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시 주의할 점






솔직함을 막는 두 번째 요소는 자신을 치장하고 싶고, 뽐내고 싶은 욕심이다.
사실 아무리 오랫동안 수련한 종교인이라도 이 욕심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정도껏이다.
잘못하면 글이 화장한 초등학생 얼굴 같아진다.
어느 이름난 에세이 작가의 책을 읽다가 철학자나 소설가의 멋들어진 문장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자주 튀어나와 놀란 적이 있었다.
세어보니 심한 경우에는 한 페이지에 다섯 문장이 남의 어록이었다.
꼭 필요한 인용도 아니었다.
‘누가 이렇게 말했듯이, 누가 저렇게 말했듯이’ 하고 뒤에 쓸 자기 생각을 꾸미는 용도였고, 맥락이 맞지도 않았다.
‘나 이런 사람들이 이런 말 했다는 거 알아’ 하고 자랑하려는 심리밖에 보이지 않았다.
읽는 나로서는 ‘이 작가는 자기 생각을 자기 언어로 말하지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영의 대상이 지식이 아니라 도덕적 우월감이나 예민한 감수성, 사회에 대한 비판 의식, 아름다운 문장, 유머 감각일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든 과하면 안 좋은 쪽으로 웃음거리가 된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을 때에는 사춘기처럼 누구나 이런 시기를 겪는다고 본다.
기실 그런 허영심이 글쓰기의 동력이기도 하다.
뛰어난 작가들의 담백하고 성숙한,
좋은 에세이들을 찾아 읽으며 그런 욕심을 슬기롭게 길들여보도록 하자.

- <책 한번 써봅시다>, 장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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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시 주의할 점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에세이는 어느 책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풀어내는 장르입니다.
남의 생각이나 의견이 과하게 인용되면 그만큼 자신의 그것이 희석되겠지요.

상대적으로 정보 전달성, 실용성 글과 책은 보다 인용에 자유롭습니다.
좋은 정보,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요컨대 인용은 글의 성격과 분야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하세요.

맥락에 맞게 사용하세요.

나와 내 글의 우월감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 아닌, 글의 품격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사용하세요.

과유불급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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