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바깥에서 활동하기

이력서 한 줄 그 이상의 가치

by 연두초록

직장인이 되고 나면 나도 모르게 평일은 회사를 다니느라 휙 지나가고 주말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여가 활동을 하느라 쏜살같이 지나간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주말은 그저 집에서 쉬어야 하는 부류도 있다. 단순히 시간으로만 계산해도 회사에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출근 준비 시간과 통근 시간까지 포함하면 말할 것도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나도 모르게 회사에 정신적으로 매몰되는 경우가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현재의 커리어에 집중하는 게 좋은 시기가 있다. 하지만 물경력 자리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랜 기간 물경력에 회사에 매몰된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고인물'이 되기 십상이다.


회사에서 하는 업무가 자연스럽게 이력이 되는 게 보통이지만 물경력 업무는 제대로 된 이력 인정을 받기가 어렵다. 나는 회사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회사 안에서 이력을 만들 수 없다면 회사 밖에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학생 시절에도 들어가 본 적 없었던 공모전 사이트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그토록 수많은 대회가 있는지 그 전까진 몰랐다.


데이터 분석 분야에는 캐글이라는 데이터 분석 경진대회 플랫폼이 있다. 캐글 상위 입상은 데이터 분석 분야에서 가장 명료한 자질 증명이다. 대회에 도전해서 상위권에 들거나 입상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물경력을 걱정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뜬구름 잡는 목표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영어라서 접근성도 낮았다. 무엇보다 당시의 나는 한국어 NLP를 위주로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에 캐글 대회 중 관심이 가는 주제를 찾기가 어려웠다.

캐글과 비슷한 국내 플랫폼 데이콘에서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이 그들의 사업 주제와 데이터를 가지고 대회를 열기도 한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기업에서는 아예 자체적으로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관련 경진대회를 연다. 공공기관이나 사기업에서 주최하는 공모전이나 해커톤도 다양했다.


관련 공모전이나 해커톤을 주시하다가 관심 있는 주제가 있으면 참가했다. NLP가 주력 분야였기 때문에 챗봇 관련 행사들, 뉴스 데이터 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에 뉴스 빅데이터 해커톤, 책과 도서관에 관심이 많아서 도서관 빅데이터 해커톤 등에 참가했다.


팀을 사전에 만들어서 아이디어 초안을 제출하는 형식도 있었고, 관심 주제로 만들어진 팀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물경력 업무로는 얻을 수 없었던 현업과 유사한 경험을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접근법의 다양성을 체험했다. 해커톤의 경우 보통 심사 전에 참가 팀들이 발표를 하는데 다른 팀의 아이디어나 기술 내용, 문제 해결 방법을 보면서 좋은 의미로 자극을 받았다.


특히 IT나 테크 계열의 커리어를 염두에 둔다면 공모전이나 해커톤 활동은 많은 도움이 된다. 입상을 하면 가장 좋겠지만 굳이 입상하지 않더라도 기술 트렌드를 파악하거나 협업의 경험을 쌓는 데에 도움이 된다. 내 경우 깃허브나 슬랙을 해커톤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접했다. 그리고 커리어 전환을 한 지금, 실제로 깃허브와 슬랙을 활용해서 일하고 있다. 세대가 다른 팀원들과 협업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갈고닦을 수 있었다. 이런 소프트 스킬 또한 하드 스킬 못지 않게 중요한 업무 능력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 외부 활동을 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현재 회사 바깥에서도 통하는 역량을 갖춰간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물경력자가 힘들어하는 이유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자신감 하락과 불안함인데, 이 고통을 많이 덜어주었다. 일단 회사를 다니면서 외부 활동을 하려면 바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불안해 할 시간이 없어진다.


지금 하는 일이 물경력인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거나, 뭔가를 한다고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어서 실행하기 어려울 수 있다. 사실 회사를 다니면서 외부 활동을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심지어 연휴를 고스란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에 다 쓴 적도 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렇게까지 하나' 하는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불안과 걱정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보다 행동하는 게 더 마음이 편했다. 입상 같은 가시적인 성과도 얻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성취도 많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진 않지만 '그때 노력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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