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차, 결국 무너졌다.

by 오늘의 온도




동결 배아를 이식한 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지난 일주일을 새 학기 전 아이들 정기 상담과

월말 자료 및 간식 준비, 2월 수업 준비, 신규 상담으로

꽤나 정신없이 보내고 토요일을 맞이했다.



토요일. 주말인데 평일 출근할 때보다 눈이 빨리 떠졌다. 요즘 8시쯤 되면 질좌제를 넣느라 자동기상이었는데 그 패턴이 익숙해졌나 보다.



남편과 누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원래 가고 싶었던 갓덴스시 대신 대전 오노마 호텔 뷔페에 가기로 했다.

맛있고 배불리 대전에서 두 끼 같은 한 끼를 먹고

다시 집에 돌아와 미뤄두었던 종합소득세 신고를 했다.

복식부기의무자라 자료가 많아 하기 전부터 스트레스였는데, 막상 하다 보니 2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다.

빠르면 6일 차부터도 희미한 두줄이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길래 원래 내일 하려다 8일 차에 처음 임테기에 손을 댔다.




‘단호박 한 줄이다.’



신혼 1년 차에 대량구매했다 남은 유통기한이 지난 임테기여서 그랬을까, 아니면 진짜 착상이 안된 걸까.

별의 별생각이 다들 기 시작해 난임카페와 챗지피티에 계속 질문을 쏟아냈다.


‘내일 아침 첫 소변으로 다시 해봐야겠다’


다행히도 최근에 친한 동생에게 받은 원포 얼리 테스트기가 하나 남이 있었다.




그날 저녁 남편이 장례식장에 가서 저녁은 혼자 라면을 끓여 먹고 나는 잡생각을 안 하려 전에 보았던 드라마를 몰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


‘그래 처음부터 내가 욕심을 부린 거야.’

‘고혈당이 너무 오래 지속돼서 그런 걸까?’


.

.


새벽 1시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왜 이렇게 쉬운 게 없을까, 아이를 만나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 거였어..”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나는 알고 있었다. 내 눈물에는 호르몬의 영향이 작용했을 거란걸, 그렇지만 그 생각에도 멈추지 않았다.



.

.


새벽 6시 40분 눈이 떠졌다.

고민을 하다. 원포 얼리 테스트기를 뜯었다.

잠결이라 그리고 두려운 마음에

줄이 선명해지길 기다리지 않고 화장실 선반에 테스트기를 올려둔 뒤 다시 잠을 청했다.



8시 50분 다시 눈을 떠 화장실에서 결과를 확인하고 나는 내 두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 8년 차, 처음 보는 두줄 임테기였다.’



아주 희미했지만, 내겐 너무 또렸했다.

한 번도 흐린 줄 조차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간밤에 울며 잠시나마 자포자기했던 내 모습이

참 웃프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제야 마음에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일은 드디어 산부인과 1차 피검사가 있는데

무사히 잘 통과되길 간절하게 바라는 중이다.

부디 마음의 고통이 덜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배아 이식 4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