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에 대하여





인용도 일종의 모방이다.

인용을 주저할 이유는 없다.

출처만 정확히 밝히면 된다.

자신이 완벽하게 소화한 것은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이미 자기 것이니까.

인용은 남의 권위를 빌려오는 효과가 있다.

설득력을 높인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뜻을 좀 더 선명하게 표현해주기도 한다.

신문이나 잡지 기사처럼 인용을 잘 활용하는 글도 없다.

적어도 3분의 1 이상은 인용이다.

특히 전문가 의견을 취재하여 첨가한 '쿼트(quote)'가 그렇다.

독자는 정보를 원한다.

필자는 자신이 정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데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독자로서는 굳이 필자 것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면 된다.

인용을 잘하려면 자료를 잘 찾아야 한다.

나는 내 머릿속 자료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인터넷과 책에서 열심히 찾는다.

찾으면서 영감을 얻는다.

자료를 찾기 전에는 내 머릿속에 없던 생각이 떠오른다.

그래서 글의 주제가 바뀌기도 한다.


- <강원국의 글쓰기>, 강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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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는 이 글에서는 전개 형식을 빌려오고, 저 글에서는 인용구를 차용하며,

또 다른 글에서는 시작하고 끝내는 방식을 참고한다.

베끼려고 하지 않았다.

뇌가 알아서 했다.

누가 내게 돌을 던질 것인가.

파스칼이 배치만 바꿔도 새로운 것이라고 했다.

몽테뉴도 꿀벌은 이 꽃 저 꽃에서 꿀을 얻지만, 꿀은 꽃이 아니라 벌의 것이라고 했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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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을 덧붙인다.

독자가 “그건 당신 얘기일 뿐이잖아.

그걸 왜 나한테 말해?”라고 반응할 것에 대비해,

“내 경험과 의미는 당신에게도 해당해.

당신이 아는 유명한 누구도 그랬고,

이런 실험 결과도 있어”라고 보충한다.

이렇게 인용함으로써 개인적인 경험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인다.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것이다.

그러면 듣는 사람이 공감한다.

‘모두 그렇게 사는구나.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공감하며 위로받고 자신감과 희망을 얻는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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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는 사람은 그 내용이 글쓴이에게서 나온 것인지 어디서 빌려온 것인지 따지지 않는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이면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러니까 자기 것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고, 인용을 주저할 이유도 없다.

인용은 권위와 설득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대학교수가 하나의 주제로 매주 두 시간씩 한 학기 동안 떠들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 <나는 말하듯이 쓴다>, 강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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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통 글을 쓴다고 하면 우리가 순수하게 창작한 내용은 20% 남짓이다.

나머지 80%는 남이 쓴 글을 인용하거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거다.

여기서도‘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된다.

또한 우리가 창작했다고 굳게 믿고 있는 그 20%마저 우리의 순수한 창작품은 아닐 확률이 높다.

쓰는 자의 착각이다.

분명히 나는 생각해서 썼지만,

그 생각 또한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

그게 어디서 나온 것인지 모르는 무지의 상태다. 결국 어디에도 창작은 없다.

해 아래 새것이 없듯이 어디에 있던 걸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

다만 그걸 인지하느냐 못 하느냐의 차이다.


- <내 글도 책이 될까요?>, 이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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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을 위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읽기의 궁극이며 가장 뛰어난 독서법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고의 독서법은 글쓰기를 위한 독서다.


-<내 글도 책이 될까요>>, 이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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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나 혼자서 생각하고, 나 혼자서 다 만들어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이제 ‘이 글은 내 거야!’ 단언하지 않아.

따져보면 내 글이란 없는 걸세.

모든 텍스트는 다 빌린 텍스트야.

기존의 텍스트에 반대하거나 동조해서 덧붙여진 것이거든.


-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김지수, 이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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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아는 정보와 논리 중에 스스로 창조한 것이 얼마나 될까?

별로 많지 않다.

사실은 거의 없다.

대부분 누군가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이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책, 방송, 신문, 인터넷, 대화를 통해 얻는다.

정보와 논리만 그런 게 아니다.

그것을 담은 어휘와 문장도 마찬가지다.

지식과 정보, 논리 구사력, 자료 독해 능력, 어휘와 문장, 논리적 글쓰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우리는 남한테서 받는다.

그 모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경로는 책이다.


-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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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는 없습니다.

유에서 새로운 유만 있을 뿐이죠.


글과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생각해낸 내용이라 쓴 것도

따지고 보면 누군가의 생각을 차용,

참고하여 생겨난 겁니다.


글과 책을 쓸 때 인용을 주저하지 마세요.

적극 활용하세요.

권위 효과를 통해 글과 책의 신뢰를 높이고

내용을 풍성하게 해줍니다.


다만 맥락에 맞게 사용하세요.

지나치게 의존하지 마세요.

뚜렷한 내 생각과 의견이 보여야 합니다.


인용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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