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진로,직업 탐색_임상수의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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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루는 덩치가 정말 산만큼 큰 대형견이 내원했어요. 제가 실제로 본 개 중에서 가장 컸어요. 아마도 체중이 60kg대였던 걸로 기억해요. 2차 동물병원에서 전립선암으로 진단받고 호스피스 차원의 처치를 이어가기 위해 내원했어요. 나이가 많은 노견이었어요. 다행히 예상보다 오래 버텨주었어요.


또 하나 기억나는 건 어느 날 초등학생 여러 명이 병원으로 들어왔어요. 자초지종을 물으니 학교 숙제로 직업인 인터뷰를 해야 하는데, 수의사인 저를 인터뷰하고 싶어서 왔다고 하더군요. 운이 좋게도 시간 여유가 있어서 성심성의껏 질문에 답해주었어요. 인터뷰를 마치고 뿌듯해하며 병원을 나서는 학생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라요.


하루 두 번 출근하는 삶


제목이 좀 이상하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한때 저는 자주 하루에 두 번 출근했어요. 아침에 한 번, 그리고 응급 진료가 생기면 밤(새벽)에 또 한 번.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에겐 흔한 현실이었어요. 물론 그렇지 않은 수의사도 있지만요.


약 10여 년 전 30대 초반에 제가 동물병원을 개원했을 당시 업계 분위기는 이랬어요. 대부분 주 6일 근무(일요일 휴무), 인원 구성은 1인 수의사(원장)+테크니션+미용사,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근무.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보통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동물병원이 흔했어요.


공휴일도 근무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었고 휴가 다운 휴가도 가 본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것만으로는 끝이 아니었어요. 진짜 어려움은 퇴근 후에 시작되었어요.


일과 시간이 끝나도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입원 환자가 있으면 병원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고, 퇴근 후 응급 진료 전화가 오면 밤이든 새벽이든 바로 동물병원으로 달려 나가야 했으니까요.

결국 나중에 야간 진료를 보는 걸 중단했어요. 저도 살아야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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