

나의 어린왕자



19.06.24



부탁하자 부탁한다



영어로 된 프로젝트를 발표하던 모습을 보았을 때 

엄마는 네가 영어를 이렇게 잘 하게 될는지 정말 몰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글 모르는 아이가 

너희 반에 너 밖에 없었는데 

언제 이렇게 습득을 해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아이들과 공부를 하고 

미국 가자마자 바로 교실수업을 시작했던 

기특한 아들에게 짜릿한 감사를 보낸다.        



늘 칭찬에 익숙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엄마가 기다려준 세월 

그렇게 지금 넌 거기서 

미국 사람이 되어가고 

이젠 해외동포가 된 아들이지만 

그래서 곁에서 

인생의 지침도 엄마의 정도 사랑도 

건널 수 없는 거리에서 

이런 글로나마 

엄마가 남겨줄 수 있는 

정신적 유산을 건네본다.         



LA에서 5년 

초등학교 친구중학교 친구들을 뒤로 하고 

이제 다시 보스턴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해야 하는 너

내 아들에게 

학교 밖 세상 이야기를 남겨본다         



수현아

그리고 내 아들 수현아

힘든 결정해줘서 고맙다.

커다란 공동체를 바꾼다는 건 

환경을 옮긴다는 건 

절대 쉽지 않은데 

열여섯 살 아이에게 

다시 3억 인구 속에 아무도 아는 이 없는 

보스턴이란 도시로새 학교로

옮겨가 준 용기에 

다시 한 번 뜨겁게 감사한다.         



그래서 아들아,

엄마도 

이토록 귀한 사람이 되려는 

너의 외로움을 떠안은 어미로 

허툴지 않게 살려고 

엄마도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용기로 도전한다.         



네가 먼 훗날 졸업 후 

학교 밖 세상을 만나게 될 때 

그 천지 차이 나는 세상을 

좀 더 멋지게 가이드하려 

엄마도 하루 매 순간 

배우고 깨치고 느끼며 산다.         



인생은 정해진 답이 없어 

네가 어떤 삶과 어떤 직업과 

어떤 세상과 어떤 문제들과 

씨름하며 살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형편없는 엄마의 모습으로 

널 실망시키는 미래를 연 엄마는 되지 않을게.         



아들아사랑한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해서 

그립고 그립고 그리워서 

아들 생각하면 

이 세상 모든 남자의 어머니들 마음으로 

그 남자를 이해하게도 된다.         



남자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공감 같은 게 있더라.

넌 모르지 아들

이 엄마가 네 누나를 키우는 

열 배의 정성이 더 들여진 

내 전부가 너라고 말이다         



이 녀석 내 아들아

여자 엄마에게 아들은 그저 알싸함이란다

그냥 그저 눈물나는 이름이 아들이구나

그래서 엄마는 

내가 바라던 그 이상형의 남자들보다 

백 배만 배 더 잘 키우고 싶은 욕심 

그래서 널 가지고 싶어 하는 

그 수많은 여자친구들 속에서 

좀 더 뽀대나는 

부끄러움 없이 잘 키운 

멋진 시어머니가 되어야 할 숙제까지 미리 하며 산다

모두 다 내 책임일 것 같으니까.         



아들아들아

모쪼록 지식과 지혜를 학문으로 배워라.

고등학교 4년 동안 

네 인생 안에 부끄럽지 않은 공부를 

잘 해내는 선택을 하리라 믿는다.         



그래서 이 글은 부담이고 책임이다.

빛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 

치러야 하는 고통이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는 넌 학생이다

너무 멀리 미래를 준비하고 

너무 창대하고 거대한 꿈을 꾸지 않아도 된다.         



단 능력과 열정은 

몸에 배어 스며들어야 한다

그러면 네가 믿는 신이 

많은 기회를 선물로 줄 것이다         



모두가 옳다고 하는 길로 가지 마라

그래서 엄마는 너를 

14시간 멀리 그리로 보냈다

평범한 원칙과 생각을 버려라.

너의 미래는 불확실할 수 있어서 

지금 네가 무엇이 불안한지 잘 안다

그런데 그건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 나이 질풍노도를 경험한 것이기에 

유별 떨지 않길 당부한다.         



당당한 인생은 

당당할 수 있는 과정이 있어야 존재하지

바로 자기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떳떳한 것.

그래서 그런 많은 시간이 모여 

자존감이 되지.

그렇게 변하고 커가는 거란다.         



아들너는 귀하다.

미국에서 초고 

한국사람 한국학생 없는 곳에서 공부를 하고 

그 안에서 버티고 그 속에서 견디어 준 것 만으로 

너의 의지는 이미 증명되었다.         



얼마나 당황스러웠겠니?

엄마보다 누나랑 더 붙어 살았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누나 따라 

그 먼 나라로 갔으니 엄마라도 그랬을 거야

그 외로움을 버틴다는 건 

같은 나라에서조차 누나랑 떨어져 

하루하루 버틴 석 달

그래도 끝까지 버티어 

여기까지 온 시간이 4, 5년이다.         



이미 훌륭하다

그러나 훌륭하다는 것은 

그 결과의 값이 드러날 때 분명해질 때 귀감이 되고 

훌륭한 인물 즉 귀감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그 인내를 실천하여라.         



극복해야 한다

네 역할이다

절대 짧은 기간 동안 

너무 많은 걸 기대하기 어렵다.

골치가 아프고 아파서 

네가 깨닫고 경험하고 

수없이 해결하여 얻은 방법으로 

네 것이 되었을 때 

너는 진짜가 된다.         



이제 시작이다

대학 4년 그리고 석박사까지 배우는 데 한계가 없다.

절대로 틈을 주면 안 된다

틈이 생기면 댐도 무너진다

틈은 일탈을 가져올지 모르는 위험이다

그래서 세상 통념을 거스르면 안 된다.

세상 유희의 틈에 유혹되는 일은 없어야 하니 

가려 만나고 가려 다녀라.         



파괴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시작에서 잘못되었다.

흔들리는 나무에 과실은열매는 떨어질 수 있지만 

그렇다한들 나무가 뽑히랴 

그것이 정신이다.         



바른 정신으로 세상을 봐라.

네가 있는 곳에 친구들은 

바른 정신으로 도전한 친구들일 것이다.

성공한 것보다 

성공할 것을 목표로 삼는 친구들이 더 중요하다.         



목표를 높이 잡은 친구들을 찾아서 

그 친구들과 캠퍼스 나무 아래서 책을 읽어라.

갑자기 쏟아지는 비도 달가운 풍경이다.         



엄마는 그 나이에 

돈 벌고 나오는 날 

비를 맞는 일이 있었다.

그때 열일곱 나이에 생각했다.

공부하다 비 맞을 나이에 일하다 나와 비 맞고 

집으로 가는 엄마는 그리 상상했다.

어떤 도전도 어떤 역경도 기꺼이 맞이하리라.

그리하여 먼 훗날 

내가 아이를 낳으면 

책이 흠뻑 젖도록 캠퍼스 나무 아래서 

문학을 논하기를 소원했다.         



그건 결코 

엄마의 소원을 대신 이루라는 게 아니라 

네가 학생일 때 누리는 특권이고 아름다움이다.

그 모습은 성공이 상상되는 

확실한 증거일 것 같으니까.         



내 아들 수현아,

네가 이루어갈 미래는 상상 이상이더라.

규칙도 규율도 없는 네 꿈은 자유로웠으면 한다.         



먼 훗날 네가 어른이 되면 

사회가 정한 것들이 

너를 구속할지 모른다.

예로 너의 학력과 인맥직업너의 소득

너의 집너의 차네 와이프의 교육수준까지 

남들이 정의 내릴 때 

너는 네가 어떤 어머니에게 교육 받았고 

네가 어떤 환경 속에 자랐고 

그렇게 어떤 선생님을 만나서 

네가 이렇게 되었기에 

난 이런 사람입니다 라는 

남들과 다른 정의를 규정하길 바란다.         



그 안에 이 엄마의 영향이 

네 인생을 바꾼 반 팔자로 

너의 운명을 이끌 수 있는 비빌 언덕으로 

멋진 엄마로 기억되고 남고 싶다

그래서 잘 키워야 내가 살 것 같다.         



그러니 빨리 가지 마라.

인생이란 시간이 짧다

굳이 스피드 내지 말고 느끼며 살아주라.

엄마처럼 스토커에게 쫓겨 살 듯 하지 않길 부탁한다.         



엄마는 그렇게 운이 좋아서 

천운을 받고 사는거라 지금도 믿는다

인생 최고와 최악은 없다고

그러나 지독하게 최악으로 사는 사람들은 있다.

교도소에 사는 사람들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인생은 그런 게 아닐까

똑같은 어미가 간절히 기도해도 

그 어미의 기도는 

절대 신이 다 들어주지 않았다는 것.         



그래 수현아,

어쩜 인생은 엄마의 기도만으로 

최고로 살지 못한다는 것도 이와 같다.

반드시 네가 이루어야 한다

지금 해야 한다

네가 이룰 것이다

지금 외로우니까 반드시 이룰 것이다.

십대에 네가 배운 외로움은 

결국 최고가 되는 과정이며 

적어도 최악이 되는 어미에게 주는 복수는 아니리라.         



수현아아들아내 아들아 

이제 4달 후 고등학생이 되면 

그런 십대를 마무리 지어라

고등 4년 엄마의 글처럼 생활해 다오

딱 4년만 이 어미의 소원을 들어주라.

부탁하자부탁한다.         



엄마는 네가 네 앞길에 펼쳐진 그 수많은 기회들을 

단번에 얻으려 시도하는 바보는 아니리라 믿기에 

엄마 실망 시키지 말고 

학문을 파라.

그래서 쪽 팔리는 엄마 만들지 말아다오         



그저 이 어미의 죽는 날 소원이다.

부디 훌륭한 귀인이 되는 

그 중요한 길목 

10대의 마지막 골든타임 고등학교 시절이 

너의 운명이 되길 

지금도 가슴 조아려 눈물 글썽이며 

이 글을 보낸다.         



내 아들아

이 엄마는 기도만으로 안 된다는 걸 알기에 

엄마의 혼을 신께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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