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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Nov 19. 2018

디자이너의 솔루션

디자인 툴, 어떤 언어를 배워볼까 고민하는 것 처럼

최근 이직한 회사에서 회사 홈페이지 리뉴얼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첫 출근 당일이었다. 부담되었다. 아직 각 과업들의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두근거렸다. 때때로 기회는 위기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는 내가 잘 해낼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UI/UX 디자이너이자 웹 퍼플리셔이며, 웹디자인이 가장 자신 있고 가장 많이 해본 디자인이었다.


내가 이 회사의 홈페이지 리뉴얼을 완벽하게 끝내고 난 뒤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 일을 잘 해내면 앞으로 회사에서 이 밖에 다른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다양한 감정들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수익을 남기는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회사의 이미지와 영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홈페이지이다. 초반부터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를 만족스럽게 클리어하고 인정을 받는 다면, 앞으로도 나는 어떤 기대치에 부합하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의 낙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의 상상이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은 매일매일 깨닫고 있으니)


디자인을 하고 코딩을 하게 되면 1-2주에 걸쳐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나는 워드프레스(웹사이트, 블로그, 앱을 만들 수 있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홈페이지를 리뉴얼하기로 결정했다. 디자인, 코딩을 할 수 있는 내가 일반인이 홈페이지를 쉽게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는 워드프레스를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 협업할 수 있는 개발자가 없다.

지금 회사는 전 회사처럼 웹을 제작하는 회사가 아니어서 개발자가 없다. 나 혼자서도 할 수는 있지만, 내가 쓸 수 있는 코드에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개발만 외주를 맡기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출근한 지 얼마 안 된 회사에서 적절한 개발자를 찾아 계약-미팅-작업을 하기에 여러모로 부담이 되었다. 신뢰할 만한 개발자들은 모두 직장인이라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새로운 프리랜서 개발자나 업체를 찾다 실패할 확률도 무시할 수 없고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없었다. 나에게는 한 달이라는 기간이 주어졌다.


두 번째, 홈페이지 유지보수와 관리의 문제이다.

홈페이지 관리를 위해서는 보안된 관리자 페이지가 필요했다. 물론,  내가 관리하고 내가 유지 보수하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은 가능했다. 지속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업데이트해야 하는 데, 나만 그것이 가능하게 되면 그것은 회사를 위한 홈페이지라고 할 수 없다. 내가 없을 때는 홈페이지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인데, 그것은 내가 퇴사하게 되면 홈페이지를 다시 리뉴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광고 회사에서 단지 홈페이지 유지보수만을 위해 퍼블리셔를 고용하는 것도, 유지보수를 위해 홈페이지 관리 업체를 고용하는 것도 모두 비효율적인 것이다. 그런 결과가 떠오르는 데 그것을 무시하고 내가 편하고자 무책임하게 관리자 페이지가 없는 홈페이지를 만들 수는 없었다.


그래서 나는 유지보수만 몇 번 작업했었던 워드프레스를 사용하여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워드프레스는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소프트웨어로 관리자 페이지를 제공한다. 다양한 무료, 유료 템플릿을 사용할 수 있어 디자인이나 코딩을 몰라도 홈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중소기업의 제대로 된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일은 단순 블로그를 만들듯이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퀄리티 있는 홈페이지 구축을 위해서는 누구라도 절대적인 스터디 시간이 필요하다.(웹 디자인 회사를 2년 다니고 디자인과 코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나도 처음 서버 구축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구글 사전 캡처

디자이너에게는 디자인을 도와주는 다양한 솔루션(소프트웨어, 프로그램, 툴 등)이 존재한다. 인디자인처럼 유명한 디자인 툴도 있지만, 공부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다양한 디자인 툴들이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디자이너라고 한 프로그램을 금방 습득하여 디자인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툴을 완전히 효율적으로 활용하기까지는 최소 6개월 이상의 공부와 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디자인 툴 중에 몇 가지를 선택해 공부하고 연습하고 익숙해진 후에야 실무에서 디자인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드로잉도 디자이너의 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드로잉도 실무에서 자유롭게 사용하려면 지속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디자이너도 시작은 모두 같다. 이 시대는 감각적인 부분만 갖춘다고 해서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는 것 같다.


내가 사용하는 디자인 툴로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가 스킬 상 정도(어쩌면 중)에 속한다. 캐드, 3D 맥스, 스케치업, 드림위버, 인디자인 등 사용해본 적이 있지만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다시 손에서 멀어진다. 사실 고백하자면 포토샵, 일러스트 외에는 제대로 다룰 줄 아는 툴이 없다.


스케치(sketch)제플린(zeplin)은 디자인에서 퍼블리싱의 단계를 줄여주기도 하고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는 툴이며, 작년부터는 국내에서도 점점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툴을 선택하기에 앞서 목적을 확실히 알아야 한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어물쩡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야말로 어린이 미술학원이지 디자이너는 아닌 듯하다.


예를 들면, 대형 현수막을 제작하는 데에 포토샵 사용한다는 것은 포토샵에 대한 기본 상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포토샵과 일러스트. 어도비가 이 두 가지 프로그램을 어떻게 나누어 개발했을까? 나는 작업 용도의 차이로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구분한다. 포토샵은 디스플레이 출력용 작업을 할 때, 일러스트레이터는 인쇄물 작업을 할 때이다. 친절한 설명은 검색을 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의 목적이 툴을 설명하고자 함이 아니기에..)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포토샵 - RBG(변환 가능), 비트맵 방식. 따라서 디스플레이(모니터, 태블릿, 모바일 화면 등) 출력용

일러스트레이터 - CMYK(변환 가능), 벡터 방식. 일러스트에서 작업한 선은 깨짐 없음. 따라서 인쇄용.

결론은 대형 현수막은 일러스트로 작업하는 것이 정석이다. 물론, 포토샵으로도 CMYK로 하여 작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포토샵과 일러스트를 배운 사람이라면 일러스트로!


디자인하기에 앞서 어떤 툴이 적절한지 잘 알고 선택하려면 디자인 툴에 대한 공부도 분명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많은 업무량을 핑계로 미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그렇다. (다음 글의 주제는 디자이너의 야근입니다..)






홈페이지 리뉴얼을 3주간의 작업으로 무사히 마치었다. 코딩으로 작업을 하면 2주가 걸리지 않을 것이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니 3주가 걸렸다. 마케팅 디자인 업무량도 많아서 야근을 해서 따로 시간을 만들어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기간이 길어지기도 하였다. 그것을 감안해도 코딩으로 했으면 2주를 예상한다. 새로운 길은 언제나 그런 것이다. 아주 멀리 돌아온 듯 하지만 워드프레스를 다루지 못하는 다른 웹디자이너들 보다는 적어도 한걸음 뗀 것이 아닐지. 나는 이제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구축할 줄 아는 디자이너가 되었으니 말이다.


디자이너의 솔루션은 마치 언어와 같다. 영어? 불어? 일본어? 중국어? 어떤 언어로 말할 것인가는 어떤 나라에 가느냐에 따른 것임을 절대로 잊지 말자. 드로잉?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어떤 것으로 표현할 것인가. 그것은 어떤 목적과 용도를 가지고 어디에 어떻게 보일 것인지에 달렸다. 기호나 자신의 스킬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2019년, 베이비 디자이너가 선택한 디자인 솔루션은 스케치이다. UI/UX 디자인에 더 가까워 지기 위해서다. 회사에서는 광고, 마케팅 디자인을 공부하고(실무를 하며), 퇴근 후 나의 스터디는 UI/UX 디자인에 투자하고 싶다. 오늘 나는 스케치를 위해 맥북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스케치는 IOS 운영체제에서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 모두들 툴 선택에 앞서 많은 검색의 시간을 가지시길!


3년간 잘 사용한 13인치 한성컴퓨터 노트북(50만원 대)에서 포토샵으로 웹포트폴리오를 작업중인 스타벅스 카페 안, 많은 것을 보여주는 3개월 전 사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요는 디자이너를 춤추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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