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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는 수단일 뿐

by 박근필 작가





판단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말라.

인간의 정신이 도달할 수 있는 정점은 판단이다.

판단을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타인의 의사를 수용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간 정신의 정점이다.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만큼 개체로서 완성도와 독립성을 보여주는 증거는 없다.


판단은 스스로 사색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제시된 의견을 비판하고 보완하고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이야말로 사색이라는 직관적 표상의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 인간은 제국을 다스리는 황제처럼 정신적 세계에 자기만의 영토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판단과 권위를 혼동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난제와 부딪쳤을 때 권위를 따르면서도 의기양양하게 스스로 판단한 것처럼 착각에 빠지곤 한다.

권위를 갖춘 말을 인용했을 뿐이면서 마치 자신이 직접 고안해 낸 결론인 것처럼 스스로를 속이곤 한다.

인간의 나약한 정신은 힘들게 자신의 이해와 통찰을 동원하기보다는 타인이 떨어뜨린 몇 마디 말을 잽싸게 주워 담아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몰래 삼킨 후 배설하기를 즐겨 한다.

세네카의 한탄처럼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말을 믿고 싶어한다.

그러므로, 논증이 시작되었을 때 사람들이 주로 선택하는 무기는 누군가의 권위다.

그들이 보유한 무기는 따지고 보면 닳고 닳은 명성이며 우리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철 지난 갑옷이다.

이런 자들과의 논쟁은 굉장히 소모적일 수밖에 없는데 자력으로 확보한 근거와 논리로 판단하더라도 권위에 취한 자들을 깨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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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를 이용하되 편승하진 마세요.

내 생각과 주장이 있어야 합니다.


권위에 파묻히지 마세요.

내 목소리를 내세요.

내가 등불이 되고

나를 의지처로 삼으세요.


살불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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