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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이아Gaia Apr 19. 2021

[왕비재테크 비밀] 효도하지 마라

위대한 유산

21.04.19



효도하지 마라



효도가 뭔 줄 아니?

부모를 공경하고

부모의 말을 잘 듣고

부모를 섬기고

부모에게 원하는 것을 해 드리고

부모의 은혜를 알고

부모를 잘 모시고...

또 뭐가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판 진짜 효도는 뭘까?





한자어로 孝,

어버이를 섬기는 일.

이런 식상한 의미 각설하고

승현아 수현아.

너희는 굳이 효도하지 않고 살아도 된다.

이미 태어나 준 것만으로

다 효도했다.

내가 낳았지 너희가 원한 건 아니었잖니.

그러니 너희는

굳이 살면서 효도할 생각으로

거짓말 하지 마라.

엄마, 돈 많이 벌면 뭐 사줄게.

엄마, 성공하면 뭐 해줄게.

엄마, 내가 다 이루면 꼭 뭐 하자.

이런 이루면 이루고나면 이란 말로

약속하지 말고,

우린 이런 말장난에 심쿵하지 말자.





너흰 돈 많이 벌면 다 너희가 쓰고,

너흰 성공하면 다 너희가 잘난 거고,

너희가 다 이루면 다 너희 꺼다.

특히 나를 공경 하지도

꼭 내 말을 잘 듣거나

나를 섬기려 하거나

내 원하는 걸 주려거나

내게 은혜를 갚으려 거나

나를 모시려 하지 마라.

요약하자면 각자도생 각자 잘 살자.

지혜로운 부모는 기대하지 않고

자식에게 기대는 부모는 지혜롭지 못하다.

원래 부모는

자식에게 바라서는 안 된다 생각하고

이 글은 너희에게 보내는

엄마의 마음이고 편지다.





나는 내 부모에게 전부까지는 아니라도

지금껏 효도는 아니라도

자식 노릇 하고 산다.

돈 벌던 17살 공장에서부터 지금껏

매달 한달도 빠짐없이 생활비를 드려야 했다.

내가 원한 것도 내가 바란 것도 아니고

지금은 엄마가 생활비를 드리지 못하면

생계가 위태로우시다.

어찌 그 무거운 짐을

내가 너무 잘 알아서

내가 이런 자식이 되어보니

엄마는 너희와 문지방을 밟아 다니고 싶지 않다.





지금이야 한숨 돌리지만

아빠 망하고 엄마 혼자 너희 둘 키우며

부모 넷의 생활비를 드리는 일은

숨 고를 수 없을 만큼 힘겨웠다.

무서운 건 주는 자식과 달리

받는 부모는 그 돈이 늘 흡족하지 않았고

버겁지 않은 척 하는 자식의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할 땐

정말 원수만큼 무섭기도 했다.





누군가 이런 엄마 글에 욕을 한다면

감히 묻고 싶다.

영양실조 걸려 대학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들린 날

거짓말로 출장 다녀왔다는데

생활비 날짜 지났는데 왜 아직 안 보냈냐고

외삼촌 학비 보태야 된다 하셨을 때

엄마, 진짜 관 짜고 싶었다.

맏딸로 태어나 부모 손길 못 받아 컸는데

맏딸이라 부모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자리

거친 쌀밥도 아까워 20대 30대 굶고 다녔다.





그렇게 한이 맺혀 이 글을 쓰고

누구의 지탄에 절대 양심에 가책이 없는 건

안 당해보고 남 일을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없음이다.

알겠니 승현아, 수현아.

그래도 엄마가 가슴에 한을 품었지만

자식 도리 하는 건 내 부모여서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내 부모님은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기억하고 더 깊이 생각하려 하지 않음이다.





무념, 그래서 엄마는

시장에서 추운 날 배추 팔고 고추 팔아

자식 주려 애쓰는 어르신들 보면

그 자식들이 때론 부럽다.

그러니 기억해라.

스스로 서라.

우린 서로에게 기대어선 안 된다.

스스로 서라 우린 서로를 믿어선 안된다.

스스로 서라.

우린 서로 자기 인생을 살아야 한다.

승현인 승현이 답게

수현인 수현이 답게

엄마는 엄마답게

서로 잘 살자.





그러니 효도할 생각지 말고

스스로 서라.

그것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효도다.

태어나 준 것만으로 감사하다.

이 무식하고 못났던 스물일곱, 서른하나

그 철없던 엄마에게 태어나

자랑스런 딸로 커주고

훌륭한 아들로 자라주고

내 새끼로 태어나

나를 사람답게 살게 해줘서

그래서 엄마는 지금도 효를 행한다.





지극정성으로 생활비를 보내고

돌아가실 때까지 엄마가 책임질 몫이지만

너희는 내 죽은 뒤에 제사도 지내지 마라.

좋아하던 음식은 커피였는데

좋아해서 마신 게 아니라

돈 벌고 일하려고 잠 안 자려고

삼시 한 끼를 안 먹어도 못 먹어도

커피는 참까지 하루 5끼를 챙겨 마셨다.

그러니 내 죽은 뒤에 커피도 놓지 마라.





엄마는 이토록 지독한 삶을 살아

부모를 마음껏 봉양할 그릇이 되지 못해 부끄럽지만

너희는 나를 부끄럽게만 여기지 않으면 좋겠구나.

어릴 땐 부모를 미워하는

이 못난 엄마가 너무 미워서

죽어서도 태어나면 만나고 싶지 않을 만큼 미웠고

열일곱 살에 공장 생활이

오십이 된 나이에도 피 멍으로 남는 걸 보니,

엄마는 혹 너희에게

태어나자부터 어미와 떨어트려

돈 벌려고 내 새끼 남에게 맡기고 키운

그 세월을 돌아보니

너희 가슴에 남은 피 멍을

이제야 조금 볼 수 있음에 미안하다.





사죄한다.

그리고 구차하게 변명한다.

살려고 그랬다.

살고 싶어서 그게 살 길이었다.

그래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세뇌시켰다.

자식과 부모는 헤어져 떨어져서

각자 살아야 한다고

이제는 다 커서 이해해주겠지란 것도

착각일 수 있기에.





언젠가 승현이 네가,

엄마 다시 태어나면 내가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줄게

그때 받은 거 다 되갚아 줄게 했던 그 약속처럼

가끔 엄마는

멀지 않은 세월 너희의 자식으로 살게 될

내 정신 아닌 남의 정신으로 살게 될

그날이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엄마는 지금도 내 자리를 기억하면서

살아있는 오늘에 연연하지 않고 살려 연습한다.





고맙다.

서슴없이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서게 해줘서

혹 장담하지 못할 어느 날

다른 기억으로 너희를 찾게 될 땐

우리 찬란하게 눈부신 하늘과

피 끓어 살려 했던 시간들을 잘 다독여

헤어지는 날 억울하지 않도록

서로의 진짜 사랑으로 그 이름으로 살자.

애초에 효도는 이미 태어날 때 다 해주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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