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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Dec 24. 2021

좌충우돌 서비스 론칭기 - 2

내 서비스는 내가 만들어야 한다.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모바일 앱 또는 웹 기반의 서비스가 많다. 

아이디어가 훌륭하니 개발만 하면 성공할 거 같은데 이 '개발'이란 게 그리 녹녹한 게 아니다. 

나의 CEO는 창업 멤버에 2명의 IT전문가가 참여한 것만으로 개발은 자동으로 될 줄 알았다. 그러나 1명은  PM이었고 나는 컨설턴트였다. 물론 우리 둘 다 과거에는 개발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결국 개발을 외주로 진행하기로 했고, PM출신의 창업 멤버가 있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오픈도 못하고 돈만 날렸다. 

개발팀이 없었던 우리는 다시 외주를 줄 수밖에 없었다. 2번째 외주는 그나마 아는 사람을 통해서 진행했고  이번엔 오픈'은' 할 수 있었다. 개발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마침 다른 서비스 오픈 경험이 있는 주니어 개발자가 참여하여 서비스 운영을 맡았고, 서비스 일부 개선도 해가면서 근근이 꾸려 나갔다. 그러나 얼마 못가 이 친구도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하고 결국 나는 15년 만에 개발을 하기 위해 Atom을 설치하고 개발환경을 세팅했다. 그나마 Javascript를 좀 해봤던 나는 관리자 페이지를 일부 손을 보고 Backend 프로그램을 조금씩 손보면서 서비스를 꾸역꾸역 운영해 나갔다. 그러나 나도 전문 개발자가 아니다 보니 서비스 개선 속도는 느리고, 많은 부분을 수작업으로 대체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개발자가 절실했다.

매일 사람인, 잡코리아, 로켓펀치 등 각종 구인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사람을 구했으나 제대로 된 개발자가 없는 스타트업에 면접을 보겠다고 오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사람을 찾아 나섰다. 조건에 맞는 사람을 검색해서 입사제의를 하고, 스타트업 개발자들이 모여있는 사이트에 가서 회사를 소개하면서 입사를 구걸했다.

신입이든 경력이든 뽑아야 했던 나는 어느 날 배민에서 신입 초봉을 5천만 원을 주기로 했다는 기사를 보고 좌절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개발자의 연봉은 계속 오르는 중이다.)

어쩌다 면접에 오는 개발자는 온갖 세상일을 하다가 개발도 한번 해볼까 해서 웹 프로그래밍을 자기 주도 학습하신 40대, 이전 회사에서 우편번호 검색 화면만 한 달을 개발하다가 잘린 개발자, 언변과 스펙만으로 스타트업만 전전한 50대 골수(이력서만) 개발자 등등 세상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렇게 많은 분들을 보다가 종교학과를 졸업했지만 안드로이드 개발을 공부하고 입사 지원한 신입과 형 사업을 돕느라 홈페이지 개발만 1년을 하다가 입사 지원한 HTML를 '쫌' 아는 친구를 채용했다. 

다행히 두 친구가 자기 역할을 해주었고, 그렇게 얼마간 버텼다.

그러나 곧 안드로이드 개발자도 자기 길을 찾아 떠났고, 이제 개발자는 나와 HTML를 쫌 알던, 이제는 프런트엔드 개발자라고 불러도 될만한 친구만 남았다. 다행히 이 친구가 좀 느린 속도지만 천천히 제 몫을 해주면서 잘 성장해 주고 있었고, 나도 떠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내가 참여했던 스타트업의 BM은 O2O 앱 서비스였다. 앱이 서비스의 근간이었는데 우리는 그 근간을 받쳐줄 개발팀이 없었다. 돌이켜 보니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스타트업에서 개발팀을 꾸리려면 적어도 창업자 중에 시니어 개발자 1명 이상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사람을 중심으로 개발팀을 구성할 수 있고, 혹시라도 개발자들이 떠나도 다시 개발팀을 꾸리기 전까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할 수 있다. 


얼마 전에도 현재 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디지털 전환하고 싶다는 분이 회사를 찾아왔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었고 가능성도 있어 보였다. 회사는 IT에 대한 지식을 가진 구성원이 없어서 플랫폼을 만들어줄 '믿을 수 있는' IT파트너를 찾고 있었다. 그분들도 개발만 하면 대박이 날 거니까 참여할 개발사만 찾으면 돼.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시대에 '믿을 수 있는' IT파트너는 없다. 외주를 주면 외주 사는 정해진 일만 한다.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계약한 비용만큼만 한다. SW 개발은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그럴싸해 보이는 서비스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아키텍처도 고객이 늘어감에 따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하고 보안도 신경 써야 하고 서비스의 유지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고 그에 따른 전문지식의 범위도 방대하다. 그저 눈에 보이는 화면이 다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 비즈니스 모델은 내가 직접 개발해야 한다. 모델 검증을 위한 프로토타입은 위시캣이든 프리모아 등 외주로 할 수 있을지 몰라도 BM 자체가 IT 플랫폼이고 모바일 앱이 있어야 쓸 수 있는 서비스라면 개발팀은 직접 꾸리고 개발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 CEO나 창업 멤버 중에 왜 개발자가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다고 해도 함께 그 아이디어를 책임지고 실현할 창업 멤버, 개발자가 없다면 사업 시작을 다시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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