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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Oct 06. 2018

디자이너는 구직 중

면접으로 맞은 부분이 아프다

자신의 일 관련 전문 지식을 정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 생각해서 언제가 꼭 디자인 관련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해왔다. 나는 그전에 앞서 내가 디자인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 디자인에 대한 나의 의지와 열정 등 스킬보다 중요한 것에 대해 정리해 보기로 했다. 보이고 들리고 만져지는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것들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디자인에 대한 나의 태도와 생각, 목표와 꿈 등을 천천히 한 페이지씩 정리해보고 단단한 마음으로 디자인 이론과 실무에 대해 글을 쓰자고 계획했다.


최근 두 달 정도 나는 10여 번 정도 면접을 보러 다녔다. 절반 이상 합격을 받았지만,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거절하게 되었다. 회사를 고르는 일은 정말로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 하는 일이다. 객관적으로 모든 조건이 좋은 회사라 하더라도 주관적으로 내가 계획한 디자인 커리어에 맞지 않다면 가지 말아야 한다. 조건이 좋아 가고 싶다면, 나의 계획을 회사에 맞추어 변경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변경하여 들어간 회사라도 내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의 계획을 변경하여 들어간다면, 더더욱 그 변수도 생각해 두어야 하는 것이다. 변수를 만났을 때는 이미 나의 계획과 다른 길에 서있기 때문에 그 길에서 중심을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회사에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좋은 회사라고 큰 기대를 하여도 다니다 보면 안 좋은 점도 있기 마련이기에, 혹시 내가 집착(혹은 고집)하는 것은 아닐지 이성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도 나의 계획을 변경하면서 까지 들어갔던 회사가 있었다.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서 가게 되었고 그 당시에 나는 상상할 수 없는 연봉을 준다고 하였다. 회사 인테리어도 훌륭하고 복지도 뛰어났다. 나는 나 스스로 정말 좋은 회사에 가게 되었다고 기뻐했다. 그러나 그곳의 경영 마인드는 나의 생각과는 너무도 달랐고, 온갖 마찰이 일어나며 나는 2개월 만에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억지로라도 적응하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는 연봉과 같이 눈에 보이는 조건들이 회사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도 나는 몇 번의 유혹을 받았지만, 계획을 변경할 만큼 매력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의 계획과 조건 모두 충족되는 회사를 만나기 위하여 여러 번의 면접을 보았다. 결국에는 몇 가지 조건을 포기하고 한 회사에 취업하게 되었다. 이 글에 몇 번의 면접을 통하여 얻은 생각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면접을 보던 중 시간이 지나도 계속 생각이 나던 질문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그 질문들이 자주 머릿속에 떠오른다.

'어떤 디자인을 하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자신을 디자이너와 사람으로 나누어 PT를 한다면?'


나는 임기응변에 강하고 말재주가 있는 편이라, 당황하지 않고 나쁘지 않은 대답으로 잘 마무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면접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나에게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디자인이 재밌다면서. 일을 즐기는 디자이너, 재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노력하는 디자이너, 멋지고 좋은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서.. 남들보다 열정 있게 계속해서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뿌듯해하고 자신 있어했으면서, 왜 언제나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스스로 생각해내지 못하는 걸까.


'디자인을 잘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사실 재능이 있기보다는 노력하는 디자이너에 가깝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멈춤 없이 바라보는 것이 바람직한 디자이너의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디자이너로 저를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를 잘 아는 가까운 지인들은 저를 태생이 부지런하고 일복 터진,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휴일을 만끽하다가도 디자인을 보면 스크랩을 하고 있고, 디자이너로 살다가도 약속 시간에 맞추어 퇴근을 합니다. 퇴근 후 행복을 찾기에는 업무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하는 중에도 행복을 찾고 퇴근 후에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퇴근 후에도 디자인에 관심을 두기에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나눌 수 없을 만큼 디자이너는 저를 설명하는 단어가 되었고 또한 디자인 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실은 이런 질문은 스스로에게 먼저 던지고 오랫동안 생각하며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었다. 나는 언제나 흘러가는 대로 살지 말고 어디로 흘러갈지 선택해서 가자고, 그렇게 생각하지만 실은 모든 것을 다 생각해두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삶을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인생이 그렇다. 디자인이라는 것은 보기 좋게 예쁘고 멋지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편하게 완성도 있게 안전하게 가성비 좋게 실용성 좋게 등 거의 모든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렇게 원하는 수식어를 고르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번 면접은 나의 인생을 설명할 수식어를 정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어느 곳에 가서 어떤 디자인을 하는지에 따라 나의 인생이 바다로 갈 것인지 산으로 갈 것인지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면접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디자이너라고 하여 영업이나 마케팅처럼 말을 잘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나와는 다른 생각이다. 디자인만큼이나 말을 잘해야 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모든 이의 취향에 맞는 디자인이 존재할까? 그만큼 나의 디자인을 설득하는 일은 중요하다. 내 디자인을 영업하고 마케팅하는 것과 같다. 내가 글쓰기와 말하기를 연습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길에 포함된 공부중 하나일 것이다.


어쨌든, 이번 몇 번의 면접들로 인해 얻게 된 것이 있다면, 나는 역시나 말재주가 있는 편이고, 대부분의 상사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준다는 사실. 그리고 내 포트폴리오가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 등.


그러나, 이러한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불합격 소식을 듣게 된 것은 회사의 탓도, 나의 탓도 아니었다. 나는 이번에 두 번의 불합격 통보로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어떤 시험이든 간에 불합격(거절, 실패 등)으로 자신감을 잃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다.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가 중간급 직책이라고 하면, 그들은 중간자 역할을 잘 해낼 인재를 찾을 것이다. 소통이 잘되고 겸손하면서도 책임감이 있지만 디자인 스타일은 평범한 디자이너 A와 디자인이 매우 독창적이고 훌륭하고 여러 개의 공모전 수상경력이 있지만 주장이 강하고 리더십이 있는 디자이너 B가 있다. 회사는 당연히 디자이너 A를 뽑을 것이다. 그러나 회사에서 필요한 인재가 팀장급이고 그 회사만의 독특한 디자인 스타일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면 디자이너 B를 뽑을 것이다.


면접에서 떨어지더라도 그것은 반드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처럼 나도 연봉을 아무리 높게 부르더라도 가서는 안 되는 회사가 있었다. 회사가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의 디자인 목표를 향해서는 지금쯤, 새로운 디자인을 도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디자인 경험을 쌓으며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 영역을 넓히고 싶었다. 그래서 기존에 자신 있는 디자인 분야로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 있는 부분으로 와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나의 포폴이 대부분 그 부분의 작업이었기 때문이다. 연봉을 높게 가려면 기존에 하던 디자인을 계속해야 했지만 나는 연봉을 나의 이직 우선순위의 가장 아래에 두었다.


회사를 비교하기에 앞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보기로는 위치, 연봉, 복지, 회사 규모 등이 있다.

나는 우선순위를 아래와 같이 정했다.


  1. 어떤 디자인을 해야 하는 가 (ex. 온라인 마케팅 디자인, 출력물 디자인, 어플 ux 디자인 등)

  2. 회사 경영에 있어 중요한 신념(생각)은 무엇인가

  3. 회사 위치는 어느 곳, 회사 건물은 깨끗한지,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 인지

  4. 연봉


10월 1일부터 광고회사로 출근을 하고 있다. 모든 조건이 완벽한 회사는 아니었지만, 나에게 좋은 질문을 던져 주었고 회사의 느낌이 좋아 결정하게 되었다. 모든 조건이 완벽한 그런 회사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만나게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울 것이다. 나의 구직 시기와 맞아야 하고 그 회사도 나의 채용할 의사가 있어야 하기에, 나는 좋은 회사가 찾는 귀한 디자이너가 되어 구직에 어려움이 없는 그런 날을 꿈 꾸고 있다.


3개월간 회사도 나도 서로가 잘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디자인을 하며 설레는 날들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의 설렘을 기억하고 싶다.


이상하지, 어느 순간부터는 산을 오르긴 하는 데 꽃도 보이고 나무도 보이고 공기도 맑다. 그게 느껴진다. 이 산이 아니면, 저 산으로 가도 좋을 것 같은 좋은 느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요는 디자이너를 춤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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