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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Jul 01. 2019

[왕비재테크 컬럼] 죽음이란 무엇인가

에세이

[왕비재테크 컬럼] 바




19.07.01



환자분여기가 어디예요

환자분정신 드세요

환자분정신 차려 보세요.




그렇게 눈을 뜨고 보니 

중환자실이었다

나는 그렇게 쉽게 깨나지 못했다고 

중환자실 의료진이 모두 내 옆에서 

내 바이털사인을 체크하고 

아주 많은 의료진이 

나를 정신 들게 할 때 

난 내 이름을 묻는 말에 대답했다.




오늘이 며칠이에요

여기가 어디예요

``란 단어가 들어가면 손을 잡으세요

두 손을 들어보세요

그렇게 참 많은 숙제를 풀고나니 

겨우 정신이 들었다

여기는 3F 신경과 중환자실 

내 왼쪽 창가엔 연둣빛이 짙어 녹음이 깊어가고 

간간이 잎새가 흔들리건만 

문 열린 내 방은 

온통 두려움이었다.




내 앞 시선을 머문 

백발의 구십을 넘기셨을듯한 할아버지는 

계속 손가락 미동도 없다

그 옆 그 옆 그렇게 시야를 넓힐수록 

내가 여기 있기엔 

너무나 젊은 여자였다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10분마다 동공으로 화이트를 비추고

30분마다 바이털을 체크하고 

간간이 이동 엑스레이를 찍고 

2시간마다 피를 뽑고 

간간이 시술한 부위의 지혈을 확인하고 

1시간마다 의사 선생님께서 회진을 오시고 

무엇인지 모르게 정신없이 바빴다.




그리고 잠시의 불안함이 가시고 

내 몸에 소변통이 달린 것에 놀랐다

아 맞다그래소변 통을 달았지

그리고 내 왼손 세 번째 손가락 끝은 

예쁘게 핑크빛 불이 켜져 있다

이 줄은 저 큰 기계와 연결이 되어 

내 머리 위쪽 컴퓨터 화면에는 

무언가 계속 깜박이고 

내 약한 혈관 탓인지 

침을 찌른 자국들이 

뚜렷이 하얀 팔을 푸르게 멍들이고 

그 한 손엔 링거가 꽂혀있다.   

내 가슴에도 무엇인가가 달린 듯하다.




한 번 일어서기엔 

너무 엉킨 선들 사이를 정리하기 버거웠고 

나는 티브이도 휴대폰도 책도 PC도 

그 아무것도 없는 무인도 섬처럼 

나만 오롯이 남아있다.




내 것이라곤 

빌려온 A4용지와 

볼펜 한 자루.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내가 남길 수 있는 

자유 속 습작.




간호사들이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렇게 자꾸 쓰시고 

생각을 너무 많이 하셔서 

아프셨는데 

좀 쉬라고... 




그렇게 처음엔 

A4용지 5장만요 라며 남편에게 쓰고 

다음엔 3장만요 내 딸에게 쓰고 

다음 3장만요 동생에게 쓰고 

이번엔 이 글을 쓰려 

담대하게 10장을 빌렸다.





A4용지를 빌리는 일에 

담대해야 하는 여기는 신경과다.

자꾸 휴식을 취하라고 하신다

자꾸 좀 자두라고 하신다.

다시 MRI를 찍으러 가야 하니까 

좀 안정을 취하라고 하신다.




그런데 나는 쉬는 것이 더 두렵고 무섭다

뭘까?

일 중독이고 

생각중독이고 

시간중독이다

나는 그 중독이 

이 중환자실에서 글 쓰는 일을 몰래 할 만큼 

놓을 수 없는 영혼이다.




내가 이토록 이렇게 살아야 했던 건 뭘까

나는 왜 그토록 간절하게 살아야 했을까

나란 사람이 걸린 병의 원인은 유전도 아니고 

내가 걸린 병의 10가지 이유엔 

내게 하나의 해당 사항도 없었다.




그걸 알고 받아들이기까지 5개월

1차 시술을 마치고 2차 시술까지 

5개월을 불안해하면서 

나는 사는 게 무엇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며 버티며 보내온 

조마했던 하루하루.




무엇이 진짜 나였을까

누구보다 내 삶을 동정했다

내 처지가 가여웠고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애닳아 한 것보다 

내가 책임질 두 아이들에게 

내가 주지 못할 것이 

더 많이 나를 공포로 몰아넣었는지 모른다.




가난이란 건 무서운 거다

나는 가난한 부모 밑에 버려 방치되었고

나는 커서 돈이 없어도 가난하기 싫었다

처음엔 내가 무식한 게 싫어 

지식 목마름에 그

콤플렉스를 이겨내기 위해 돈을 벌었고

그다음엔 내가 가난한 게 너무 싫어 

일에 빠져 일을 위해 살았다.




하루에도 서울부산 두 번을 오가며 

딱 13년을 다람쥐 마냥 

그 쳇바퀴 속에 뱅뱅 돌다 들어온 곳이 

여기 중환자실이다.




처음엔 아픈 것도 자존심 상했다

아픈 나를 동정받는 것도 싫었고 

내가 아픈 것이 누군가 건방짐이라 말할지 모르는 나는 

공공의 적으로 살았는지도 모른다.




부동산을 사라고 불확실성에 용기를 주고 

가난한 것에 자존심 상한 멘트를 날려 

누군가를 자존심 상하게 상처 주며 사는 동안 

나도 지쳤는지 모른다.




그 일을 멈추라고 

신이 주신 선물일까?

이 공간에 나를 떠밀어 넣은 건 

신이 내어주신 숙제일까?




나는 왜 이토록 젊은 나이에 

백발 가득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걸까

신이 정한 약속일까?




10년 전 이 병원 아산에서 

나는 무균실에 일주일을 보냈고

다시 10년 뒤 나는 이 병원 아산 중환자실에서 

이틀을 보내고 있는 사실은 운명일까?




감염내과이번엔 신경과

영양실조와 이번엔 원인을 알 수 없는 스트레스성 혈관팽창

그때도 지금도 딱 하늘이 도와 살았다

그때는 6시간의 골수검사와 골든타임

이번엔 2mm 차이로 뇌 뚜껑을 열지 않아도 되는 천운.




이것은 과히 우연이라 하기엔 

신이 던진 답 있는 운명이다.

그토록 귀신도 믿고 굿도 하고 세상 만신을 믿고 살았던 

30대 후반의 나는 

10년 뒤 지금의 나를 알지 못했으리라.

그렇게 신이 정하신 운명 앞에 

숙연해지고 나는 신을 믿는다.




이 한 평 중환자실에서 

나는 

오래된 미래를 

살게됨을 준비한다.




내 이 두 개의 종양은 

내가 미워했거나 나를 미워했던 누군가에게 ,

내 이 아픔은 

내가 용서하지 못했거나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에게,

지금 이 상처는 

내가 교만했거나 나의 교만을 미워했던 또 누군가에게,

내 지금의 용서는 

내가 겸손하지 않아 나의 겸손되지 못함을 기억했던 누구에게

나는 이 글로 과거 속에 나를 비우고 지운다.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내 침대 병상엔 

내 이름 두 자와 나이그리고 성별

소속과 담당 의사 선생님 이름 외에 

나는 없다.

내가 가진 모든 건 내 

이름과 나이내 병밖에 없는 이곳에서 

나는 내가 추구했던 그 많은 것들을 

미련없이 감사하며 살 것 같다.

감지 못해 헝클어진 머리

로션 하나 바르지 않은 민낯

대충 닦은 치아

샤워하지 못한 몸에 부착된 

링거와 내 신상 팔찌

온전히 이게 내 전부구나.




내가 글로 전해 쓰기엔 

너무도 모자란 문장 실력과 글솜씨

알고 있는 것도 기억해 써내지 못하는 단기적 기억상실.

지금도 주저리 이 글을 

이 펜을 쥐고

나는 잃어버릴지 모를 기억을 

습작으로 남긴다




2005년 9월 7일 카페오픈 이후 

2019년 6월 11일까지 

단 하루도 카페 없이 산 적이 없는데

나는 일부러 오늘까지 

왕비재테크 카페를 잠시 놓았다.



다 나를 두고 떠나갔을 두려움도

내가 없는 왕비재테크 카페를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나는 이번에 대담한 용기로 카페접속을 놓았다

지난 일주일 내가 비운 카페에 

나를 대신해 누군가 왕비재테크를 살아 움직였을 당신이 누굴까

열공회원 발표가 있을 월요일을 기대하며 이 글을 남긴다.




내가 이곳을 축하받으며 일반병실로 옮기고 

다시 건강하게 이 병원을 퇴원할 때엔 

나는 또 다른 왕비가 되리라.

첫 번째악다구니 쓰며 누군가에게 지적질하지 않으며 

두 번째남의 빈곤을 내 빈곤인양 짜증 내지 않으리라

세 번째남이 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도 모른 체할 것이며 

네 번째그가 거지 근성 가지며 사는 일에 화내지 말 것이다.

다섯 번째누군가 수업 실컷 듣고 다 환불해도 당일 돌려줄 것이며

여섯 번째나를 죽일년 미친년 모함해도 억울해하지 말아야지

일곱 번째누가 나를 돈의 노예로 전락시켜도 받아들이고

여덟 번째누가 나의 인성을 모독해도 해명치 않으리라

아홉 번째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눈감을 수 있길 바라며

열 번째내 인격과 품격은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으리라.




나는 내 타고난 나로 살리라.

13년 누군가를 견인하는 내 책무가 

미친 생각이었던 건 아닐지라도

결국 나는 내 인생에 잃어버린 것을 

경험으로 바꾼 것에 미련 없으며,




나는 내가 가진 나로 살아가리라.

첫째내 인격과 내 품격과 내 소양과 내 교양이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과만 소통해서 

내가 더 질 떨어진 선구자가 되지 말 것이며,

둘째나는 내가 가진 가치와 철학내 능력

나를 믿고 나를 신뢰하는 이에게만 빛이 되어 

보따리 돌려주는 일 만들지 말 것이며,

셋째나는 내 남편과 내 자식에게 

죽어서도 부끄럽지 않은 사회적 지위에 

누군가 침 뱉지 않는 

자랑스럽고 훌륭한 엄마로아내로 살아내기 위해

남의 꿈을 쉽게 돕지 않으리라.




나는 내일 다시 일반 병실로 올라가면 

나는 새로 태어날 것이다.

13년 다 함께 잘 살기 위해 

나는 자원봉사하지는 않았지만

난 왕비재테크의 리더로 부끄럽지 않았다.

2019년 9월 7일은 카페 14주년 생일이다.




33살의 나이에 나는 뭘 몰랐다.

할렘가의 밤거리를 돌아다니듯 

겁을 상실하며 산 것 같다.

그래도 나를 만나 

나를 만나기 전과 다른 삶을 산 그 수많은 이들의 

좋은 격려와 기운이 

나를 무탈히 여기로 오게 한 것에 감사한다.




33살의 나이에 왕비재테크를 

다 함께 경제적 자유를 누리는 카페로 이끌었다면

내 마흔일곱 만으로 45살 

나는 이제 내 영혼을 나누어 사는

카페로 지향해 바꿀 것이다.

이제 나는 사는 곳도 바꾸고 

사는 지역도 바꾸고

만나는 사람도 바꾸고 

다 바꾸어 살 것이다.




올 한해 절대 안정을 취한 오늘의 나처럼

나는 왕비재테크를 어떻게 항해할지 

저 푸른 바다 등대를 찾아 나서며 

먼 훗날 백발이 되어

숨 쉬는 것조차 버거워 

이 병원 여기에 다시 오게 될 땐 

적어도 내가 남긴 발자국들이 

누군가의 반짝이는 별이 되어 빛나고 싶다.




아직도 동공이 조금 풀려

내 시야가 또렷하진 않지만,

온전한 마음을 모아 이 글을 쓴다.

그래도 나를 믿고 나를 의지하며 나를 따르고 

더 오래 더 많이 더 깊이 인연 맺을 당신께…….




2019. 6. 14 오후 아산 신경과 중환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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