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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Oct 15. 2018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

베이비 디자이너의 귀여운 글

나는 정말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글을 쓰기에 앞서 다양한 감정을 섬세하게 확인해본다. 첫 번째로는 창피한 마음이다. 몇 년 뒤, 두고두고 부끄러워할 글이 되리라. 나는 아직 디자이너에 대하여 쓸 만큼 디자이너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존경하는 선배님, 후배님 디자이너가 나의 글을 보게 된다면 귀엽게 봐주면 다행일 것이다. 두 번째로는 두려우면서도 이 글을 쓰고 싶은 욕심과 열정의 마음이다. 나는 디자인할 때에 설렘과 긴장을 함께 가지고 있다. 그것이 나의 열정에 원동력이 되어준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은 일이겠지만, 누군가를 위한 글이 아니다. 나의 열정을 기록하고 나의 욕심을 이루기 위해 그러한 과정을 글로 쓰는 것이다. 잊지 않기 위해서 모든 감정과 열정을 솔직하게 정리하여 기억하고 싶다. 나중에 이렇게 쓴 글이 서투르고 바보같이 느껴진데도 이러한 과정이 있기에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생각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것은 자신감이나 자만심이 아니며, 이것을 강조하는 것 또한 겸손이 아니라 사실이다. 나는 아주 높은 산의 초입에서 보이지 않는 정상을 상상하고 있다. 가끔은 열정이 넘쳐서 상상만으로 심장이 크게 뛰고 몸이 떨릴 때가 있는 데, 바로 지금이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입시미술을 공부해서 디자인계열 학과를 졸업하고 디자인 에이전시에 들어가면 됩니다. 그러면 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까? 내가 되고 싶은 디자이너는 그런 게 아니다.


내 눈에 예쁜 게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그리고 그게 왜 예쁜지 말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막연하게 '우와, 예쁘다' 하고 말하는 것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누구든지 자신의 눈에 더 예쁜 것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차이를 알고 정확하게 짚어내며, 이 디자인이 더 훌륭해 라고 말할 수 있는 디자이너. 그게 바로 내가 되고 싶은 디자이너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우유부단하고 귀가 얇은 편이다. 그러나 디자인에 관해서는 주장하고 고집하며 선택한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남들보다 많은 디자인을 보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만 비교한다. 예를 들면, 사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아는 과일은 오렌지, 바나나, 딸기, 키위, 포도, 수박 그리고 사과이다. 그 사람은 그 과일 중에 사과를 가장 좋아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사람이 복숭아를 먹게 되었다. 그 사람은 복숭아를 가장 좋아하게 되었다.


내 눈에 예쁜 게 있는 디자이너가 되려면 계속해서 좋은 디자인을 보아야 한다. 그리고 좋은 디자인들 중에 한 가지를 가장 좋은 디자인으로 꼽을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일곱 가지 디자인 중 하나를 꼽을 때 여덟 가지 중 하나를 꼽는 것은 그만큼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예쁜 게 있는 디자이너는 그것을 디자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지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 디자인을 하고 싶다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디자인해야 비로소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디자인에 믿음이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내가 먼저 부족하다고 느끼는 디자인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까. 나의 디자인에 믿음을 가지지 못하면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나부터 나의 디자인에 확신을 가져야 누군가가 내 디자인에 대해 질문을 가졌을 때 자신 있게 대답하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은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을까?

나는 의심이 많고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그러나 디자인에 있어서 강한 자신감을 가질 때가 있다. 나에게 성공적인 경험을 가져다준 디자인의 경우에 그러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자이너라고 하면 어떤 디자인인지는 잘 물어보지 않는 다. 그러나 디자인은 정말 많은 분야가 있다. 예를 들면, 웹디자이너가 있다. 그 사람은 웹을 디자인하는 사람이지만, 쇼핑몰 웹 상세페이지에 업로드되는 콘텐츠 디자인은 하지 못한다.  안 해봤기 때문이다. 물론, 요청이 들어와서 해야 한다면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웹 디자인처럼 자신 있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누구나 그렇다. 경험이 없으면 두렵고 자신이 없다.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면 어느 정도 자신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믿음처럼 확고한 감정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디자인에 믿음을 가지고 싶다면, 많은 성공적인 경험을 통해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성공의 경험을 쌓으려면 우선은 실패를 두려워하기 전에 계속해서 도전적으로 디자인을 해나가야 한다. 어느 정도의 디자인 경험을 갖추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비슷한 종류의 작업이 들어왔을 때에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태블릿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작업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디자인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스스로의 스타일을 가진, 나다운 디자인을 하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가까운 지인들은 종종 나에게 '너답다', '너스럽다', '너라면 그럴 줄 알았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일까?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나는 나만의 어떠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지인들이 너답다고 말할 때에 그것이 어떤 이유든 기분이 좋다. 반면에 '내 주변에 있는 A 같아', '내 친구 B 같아'라고 자주 듣는 다면 그것은 아직 자신만의 스타일, 이미지가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닐까. 물론 꼭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디자인에 있어서, '카카오톡 같아', '애플 같아', '스타벅스 같아'는 아주 나쁘다.


모방은 디자인의 어머니, 혹은 디자인을 잘 훔쳐야 잘하는 디자이너 등의 말이 있다. 이것에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그러나 도둑 디자이너가 되면 안 된다. 정말로 내 것으로 소화시켜 그보다 더 좋은 디자인을 하라는 의미인 거지, 저작권 침해에 가까운 따라쟁이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불법은 당연히 안 되는 것이고 나의 디자인에서 다른 디자인의 냄새가 나는 것은 나의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과 다름없다. 물론,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 오래되어 이제는 정말 더 좋은 디자인이 어느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중에는 좋은 디자인들이 널리고 널렸다. 그러나 메이크업 영상을 보고 똑같이 따라한 데도 그 사람이 되기는 어려운 법이다. 나의 눈, 코, 입에 맞는 메이크업을 해야 더 예쁜 것처럼, 나의 스타일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회사에 소속되어 디자인을 하게 될 때에는 나의 스타일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이미 정해진 후에 어떻게 나의 스타일을 가질 수 있을까 했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같은 프랜차이즈 식당을 가도 매장마다 조금씩 맛이 다른 것처럼, 어느 순간에는 나의 스타일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보이다 점점 또렷해진다. 누군가는 이 매장은 맛이 없어하겠지만, 지구에는 70억 인구가 살고 있다. 한두 명 맛없다고 가게를 접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의 디자인을 찾아 연구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다 보면, 나다운 디자인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한두 명 빼고 다수의 사람들이 맛있다고 해줄지도 모를 일이니까.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면, 그냥 디자인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솔직히, 개인적인 견해로는 디자인만큼 학벌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싶다. 물론 어떤 분야나 실력은 중요하다. 일을 시작하는 초반에야 학벌이 중요할지 몰라도, 실력은 나중에 드러나는 것이다. 디자인은 정말이지 실력이 다이다. 아무리 많은 경험으로도 감각이 늘지 않으면 실력이 뒤쳐질 수도 있다. 그러나 감각적인 부분을 처음에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냥 스스로를 믿을 뿐이다. 만약이라도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로, 어느 지점에서 내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감각의 한계를 깨닫는 일이다. 그래도 나는 시원섭섭하게 다른 일을 찾아 떠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성장판이 닫혀서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한다고 하는 데 무슨 미련이 있을까. 적어도 디자인을 하였고 디자인을 즐겼고 도전했으니 시원하게 털고 다른 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이 글은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을 쓴 글이 아니다. 내(글쓴이)가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을 정리해본 글이다. 물론 디자인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먹고살고는 있지만, 나는 아직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자신 있게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자신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하여 생각하고 정리해보았다.


나처럼 스스로 디자이너라 하기에 부끄럽고,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디자이너에 대하여 생각해보며 어떤 디자이너가 될 것인지 방향을 정리하면 좋을 것이다.




뜨는 해일까, 지는 해일까. 어떻게 보든 보는 사람의 생각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 photography by toto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요는 디자이너를 춤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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