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은 벼슬이 아닙니다

by 박근필 작가





우울하다는 변명으로 얼마든지 무감각해지는 것도 가능하다.

기분이 우울해서 타인의 고통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한마디 툭 던짐으로써 간편하게 면죄부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우울함이 취해 있다간 얼마 지나지 않아 판단력이 흐려질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불감증이며 이 단계에서는 사회적 인습 전반에 무기력해져 자기 생각과 감정만이 유일하게 옳다는 망상에 빠지게 된다.

이 세상에서 나만 외롭고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우울의 망령에 완전히 정복당하고 나면 사람의 영혼엔 오직 분노만이 남게 된다.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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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의 경험자로서 기억해야 할 내용입니다.

우울을 자칫 벼슬로 생각할 수 있어요.

내가 이렇게 힘들고 우울하니 알아서들 먼저 나를 배려해 주고 신경 써주고 조심해 주길 은근히 속으로 바랄 수 있습니다.


만약 남이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면 서운하고 속상하고 화까지 날 수 있죠.

이런 상태의 나인데 왜 챙겨주지 않지?

내가 이 정도 말은 할 수 있지 않나?

그것도 받아주지 않는 건 너무한 거 아냐?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모든 사람이 당신의 심적 상태를 알 순 없습니다.

설령 오픈하여 남이 알고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무심코 행한 무례함과 무성의한 언행을 다 받아줄 의무는 없어요.


당신의 감정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울은 벼슬이 아니에요.

나 아닌 많은 사람들이 우울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내가 원하는 대우를 받고 싶으면

그러한 대우를 먼저 남에게 베푸세요.

당신의 상황이 예외가 되진 않습니다.

우린 모두 비슷한 고통을 안고 살아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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