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병

공감 피로(동정 피로)

by 박근필 작가

토요일.

입원 환자 중 한 냥이가 넘어갔고 CPR을 했으나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참고로 반려동물의 CPR 후 생존율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개는 약 5% 내외, 고양이는 약 2% 내외로 더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하루 이틀 겪는 일이 아니기에 담담하게 넘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 마음의 소진이 있었나 보다.

바로 마치 몸살이 날 때와 같은 느낌과 기분이 들었다.

온몸에 기가 빠지고 힘이 빠졌다.

급 우울해졌다.


내 책 <할퀴고 물려도 나는 수의사니까>에도 썼지만 '공감 피로(동정 피로)'인 듯하다.

일종의 직업병이다.


다음날 일요일.

운 좋게 아내와 아이들은 근처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며 나에게 예상치 못한 휴식을 줬다.

참으로 고마운 타이밍이었다.

늘어지게 잠을 잤다.

그러나 그래도 컨디션은 회복되지 않았다.


밤에 잠을 청했다.

새벽에 악몽 같은 꿈을 계속 꿔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이른 새벽엔 우측 턱관절과 좌측 무릎에 통증을 느껴 일어나 타이레놀을 먹고 다시 누웠다.


작년 극심한 전신 통증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 당시 가장 통증이 심했던 부위가 턱관절이었다.

그때의 상황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잠이 쏟아져 잠을 많이 잤다.

조금 전 일어나 일단 씻고 밥을 먹고 정신을 차리려 노력 중이다.


부디 무탈하게 넘어가길 바란다.

작년에 겪었던 끔찍한 경험은 앞으로 살면서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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