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만 걱정하면 멘탈만 나갈 뿐
물경력을 걱정하게 했던 이전 회사의 많은 동료들은 물경력에 대해 불안과 걱정을 안은 채로 회사를 다녔다. 대부분 일에 대해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들이었다. 물경력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경력에 불안해하면서 대학원 진학이나 자격증 취득 등 끊임없는 회사 외부의 자기개발을 하는 유형과 걱정은 가득한데 현실적인 상황과 피로로 인해 구체적인 행동은 하지 못하는 유형이 있었다. 몇 년이 지난 후,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자기개발을 하면서 자기 콘텐츠를 구축했거나,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떠났다.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물경력에서 벗어나려는 구체적인 시도를 못한 채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자의 과정을 거쳐 물경력에서 탈출해 원하던 진로로 방향을 틀긴 했지만 사실 이직 전에는 때때로 엄습하는 불안함이나 무기력감에 심적으로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손을 놓고 있는 편이 멘탈적으로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커리어 향상보다는 내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여러가지 자기개발에 손을 뻗었다고 말할 수 있다.
어이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물경력은 문제가 아니다. 물경력 탈출기를 쓰고 있으면서 무슨 헛소리를 하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우선 물경력이라고 불리는 업무도 사실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하니까 존재한다. 물론 커리어 패스 면에서는 큰 이슈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나 또한 커리어 패스 측면에서 좋지 않은 경력이라는 생각에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더 힘들었던 것 중 하나는 내가 하는 일이 아무 곳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무기력감이었다. 심지어 회사 리뷰 사이트에 내가 있던 팀을 콕 집어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써 있는 걸 본 적도 있다. '무쓸모' 취급을 받은 거나 다름없었기에 모욕감이 들었다. 소위 말하는 '월급 루팡'의 스탠스로 일했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았겠지만, 주어지는 일마다 진지하게 공부까지 해가면서 수행했던지라 그런 평가가 억울했다. 아마 외부 활동이나 자기개발을 해 오지 않았다면 멘탈적으로 타격이 컸을 것이다. 모욕적이고 억울하기는 했지만 멘탈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지금까지 내가 했던 노력에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야 내가 물경력 자리고 무쓸모 취급 당할지도 모르지만 다른 곳에서는 통용될 여러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다는 자신감과 증거를 갖고 있었다. 덕택에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다.
물경력이 고민되고 힘들다는 것은 일에 대한 욕심과 자기 자신에 대한 기대감을 반증한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향상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까 무기력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입으로만 걱정하기보다 행동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아주 작은 시도라도 좋다. 해결을 위한 행동이 수반되지 않은 걱정은 정신 건강을 해칠 뿐이다. 경험에 비추어 보건대, 자신에 대한 기대치와 현 상황의 괴리감이 오래되면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과 상황에 대한 비관이 쌓여 자괴감과 무기력감으로 이어진다. 물론 행동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데엔 용기가 필요하고 기회비용이 따른다는 것을 잘 안다.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고 해서 꼭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 나아진 자신이 있을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