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5.24
세상 가장 빛나는 열아홉살 아들에게
5월은 가정의 달이라는 한국은
코로나로 예전에 비해
그 분위기가 쉬이 잘 느껴지지 않는
평화로운 5월의 어느 봄날이다.
여기 한국은 북유럽 날씨처럼
진짜 8개월이 겨울인 듯
지난 10월에 꺼낸 겨울 이불을
이 엄마는 아직도 덮고 자야 하는
선선함이 묻어나는 초록이 깊어가는 밤
침대에서 모처럼 이 글을 쓴다.
최근 엄마의 업무가 늘어나
발이 퉁퉁 부어 왜 그런가 보니
하루 잠 서너 시간에
하루 1끼 겨우 먹었더니
온 몸이 문제없는 곳이 없음이다.
그러나 혹여 걱정치 말아라.
그냥 집에서 온종일 쉬어도
아픈 나이라서 이니.
수현아,
그것보다 안부 한 번 묻지 못했구나.
벌써 한 학기를 마치는 걸 보니
네가 한국 있었으면 고3이라
혹 엄마는 아니지만
한참 고3이라 인지는 하고 있었을 텐데
주민등록증 만들라는 통보를 보고
네가 19살이구나 싶었다.
올 방학엔 들어와서
주민증 발급을 해야 한다는 거 기억해주고
늦게 마신 커피 탓 핑계로 이 글을 보낸다.
코로나로 여행을 못 가니
그리운 것들이 많아지는 구나.
가슴 뛰는 짐 싸는 일, 여권도,
바람도 바다와 강 하늘과 산도
그림도 관광지도 노래도 모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암울한 시절이구나.
그 시간 사람들은
무엇을 하며 보내고 있을까.
엄마는 그 시간 인생 플랜과
죽을 때까지 뭐하고 살지
어떻게 살고 어디서 살지
중심을 잡아보려 애썼다.
아직도 성숙하지 못하다고 느낄 땐
늙음이 불안하기도 할 때고,
아직도 성장해야 함을
너희와 떨어진 그 긴 세월 앞에서도
아직 그리움을 떨치지 못할 때
엄마는 아직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하구나 싶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 길을 가면서
엄마란 이름의 소명과 명분은
늘 알고 숙지하고 있으니
이렇게라도 버티는 것 같다.
요즈음은 약을 금방 먹어 놓고도
깜빡해서 더 먹거나
어제 먹은 걸 금방으로 기억해
빠트리기도 한단다.
받아들이면서도
늙어가는 건 왜 이리
수평선 너머의 남의 일 같을까?
머리 수술 후 후유증도
청각의 장애도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은 병들도
내 단골손님처럼 정겹다.
정말 처음 경험하는 늙음 앞에
아주 경험해 본 적 없는 병들 앞에
다들 그렇게 사는 거겠지 위안한다.
썩 괜찮지 않은 건강도
인정할 수 있음은
지금 엄마에겐
이 안도의 시간들이 너무 좋아서다.
인생을 살아보면
타인은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자기 자신은 속일 수 없거든.
자기 안에서 후회하거나 반성할 때,
아플 때, 참을 때, 사랑할 때, 망각할 때,
진실을 볼 수 있다.
지난날 얼마나 펄떡거리고 꿈틀거렸는지
내 몸 공짜인 줄 알고 실컷 썼더니
기막히게 보복하는 것처럼
이 세상 모든 것에는 거저가 없다.
수현아, 혹 엄마 아픈 것에
행여나 맘 쓰지 않길 바란다.
엄마는 스스로 원해서
신께 건강을 바치고 너희를 얻었으니
다 다행이다.
기막히게 신은 엄마 편이셨다.
오히려 덤으로 얻은 것들도 많거니와
이만하면 내일 죽어도 미련이 없다.
너희에게도 내가 줄 수 있는 건 다 바쳤으니
늘 미련 없이 갈 수 있는
이 자유도 영광이다.
그러니 수현아!
이 엄마가 삶의 귀감까지는 모르겠지만
이 엄마의 글들을 씨앗으로 삼아라.
넌 은혜 받고 축복받아 살아야한다. 꼭.
그 다음 감사하며 사랑하고 살아라.
그 다음 우정과 희망을 놓치지 말고,
수고와 성취를 늘 베이스로 깔아라.
행복과 행운은 타인에게 주면
되돌려 받으니 그리 알고
진실 되고 참진의 기품을 원하는 엄마의 바램도
구절 초 꽃 피면 온 세상에 뿌려라.
그 다음 승리든 그 무엇이든 누려라.
지혜로운 사람은 화려하지 않다.
진짜 배움을 삶 속에 집어 넣어두면
네가 원하는 대학도 그 대학에서의 꿈도
다 누리며 뛰어놀 수 있을 거야.
또 고난이 찾아오면
앞 뒤 생각하고 덤벼라.
덤빌 땐 꼭 지혜로운 이의
스승의 펌프질을 또렷이 기억하고
잘 지내 살아라.
못 보니 더 그리운 건 내 몫이고,
넌 날 그리워하지 말고
생각할 틈 없이 달콤했으면 한다.
엄마는 요즘 커피가 더 늘었다.
좋은 계절이 와서,
좋은 날들이 와서,
좋은 사람들이 와서 더 그런 것 같다.
혹 서로 영 몰라볼 일이 생겨도
기쁠 것 같은 엄마의 49살의 봄은
엄마가 네 나이에 세상에 나와
홀로 섰던 시작이라 용기 내어 보라고
부자의 비밀 이번엔 편지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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