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리뷰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저자 이미상, 김멜라, 성혜령, 이서수, 정선임, 함윤이, 현호정
출판사 문학동네
출간일 2023.07.22
페이지 364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을 4년 연속 읽으면서 다소 겹치는 작가가 많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 2023년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은 김멜라를 제외하고 모두 새로운 이름이었다. 호기심과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었다. 이렇게 여러 작가의 작품이 함께 실린 작품집을 읽으면 유독 한 작품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에는 <젊은 근희의 행진>이 그랬다. 책장을 덮은 직후에도, 지하철에서 청년들을 마주칠 때에도 불쑥불쑥 <젊은 근희의 행진>의 결말이 떠올랐다. 은근하게 생활 속에서 여운이 길었다.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에서의 위기 상황 묘사가 은근하게 현실적이어서 불쾌했다. (이 소설이 불쾌했다는 것이 아니라, 불쾌한 장면을 불쾌하게 잘 그렸다는 의미다) 산에서 총을 잃어버려 우연히 만난 남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주시면?"이라고 대가를 바라거나 "안녕. 삼촌 해봐. 삼촌."이라고 어린 자매에게 말하는 부분이 소름 돋을 정도로 싫었다. 그들과의 대화 장면이 꽤 리얼한 악몽처럼 느껴진 데에 비해 모험 서사의 본질이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다. 해설이나 심사평에서는 이 모험 서사에 대해 호평 일색이었는데 나에게는 잘 다가오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다.
<제 꿈 꾸세요>는 자살 시도를 했을 때는 죽지 못(?)했다가 살겠다고 결심하고 먹은 초코바에 목이 막혀 죽었다는 이야기의 시작점이 흥미로웠다. 죽음을 오히려 '깨어남'으로 표현하고, 판단 이전의 상태인 빈 괄호의 이미지를 내세운 것도 좋았다. 죽은 이후 다른 사람의 꿈으로 갈 수 있어서, 누구의 꿈으로 갈지를 반추해 보는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신파적이지도 건조하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점이 좋았다.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빠져들듯이 읽었던 작품이 두 편이었는데, 바로 <버섯 농장>과 <젊은 근희의 행진>이다. <버섯 농장>의 기진과 진화가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만났고 정서적으로 가정환경도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둘의 삶에 차이를 만드는 건 결국 '수저'였다.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기진은 회사를 욕하면서도 쉽게 회사를 그만둘 수 없는 진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방음이 잘 되지 않고 더러운 오피스텔에 대해 불평하는 진화에게 '이사가면 안 돼?'라고 대꾸하는 식이다. 둘 사이에는 깊고 큰 간극이 있다. 때로는 기진에, 때로는 진화에 이입하면서 읽었다. 명의 도용으로 갑자기 채무자가 된 진화가 명의 도용자의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장면에서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책 읽는 속도가 빨라졌다. 결말이 다소 갑작스럽긴 했지만 소설에서 허용되는 극적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의 해설인 <책임은 법보다 강하다>에서 작품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소설도 해설도 재미있었다.
<젊은 근희의 행진>은 세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북튜버를 한다며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방송을 하는 동생 근희를 바라보는 문희의 시선이 나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이 시대에 넘치는 관종들을 알게 모르게 혐오해 온 내 입장에서 만약 이 소설의 근희 같은 동생이 있다면 문희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유명한 걸로 유명해지는 것'이 가능한 이 시대 자체도 어처구니가 없는데 그 시대에 편승하는 관종들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졌다. 부끄럽지만 고백하자면 문희가 근희를 아메바로 취급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만큼 문희가 나처럼 느껴졌기에, 마지막 부분의 문희의 심경 변화가 더 와닿았다. 그래서일까. 마지막 구절이 오래오래 가슴속에 남았다. 해설에서는 팩폭(?)을 당하기도 했다.
(전략) 모두 근원적으로는 '관심에 대한 관심'에 포박돼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이 소설은 관종을 주변과 분리시키는 대상화의 굵은 실선을 지워나간다.
결국 관종을 싫어하는 나 또한 '관심에 대한 관심'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깨달았다. 꽤 충격적인 각성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언니의 호적으로 살아온 서연화의 이야기인 <요카타>는 차분하게 한 인물의 인생을 가공된 버전(인터뷰 내용)과 진실 버전(소설 내용)으로 그려냈다. 가공된 버전과 진실 버전이 따로 논다는 점 자체가 이 소설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단정하고 조단조단한 소설이라는 이미지다.
원하는 곳을 어디든 (편도로만) 갈 수 있는 자개장이라는 상상력이 돋보였던 <자개장의 용도>, 연필로 만든 샌드위치라는 이미지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연필 샌드위치>도 재미있게 읽었다. ‘젊은작가상’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개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