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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Jul 03. 2019

[왕비재테크 미션] 198> 죽음에 대하여

성찰하기



19.07.03




죽음에 대하여





금 3일째 

중환자실 병원 신세다

하루 두 번 면회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먹는 일과 쓰는 일뿐

소변을 내 의지로 볼 수 있지만 

이동화장실을 써야하는 부담감과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은 

정당한 권리를 부여받아도 

권리의 양심이란 게 이런 걸까?

약 먹는 물 외 에는 

물을 마시는 것조차 부담되는 

아직은 수치심이 살아있을 나이에 

나는 여기에 입원을 했다.




저 밖에 의식 없는 신경과 어르신들에 비하면 

아직 나의 자율신경이 자유롭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몸으로 느낀다.

너무 자주 바이탈을 체크하고 

내 동공과 나의 근력을 확인하는 일이 번거롭다가도 

내 시야에 보이는 그 어르신들의 모습 앞에 

나는 내 임계점을 찾는다.




살면서 운 좋아서 여기까지 온 듯하다

신이 주는 10년의 대운을 늘 받고 살았듯 

이렇게 돌아보라고 10년의 악운도 주심을




그래서 겸허해진다

아프다는 건 

남이 아프면 어떻게 해되지만 

막상 자신에게 큰 병이 생기면 

생로병사가 삶에 전부가 된다

태어나 늙고 병들어 죽는 일

그런데 그 순서를 바꾸는 일을 받아들인다는 건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생과 사의 사이에서 

생의 단절이라는 죽음을 

또 훼손된 자신의 육체를 지켜보며 

영혼을 지켜내는 건 

더 많은 삶의 집착과 애착을 가지게 하는 

무서운 힘을 지니는 것 같다




나는 여기 왜 있는 걸까?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어쩜 이렇게 살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싶다가도 

인간의 욕심이란 게 극단적인 상황 앞에 놓이면 

본질적으로 살고 싶어진다는 것!




그래서 이 생명의 귀함을 

연명하고 싶어하는 욕구와 

피하고 싶은 부정 앞에 

자신을 돌아보고 자아를 찾게 될 때 

인간은 누구나 성직자가 되는 것 같다.




살고 싶은 욕구엔 나이가 있다.

나는 희미한 정신력을 애써 모아 

A4용지를 빌리고 볼펜을 빌려 이 글을 쓴다.

간호사들께서 

회진 오시는 의사선생님께서 

좀 쉬라고 으름장을 놓으시며 겁을 주지만

내가 더 두려운 건 따로 있다.

아무것도 해 놓은 것 없이 

이렇게 살다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오후에 이 방을 나간다.

일반병실로 옮기고 

퇴원을 하게 되고 

장기간 약을 복용 할 테고 

죽기 전 까지 검진을 위해 

나는 반복된 검사를 하게 되겠지.

그리고 나는 다시 살아가겠지.




그러나 나는 이 중환자실을 나가면 

이렇게 살 것이다.

내가 죽을 때 후회할 것부터 하고 살자.

내 남은 반백의 삶은 

살기위해 살아내고 견뎌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육신을 잃어버린 날 내가 남겨두고 가리라

그래서 나는 감격스럽게 죽으리라.




나의 과거를 정리하고 

나의 현재를 점검해서 

나는 나의 미래를 준비할 것이다.

누군가 나와 이별을 할 때

나를 사랑했던 사람도 나였고

나를 미워했던 사람도 나였음이라.




나라는 본질을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바꿔 사는 게 아니라 

나는 나로 살 것이다.

혹 나의 캐릭터가 강해 

나를 미워하고 나를 증오하고 나를 질투하고 

내가 망하기를 바라고 나를 해코지하는 사람을 

피하지 못하고 혹여 만나는

실수로 만나 살게 될 지라도 

나는 변치 않은 이리라.




그래도 살아보니 

나를 좋아하고 나를 경애하고 나를 존경하고 

나를 아껴주고 나를 믿어주는 

더 괜찮은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오늘의 내가 여기 있듯

그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게되는 나도 이리라.




여기 중환자실에서 보낸 적막한 이틀 밤은 

참 많이 지루하기도 했지만 

이틀 밤을 보내며 찾은 게 

바로 나다.

나는 이제 여기를 나가면 

이렇게 살 것이다.




첫째

나보다 못난 사람을 만나 살지 않을 것이다.

내가 더 성장하기 위해선 

미안하게도 

나를 이끌어주는 그릇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 

코치 받아 마차를 탈 것이다.




둘째

모든 것은 내 책임으로 인정할 것이다.

그 어떤 선택도 결과도 내가 하고 내가 받을 것이다

난 다른 사람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셋째

더 사랑하며 살 것이다

내 죽는 날 내 죽기 전 

힘없는 손목의 힘으로 

죽기 전 편지를 남길 사람들의 순서대로 

알면 기절할 만큼 사랑해주며 살 것이다.




넷째

세상은 변한다는 것을 믿을 것이다.

그 어떤 고집도아집도집착도 다 버릴 것이다.

억지로 무엇을 부여잡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물처럼 흘러갈 것이다위에서 아래로.




다섯째,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 동참하지 않을뿐더러

나는 남들이 생각하는 대로 함께 이끌리지 않을 것이다.

오로지 나로나를 위해 살 것이다.




,

살면서 너무 애써 잘해서 살려 

내 영혼을 갉아먹지 않으리라.

그리고 나보다 못난 사람 돕다가 봇짐 찾아주는 일에 

내 시간을 허투루 쓰는 미친 시간을 쓰지 않으리라

그래서 나는 내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산다는 것이 

꼭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는 일이 아님을 배워 실천할 것이다.




그래야만,

온전한 내 삶을 빛나게 살아낼 수 있으리라.

다시 그려낼 45년이란 백지를 꺼내

나는 미래로 갈 것이다.




45년 6에 

나는 여기 중환자실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울지 않고 

나는 이방을 나가 자립을 할 것이다.




내 삶의 전부였던 다음카페 왕비재테크호를 끌어 

다시 저 바다너머의 대륙을 찾아 나설 것이다.

그래서 난 지금 

내 어깨에 진 무거운 짐이 사라진 듯 너무 가볍다.




"다시 사랑하며 살기에

다시 만나게 될 당신이 나의 그 곳입니다.

그 곳에서 나는 다시 반을 살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나이 구십에 

귀신도 무섭지 않을 나이가 되면,

멋진 책 한권 남겨두고 갈 위인의 흉내라도 낸다면,

신이 나를 부를 때 

내가 선택한 삶 미련 없이 살다감을.

억겁의 세월을 지나 다시 만나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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