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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초록 Oct 15. 2021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

《회사 말고 내 콘텐츠》 리뷰


회사 말고 내 콘텐츠

저자 서민규

출판사 마인드빌딩

출간일 2019.12.01

페이지 280


회사 밖에서도 통용될 내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한지 몇 년이 지났는데, 서점에 갔다가 마치 내 생각을 꿰뚫어 본 것 같은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라니, 목말라하던 포인트를 저격한 제목이었다. 내용도 제목에 충실했다. 회사 밖으로 나왔을 때에도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정체성은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가 아닌가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에 엄청나게 공감했다. 안그래도 글로 된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고, 이 책은 그 다짐에 힘을 실어주었다.


'회사 다니기도 벅찬데 굳이 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나?'라 질문하는 사람은 이 책의 타깃이 아니다. '회사 말고 내 콘텐츠'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 반사적으로 손을 뻗는(혹은 클릭하는) 사람, 즉 자신의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있는 사람이 이 책의 타깃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서, 왜 굳이 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그것은 정체성의 문제와 관련이 깊다. 작게나마 '온전히 내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영역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콘텐츠가 가져다준 수익과 별개로 정체성을 단단하게 해주는 엄청난 강점이 있다. (중략) 회사 네트워크에 내 결과물이 갇혀있지 않아도 되고, 상사가 내 콘텐츠에 숟가락을 얹을 수도 없다. 내 정체성에 치명상을 입히는 일은 더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내 정체성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게 해 주고, 정체성 전쟁을 더 이상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마저 준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늘 불안했던 이유를 깨달았다. 이 불안함은 '내 정체성이 안전하다는 느낌'을 갖지 못해서라는 것을. 회사를 다니든 다니지 않든 내 정체성을 말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그 필요성을 사실 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내 정체성은 뭘까, 이 터무니없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글쓰기에서 찾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콘텐츠를 만들면서 겪은 여러 어려움에서 우러난 현실적인 마인드셋에 대한 조언이 담겨 있어서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공부를 배울 때 천재보다는 노력으로 잘하게 된 경험을 거친 사람에게 배우는 것이 더 좋다는 맥락과 비슷하다. 처음 만든 콘텐츠는 지금보다 수준이 한참 떨어졌음에도 더 힘들고 작업 시간도 더 걸렸다고 털어놓으면서, 지속한 결과 지금은 그때에 비해 모든 것이 나아졌고 그런 변화는 복리로 찾아온다는 말은 큰 힘이 되었다.


콘텐츠 소비자로만 머물 경우 눈높이가 끊임없이 높아져서 내 콘텐츠를 시작할 수가 없게 된다는 지적도 아주 날카로웠다. 텍스트 콘텐츠를 정말 많이 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쓴 글의 수준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자꾸 글쓰기를 미루고 미뤘다. 소비만 하면 눈높이만 높아진다는 말은 완전한 팩폭이었다. 으레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로 독서가 취미가 된 나의 눈에 연습이 부족한 내 글이 성에 찰 리가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이제부터 소비보다 제작에 더 무게를 실어보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언젠가는 복리로 변화를 맞이할 날을 기대하면서.


배운 사람이 만드는 게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배운다는 부분도 아주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데이터 분석을 배우면서 자바를 비롯해 파이썬이나 R까지 폭넓은 커리큘럼의 교육을 수료했다. 교육중에는 이걸 어떻게 다 하나 싶어 막막했다. 물론 강사님을 따라 작성한 코드는 대부분 잘 작동했지만 내가 이 코드를 이해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고등학교 때 영어 점수는 나쁘지 않았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처럼은 느껴지지 않았던 것과 비슷했다. 교육이 끝나고 새로운 회사에 입사해 배웠던 것들을 써서 아웃풋을 내야 할 일이 생겼다. 배우는 사람이 아니라 만드는 사람이 되자 배울 때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던 기능들을 직접 찾아서 적용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때 어렵게 느껴졌던 개념들은 쉬운 편이 되어버렸다. 바로 '관점이 완전히 뒤집힌' 경험이었다.


시도하면 경험이지만, 지속하면 경력이 된다는 말처럼 무언가를 지속하는 건 굉장한 자산이 된다. 손에 쥔 몇 가닥의 실은 아주 쉽게 끊어진다. 작은 힘으로도 금방 끊어져 나간다. 그렇지만 그 몇 가닥의 실을 오랜 시간을 들여 꼬면, 몇 천 가닥의 실타래가 된다. 이 실타래는 쉽게 끊을 수 없다. 무언가를 지속했을 때, 그것이 언제나 성취나 성공으로 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하면서 생긴 근육이 남는다. 그 근육으로 다른 무언가를 훨씬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시도하는 것 자체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속하기도 시도하기 못지않게 아니, 시도하기보다 훨씬 어렵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닐테니. 지속하면 쉽게 끊을 수 없는 든든한 자산이 된다는 말이 아주 진정성 있게 전해졌다. 게다가 지속하기가 성취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근육이 남는다니, 엄청 따뜻한 격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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