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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Jun 26. 2022

문과인데 교육 듣고 개발자 할 수 있을까요?

지극히 주관적인, 개발 및 데이터 직종 취업 Q&A

바야흐로 개발 직종이 핫한 시기다. '네카라쿠배당토'라는 말이 생기고, 국내 테크 기업이 경쟁적으로 개발 인력 영입에 나서면서 개발자 연봉 1억 원 시대가 열렸다고들 한다. 그래서일까, 인터넷을 하다 보면 '문과인데 국비 교육 듣고 개발자 가능할까요?' 같은 질문을 심심찮게 목격하곤 한다. 나도 비슷한 의문을 품었던 시기를 거친 사람으로서 개발과 데이터 분야 관련 '자주하는질문'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을 적어보려 한다.


Q. 문과에 개발 노베이스인데 교육 듣고 개발자가 될 수 있나?

A. 단순히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다면 당연히 가능하다. 이미 현업에 수많은 문과 개발 노베이스 국비 교육 출신 개발자 선례가 있다. 이 질문은 사실 자신과 비슷한 조건에서 일반적으로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것인데, 문과/노베이스라는 조건은 너무 방대해서 답하기가 어렵다. 내 경우 상경계열이나 사회계열도 아닌 문사철 전공자였다. 대신 나는 학창 시절 수학을 좋아했고 수학적 사고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사회인이 되고 나서는 웹 기획 업무를 한 적도 있다. 즉 같은 문과라고 해도 각자의 적성이나 히스토리는 천차만별이라는 뜻이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가늠해 보고 발을 들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구체적이지 않은 질문은 도움 되는 답변을 얻기 어렵다. 용기를 얻기 위한 확인이 필요한 것이라면 물론 답은 '가능하다'다.


Q. 개발도 적성이 있다던데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어떻게 아나?

A. 다른 직무에도 적성이 있듯 개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왜 개발이 적성이 없을 거라 여겼는지 의아하다. 개발의 적성이 뭐냐고 묻는다면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말이 갈리겠지만, 나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끈기 그리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적용하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성향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적성이 있는지 없는지는 배워서 해 봐야 안다. 배우는 동안 재미가 없다면 권하지 않는다. 앞으로 공부해야 할 게 더 많은데 처음 배우는 과정부터 재미가 없다면 적성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못하는 것과 재미가 없는 건 다르다는 점이다. 교육을 받던 때의 나는 강의 내용도 잘 이해가 안 갔고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모르는 것 안 되는 것투성이였다. 이상하게도 그만둘 생각은 들지 않았다. 교육 수료 후 개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비로소 배웠던 내용을 이해하고 직접 적용할 수 있었다.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타입이었을 뿐 적성에 안 맞는 게 아니었음을. 못하는데도 그만둘 생각을 하지 않았던 건 어렵지만 재미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는 것을. 지속할 정도의 재미를 느낀다면 일단은 더 해 봐도 좋다는 신호다.


Q. 데이터 분야는 석사 이상만 가능하다던데

A. 단순히 사실 여부만 묻는다면 석사가 아니어도 가능하다. 일단 나부터가 석사는커녕 비전공자인데 데이터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분야에서 석사 이상을 필수 요건으로 보는 회사가 많은 건 사실이다. 석사 이상이 아니면 문이 좁긴 하지만 아예 닫힌 건 아니다. '석사 이상 또는 그에 준하는 경력 보유'와 같은 조건을 붙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 또한 이 케이스다.

빅데이터 교육 과정 수료 후 데이터 직무로 지원을 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석사 이상을 찾는 바닥(?)에서 국비 교육 수료 비전공자는 아무래도 경쟁력이 없었던 모양이다. 기존 경력을 살려 서비스 기획 직무로 이직을 했고 선행 연구를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토이 프로젝트, 해커톤 등 회사 밖의 프로젝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 때의 경험과 경력을 통해 데이터 분야로 들어왔다. 케이스는 정말 천차만별이다. 사회 변화 속도가 빠른만큼 언제 현재의 취업 환경이 변화할지 알 수가 없다. 언제 어떻게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고, 당연하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 먼저 온다.

'~하다던데'를 물어보기 전에 구인 사이트를 보는 게 훨씬 유익하다. 사실 데이터 쪽은 변화 속도가 빠른 분야라서 내년에도 올해와 상황이 비슷할 거라는 보장이 없다. 현직자에게 묻는 게 낡은 정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장 정확한 답은 구인 사이트에 있다. 자신이 원하는 직무(주로 분석가/사이언티스트/엔지니어로 분류)로 검색했을 때 어떤 기술 스택을 선호하는지, 자격요건은 무엇인지 경향성을 스스로 파악하는 게 좋다.


역질문을 하고 싶다. 왜 개발자가 되려 하는가. '취업이 잘 된다고 하니까' '연봉 등 대우가 좋다고 하니까' '보수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많다고 하니까'가 주된 이유라면, 개발 직군의 현실에 대해서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먼저, 개발자가 비교적 취업이 잘 되는 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문과 출신의 취업률이 암담하기 그지없으니 말이다. 핵심은 취업 자체라기보다는 양질의 자리에 들어갈 수 있느냐다. 비전공자가 몇 개월 교육을 받고 4년 공부한 전공자급의 실력을 갖추게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개발자의 연봉이나 대우에 대한 과한 기대가 있다면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곳이 많은 것을 보고 '현타'를 맞게 될 수 있다. 비개발자에 비해 개발자 연봉이 높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뉴스에서 말하는 파격적 연봉은 경력 개발자와 소수의 빅테크 기업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연봉 이천 중반대부터 시작하는 IT기업도 다수 있다는 현실을 알고 나서 시작했으면 좋겠다. 심지어 야근이 잦거나, 상명하복식 군대문화거나, 팬데믹 시대에도 재택근무는 다른 나라 얘기인 IT기업이 많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 직군에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서류 합격률부터가 완전히 차이난다. 물론 내가 이전에 박봉 직무에 있었기 때문도 있겠지만, 동일 연차를 기준으로 했을 때 대부분 개발 직군 쪽의 연봉과 대우가 좋은 편이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 다른 업계나 기술이 주류로 떠오르면서 현재의 개발붐이 급속하게 사그라들 수도 있다. 이미 일각에서는 개발자 연봉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황이다. '레드오션'인 셈이다.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기회가 많아서'는 부차적인 요인이어야 한다. 핵심은 결국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다. 워낙 취업 환경이 안 좋다 보니 이 선후관계가 뒤바뀌는 경우가 많다. 노력과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져서 기회를 잘 잡는다면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타이밍이 어긋나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또 다른 기회의 장소를 기웃거려야 할 수도 있다.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다음에 기회가 가장 많은 곳이 어딘지를 파악해야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는다. 


이 시점에서 다시 물어야 할 것 같다. 왜 개발자가 되려고 하는가. 조건이나 진입 기회 외의,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유가 있는가? 그렇다면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그 이유를 갖고 있다는 자체가 적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설령 막상 배워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잘 맞지 않으면 또 어떤가. 이 길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는 것도 진로 탐색 과정에서 중요하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해봤더니 안 맞더라는 판단을 내리는 건 전혀 실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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