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커피가 마시고 싶어 백화점에 들렀다.
아, 정확히 말하자면 백화점 지하에 입점해있는 커피전문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백화점 지하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본 나는 백화점 오픈 초기 구경을 갔었던 고급스러운 마트에서 간단히 장을 보기로 했다.
세계의 식재료들 귀하게 포장되어 있는 진열상품들 그리고 그 속에서 익숙한 척 장을 보고 있는 나.
늘 그렇듯 사야 할 것들만 든 채 계산대로 향했다.
그곳에는 두 명의 캐셔가 있다.
한 명은 바코드를 찍어 계산을 해 주고, 한 명은 봉투 안에 물건을 담아준다.
‘아 이런 게 백화점 마트였던가?‘
평소라면 계산된 물건들을 장바구니 옮기는 것쯤은 내가 할 일이었는데, 이곳에서는 그 작은 수고로움조차 고용된 노동자의 몫이 된다.
내가 어릴 때 이런 경험을 했다면 당연한 듯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불편하지 않았을 거다. 당연히 편안한 서비스였을 테니.
하지만 이런 대접에 익숙하지 않은 채 어른이 된 나는 물건을 담아 주고 종량제봉투를 들기 편하게 끔 손잡이를 만들어 주며 뿌듯한 표정을 한 이분의 노고가 새삼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 순간 마치 내가 부잣집 안사람이 된 것 같은(?) 으쓱한 기분을 들게 했다.
아차 싶었다.
이 모든 게 자본주의에서 태어난 것들일 텐데
‘아, 나도 자본주의 세상에서 태어났으니 자본주의에 녹아들어 살게 되며 이런 감정을 갖는 것이 당연한 걸까?’
순간,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러 백화점까지 오게 된 것이 참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자본주의시대에 살며, 자연스레 시대에 순응되어 살아가게 된. 그리고 어른이 되어 이 불평등한 구조를 알게 되었을 즈음 이제라도 순응하고 싶진 않지만 그럴 수 없게 되어버린 나.
난 오늘도 내면의 나와 이 옳고 그름을 실랑이하다,
커피 한잔으로 혼돈의 감정을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