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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Aug 15. 2019

[왕비재테크 비밀]그런 어머니가 될게, 엄마의 이상형

나의어린왕자

19.8.07



그런 어머니가 될게, 엄마의 이상형






넌 얼마나 까다로운지 몰라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얼마나 별난지 아니 

어쩜 그렇게 이 엄마랑 닮을 수 있니.




먹던 반찬 안 먹고 입도 짧고 

늘 감기약을 달고 크더니 

TV에 나오는 유행전염병은 

기사 나오기 전에 미리 다 하고 

자기 몸에 누가 뽀뽀하는 건 얼마나 정색하는지 

특히 엄마 침을 얼마나 경기하는지 

생각해 보면 너랑 나랑 궁합은 

진짜 아주 아닌 것 같아.




누나와 달라 수현이 너는 

얼마나 땡깡을 잘 부리는지 국대급이고 

잘 토라지고 잘 삐치고 

정말 남자 아이가 맞는지 

사뭇 키우면서도 궁금했다.

휴 진짜 힘들게 키웠다, 넌.




애기 봐주는 사람 못 구하는 타이밍도 그랬고 

널 업고 잠 못 이룬 그 수많은 밤 

오죽하면 ‘왜 내가 애를 둘이나 낳았을까’ 

얼마나 생각했는지 모른다.

언제나 지저분한 건 못 보면서 

젖은 옷을 여행가방 안에 구겨 넣는 널 키우면서 

오래 배운 것 같다.




잠시를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집중하는 건 왜 그토록 짧은지? 

물은 나 닮아 왜 그토록 싫어해서 

씻기는 데 인생을 거는 용기가 필요했고 

1학년이 되어도 한글을 못 읽으면서도 

책 보는 건 아주 경악하더니 

유치원은 늘 반만 갔지?

늘 아프다고 거짓말 전화를 해달라고 해서 

우리 참 미치도록 싸웠다.

나이 차이 서른이 나는데 말이야.




늘 마음에 안 들면 떼나 쓰고 

항상 자기 기분이 먼저였던

내 아들아.

어떨 땐 진짜 아무 생각 안 하는 너. 

꼭두새벽에도 나를 깨우는 일에 

미안함을 모르는 당당한 아들 

오죽하면 엄마가 욕이란 걸 

아들에게 하는 일이 생겼을까

참 웃픈 기억들이다.




그래도 엄마랑 떨어진 시간이 더 많아도 

참 잘 자라 준 아들아, 고맙다.

너의 그런 자유분방함이 

엄마를 철들게 했는지 모르겠다. 

사실 아직도 아들은 적응 안 되는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 배고픈 거 생각해 

자기 먹을 거 덜어주는 

가슴 찡하게 만드는 

인간극장 같은 내 아들.




그래도 엄마라고 

방학마다 만나면 

제일 많이 곁에 붙어 있는 너. 

늘 ‘엄마 배고파’ 외엔 말도 없지만 

그 말이 왜 그리 정겨운지 모른다. 

‘엄마 뭐 못 봤어? 빨리 찾아줘’ 

언제나 자기 물건 못 찾아서 

나를 정신없이 혼 빼게 하는 녀석. 




그런 네가 이 엄마는 

왜 그리 행복하게 이쁘니. 

늘 사람 황당하게 날짜 기일을 맞춘 부탁을 해도 

이쁘기만 한 아들아. 

네가 남자여서일까?




엄마는 아직도 적응이 안 돼. 

엄마 없이, 누나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지 

걱정하게 만드는 녀석아. 




내가 아파 죽는 날 

눈 감지 못할 걱정이 드는 넌 

누나와 달리 아들이라서 또 다른 

세상의 경이로움이란 걸 알게 해 준 녀석. 




그래서 엄마보다 어머니가 되고 싶다. 

널 잘 키워 사회와 인류 그리고 국가를 위해 

잘 이끌고 싶은 나는 

너의 어머니이고 싶다.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강한 어머니이고 싶다. 

네가 기대하는 모습보다 

더 힘 있는 어머니이고 싶고 

네가 가는 길에 그 이끌림이 

이 엄마의 왓칭이고 싶다. 

이 우주를 통틀어 이 온 세상을 통틀어 

가장 멋진 이름 어머니.

그 어머니들의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어머니 말이다. 




수현아! 

이 세상 내 최고의 선물

정말 고맙다. 

한때 네가 세상 전부처럼 느꼈던 그 품이 

내 품이었던 것처럼 

먼 훗날 내가 느끼는 너의 품이 

이 세상 전부처럼 말이다. 

살아있는 게 감사한 시간까지 

오래 살 수 있는 걸 소원하기보다 

살아있는 날까지 

온전한 정신의 어머니를 살다 가고 싶다. 




이 험난한 세상 우리가 만나 

사는 날들이 너무 빠르게 흐르지만 

산다는 건 그런 날들이 모여 

운명이 되고 그 운명 안에 

내 반 팔자 너의 인생이 시작되겠지.




수현아! 

네가 아들이라 

이젠 네가 나를 지켜줄 날도 얼마지 않고 

간간이 네가 나를 걱정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어떨 땐 치열하게 살다 정신차려보면 

이 엄마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있겠지만 

우리 운명 앞에 

어머니와 아들과의 인연 안에 살아가는 동안 

좁디좁은 세계에 빠져 

어리석게는 살지말자. 

그래서 남들과 똑같아지지 말자꾸나.

이 엄마도 너도 인생이 재미있는 건 

모두 똑같지 않아서 일거야. 

열정에 혼을 놓아가며 미친 듯 살아보자. 

진심으로 다가서는 인생의 눈을 가지고 말이야. 




수현아! 

항상 누군가의 인생을 닮아가려 하지 말고 

수현이는 겉모습에 치장된 인생을 살지 않길 바래. 

엄마가 저 멀리 떨어진 곳에 살아도 

언제나 널 비출 거니까.




인생을 논하기에 깊이는 아직 없는 부족한 어미지만 

종족번식을 위해 널 낳지는 않았다.

널 사랑하고 널 지켜내기 위해 

꿈꾸듯 미쳐 산 내 젊은 날 

내 인생의 절망 앞에서도 

난 널 지키려 불꽃처럼 살았기에 

인생 살만 한 거다 말하기엔 

지옥불 같은 날도 많았지만 

내 아들을 키우는 나날들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




그래서 가치 있는 인생을 산 

내 죽음 앞에 놓이는 날도 

너에게 어머니로 남아 든든한 존재로 

네 영혼 안에 살 거다. 

앞으로도 평범했던 내가 

어머니로 살아서 

남김없이 내 비전을 끌어내며 

그 어떤 순간도 부끄럽지 않게 살다 갈게. 

진짜 지독하게 행복했다고.

그래서 운명의 부름도 두렵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마지막 내 이상형의 남자가 

내 아들, 너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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